
로아팬픽단편소설 : 대악마 카제로스(4)
전쟁을 위해 선택한 것.
“으으윽....”
카멘은 어지러움을 느끼며 눈을 떴다. 가장 먼저 자신의 몸을 살핀 그는 치명상은커녕, 몸에는 아무런 데미지가 없음을 알 수 있었다. 자신에게 도전한 자를 충분히 죽일 수 있었음에도, 카제로스는 심연의 불꽃을 조절해 정신만 잃게 만든 것이었다. 주위를 살피자 아직 심연의 결계가 유지되고 있었고,
“이제 일어났냐?”
근처 바위에 걸터앉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카제로스를 발견할 수 있었다. 카제로스를 본 카멘은 즉시 한쪽 무릎을 꿇으며 예를 표했다.
“뭐야. 갑자기 왜 그래?”
카제로스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다. 카멘이 이렇게까지 자신에게 예를 표한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카제로스 본인도 군단장들이 자신에게 어떻게 대하든 크게 신경 쓰지 않았기에 카제로스에게 예를 표하는 군단장은 몇 없었지만, 그중에서도 카멘은 카제로스를 따를 뿐 그에게 예를 표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이번 도전으로 당신을 진정한 페트라니아의 군주로 인정하였기에, 마땅히 갖춰야 할 예의를 표하는 것 뿐입니다.”
그 이유는 아직 한번도 승부를 내지 못한 카제로스를 인정하지 않았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도전에서 패배한 자신이 예의를 갖추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카멘은 말했다.
“뭐....상관없어. 그나저나 카멘, 전에 했던 말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겠지?”
“알고 있습니다.”
카제로스의 말에, 카멘은 고개를 숙였다. 카멘은 분명, 승패와 관련 없이 싸움이 끝나면 카제로스를 돕겠다고 말했다. 심지어 승부마저 카제로스의 승리로 끝났으니, 그는 카제로스의 말을 따라야했다.
“내가 부탁하려는 건”
카제로스는 조용히 카제로스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다가올 전쟁에서 페트라니아의 군단장들을 지켜줘.”
“.......”
카제로스의 말에 카멘은 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카제로스는 피식 웃으며 카멘에게 물었다.
“왜, 힘들 것 같아?”
“그 이유를.....여쭤도 되겠습니까?”
카제로스의 말에 카멘은 반대로 물었다. 대체 어째서냐고.
“카멘, 혹시 이 심연의 불꽃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아나?”
카멘의 물음에 카제로스는 뜬금없이 자신의 심연의 불꽃에 대한 질문으로 답했다. 그 물음에 카멘은 고개를 들어 심연의 불꽃을 보며 답했다.
“모릅니다. 그저 이 페트라니아에서 당신만이 쓸 수 있다는 것 외에는”
카멘의 말을 들은 카제로스는 자신의 손에 심연의 불꽃을 피워내며 천천히 말을 잇기 시작했다.
“이 심연의 불꽃은, 어둠 중에서도 아주 깊은 어둠, 심연이 응축되었을 때 피어나는 불꽃이야. 빛마저 집어삼킬 정도의 이 심연의 불꽃은 그것이 무엇이든 ‘무’로 되돌려버리지. 아무것도 없던, 빛과 어둠의 경계마저 존재하지 않던 진정한 무의 상태로 말이야. 그렇기에 이그하람의 태초의 어둠도, 네 어둠의 불꽃도 뚫어낼 수 있던 거지”
카제로스의 말에 카멘은 그제서야 이해가 되는 것 같았다. 자신의 어둠의 불꽃과 심연의 불꽃이 부딫혔을 때 어둠의 불꽃이 힘없이 꺼졌던 것은, 힘의 차이에 이해 억눌린 것이 아닌 ‘무’로 되돌아갔던 것이었다. 만약 그 ‘무’로 되돌려버리는 성질이라면 심연의 불꽃 앞에서는 힘의 크기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을 것이다. 그것이 신 이그하람의 태초의 어둠이라 할지라도.
“모든 것을 ‘무’로 되돌려버리기 위해서는, 빛도 어둠도 모두 집어삼키는 심연의 필요하지. 그렇기에 어둠의 힘만으로는 심연을 만들 수 없어. 아무리 강대한 어둠의 힘이라 해도 빛은 어둠을 뚫고 세어나오는 법이거든. 그렇기에...”
자신의 손에 피어오르던 심연의 불꽃을 끈 뒤. 카제로스는 한 손에는 어둠을, 다른 한 손에는
“........!!”
마치 붉은 달빛과도 같은 빛을 만들어냈다.
“그렇다면......심연의 불꽃의 힘은 빛의 힘이었던 겁니까?”
“아니? 심연은 어둠에서 탄생하는 것이 맞아. 빛은 그저 어둠을 정제하기 위한 재료일 뿐이지”
“정제...?”
카멘의 말에 카제로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어둠과 빛을 합치기 시작했다.
“막무가내로 어둠과 빛을 합치면, 더 큰 혼돈이 탄생할 뿐이지. 하지만 빛으로 불순한 어둠을 제거하며 가장 깊은 어둠, 태초의 어둠보다 더 깊은 심연만을 남기는 정제과정을 거치면...”
화르륵!
손에서 피어오른 심연의 불꽃을 가리키며, 카제로스는 말했다.
“이것이 바로, 심연의 불꽃을 만드는 법이야”
카제로스의 말에 카멘은 심연의 불꽃을 바라봤다. 아까 전투 중에는 몰랐지만, 이렇게 자세히 보니 타오르고 있는 불꽃은 빛마저 집어삼킬 정도의 짙은 어둠으로 물들어 있었다. 조금의 불순물도 남지 않은, 순수한 심연 그 자체였다.
“이걸 지금 말씀하신다는 것은... 전쟁에서 사용하지 못한다는 말씀이십니까?”
“맞아. 그러니까 네가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서 군단장들을 지켜줬으면 해. 심연의 불꽃을 사용하지 못하는 나는 분명 지금의 나보다 훨씬 약할테니까”
카제로스의 본연의 강함은 다른 것이라 해도, 심연의 불꽃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엄청난 전력 손실이었다. 그렇기에 카제로스는 이번 전쟁의 승리를 카멘에게 부탁하고 있는 것이이었다. 하지만.....
“정녕.....그것 뿐입니까?”
카멘은 물었다. 그것뿐이냐고
“심연의 불꽃을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 설명하실 수 있겠습니까?”
“........붉은 달을 포기했기 때문이야. 심연의 힘을 증폭시켜주는 붉은 달이 없다면, 지금의 내 몸으로는 심연의 불꽃을 사용하기 힘들어. 내 몸은 이미 망가져 있으니까. 그래서 그런 거야”
카제로스는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지만, 카멘은 카제로스를 뚜렷하게 바라보며 재차 물었다.
“붉은 달 때문이 아니지 않습니까. 카제로스님께서 포기하시려는 것은 붉은 달뿐만이 아니라...”
“...............”
“카제로스님, 본인 아니십니까?”
카멘의 말에, 카제로스는 답하지 못했다.
“저 붉은 달을 살리기 위해서 당신의 목숨마저 깍아 가고 있다는 건 저도 알고 있었습니다. 다른 군단장들은 몰라도, 저는 당신을 만날 때 마다 점점 몸이 망가져가고 있다는 걸 눈치챌 수 있었으니까. 목숨마저 버릴 정도로 붉은 달을 되살리고자 했던 당신이 붉은 달을 포기한다는 것은, 그저 단순히 목숨을 잃는 것이 두려워 포기한 것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붉은 달을 포기했다는 것은.....목숨보다 더한 것을 포기하겠다는 것. 그것은 이때까지 페트라니아를 위해 걸어왔던 기억, 신념, 힘. 그 모든 것이 담긴........카제로스님의 영혼을 포기하시겠다는 것 아닙니까?”
카멘의 말에 카제로스는 모든 것을 들킨 아이처럼 허탈하게 웃었다. 카멘의 말대로, 카제로스는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할 생각이었다.
“네 말이 맞아. 내 안에 있는 어둠을 폭주시켜 내 인격을 지우고, 대악마만을 남겨둘 생각이었어. 그렇게 된다면 심연의 불꽃을 쓸 수 없다 해도, 내 본래의 강함을 잃어버린다고 해도 혼돈의 힘 자체는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질 테니까. 그것이 네가 추구하던 강함 아닌가?”
“이미 당신의 진정한 힘에 대해 알아버린 제가 달라진 카제로스님을 따를 것이라 생각하는 겁니까?”
카멘은 이미 알아버렸다. 카제로스가 직접 알려준 혼돈의 힘이나 심연의 불꽃 그 너머에 있는, 카제로스의 진정한 힘에 대해 알아버린 지금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혼돈의 힘만을 가진 대악마는 카멘이 인정한 페트라니아의 일인자가 아니었다. 진정한 강함 전부를 잃어버리고 그저 힘만 강한 대악마와 함께한다면
“설사 제가 당신을 도와 최선을 다한다 쳐도, 아크라시아와의 전쟁은 패배할 겁니다.”
“그럴지도 몰라. 아니, 아마 그럴거야.”
아크라시아에는 신 루페온도, 가디언들의 수장 에버그레이스도 있다. 신 이그하람이나 혼돈의 존재들만큼이나 강한 적들이 아크라시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그들을 오직 혼돈의 힘만으로 쓰러트릴 수 있을 것인지는, 카제로스도 확신할 수 없었다. 아니, 아마 패배할 수도 있다고 스스로도 생각하고 있었다.
“저는 강합니다. 군단장 모두가 덤빈다고 해도 쓰러트릴 수 있을 정도로 강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저의 힘 때문이지, 당신처럼 어떠한 적과 싸워도 이길 수 있는 강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닙니다. 만약 아크라시아에 저보다 더 강한, 혹은 비슷한 적이 있다면 페트라니아는 분명 패배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 전쟁에서는 그 무엇보다 당신이 필요한 겁니다.”
“........”
“그런데 대체 어째서.......페트라니아의 운명을 결정지을 전쟁을 앞두고 카제로스님은 그 누구보다 강한, 이 페트라니아의 일인자인 당신 스스로를 포기하려 하시는 겁니까?”
카멘의 말이 맞았다. 아크를 빼앗기 위한, 페트라니아의 빛을 가져오기 위한 전쟁. 그 누구보다 페트라니아의 빛을, 진정한 질서가 찾아오기를 원했으면서 그것을 위한 전쟁을 앞두고 가장 강력한 전력인 스스로를 포기하겠다니, 카멘은 이해가 되지도, 납득할 수도 없었다.
“난......이제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침묵하고 있던 카제로스가 서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혼돈의 마녀의 예언대로, 붉은 달이 지는 순간 아크라시아로 향하는 문이 열릴거야. 그 순간부터 아크라시아를 향한 대대적인 침공이 시작될거고 그렇게.....다시 한번 전쟁이 시작되겠지.”
그가 그토록 싫어했던, 전쟁의 혼돈이 다시 한번 도래할 것이다.
“아크라시아의 질서를, 빛을 빼앗기 위해서는 이 페트라니아의 지옥을 떠넘겨야겠지. 페트라니아의 악마들을 위해서는 아크라시아의 죄 없고 무고한 생명들을 죽여야겠지. 얼마나 죽여야 할까?”
그렇게 말하는 카제로스의 눈가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처음부터 이 지옥에서 살아왔던 우리와는 다르게, 그들은 질서 안에서 살아왔으니 더욱 괴로울거야. 아무런 질서도 없이 그저 서로를 죽이고 또 죽일 뿐인 이 페트라니아에서 살게 하느니, 차라리 전부 죽여버리는 게 낫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웃는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는 카제로스는 망가져 있었다. 그의 몸이 아닌, 마음이 이미 망가져 버렸다.
“그렇다면 빼앗지 않으면 되는 거 아닙니까”
카제로스의 말에 카멘이 답했다.
“당신이 그렇게 괴롭다면, 쌓아올린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할 정도로 괴롭다면 그냥 포기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페트라니아의 군단장 중 당신을 따르지 않는 자는 없을 겁니다. 그저 이정도의 질서에서 만족하고, 반발하는 이들은 힘으로 굴복시키며 살아가면 되는 것 아닙니까?”
카멘은, 이 세계가 그렇게 싫지 않았다. 그렇기에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해서까지 전쟁을 하려 하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나 괴롭다면, 차라리 이 페트라니아의 완전한 질서를 포기하고 이대로 살면 되지 않느냐고 물었다.
“난 약속했어. 이 페트라니아를 구원하겠다고. 이 세계에 빛을 가져오겠다고! 그 어떤 짓을 해서라도 이 세계에 질서를 가져오겠다고 맹세했다고!!”
하지만 카제로스는 그럴 수 없었다. 맹세했으니까. 이 혼돈뿐인 세계를, 절망만이 가득한 세계를 바꾸겠다고 약속했으니까. 그 맹세를, 아브렐슈드에게 한 약속을 지켜야했다.
“이 세계에 빛을 가져오기 위한 유일한 희망은 붉은 달이었어. 그래서 무의미하다는 걸 알면서도 매달렸어. 하지만.....나도 알고 있어. 저건 실패작이라는 걸. 이 세계에 진정한 빛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아크라시아의 아크를 빼앗아오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아브렐슈드가 말하기 한참 전부터 느끼고 있었다. 이 세계를 위해서는 아크라시아의 아크를 빼앗아야 한다고, 그 세계를 혼돈으로 물들여야 한다고.
“하지만......난 도저히 그럴 수 없었어.”
하지만....카제로스는 그럴 수 없었다.
“대체 몇 번이나 전쟁을 치러야 하는 거지? 대체 몇 번이나 더 죽여야, 이 손을 얼마나 더 피로 물들여야 페트라니아에 빛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거지? 대체.....나는 얼마나 더 망가져야 하는 거지?”
그의 손은, 너무 많은 생명을 죽여왔다. 그의 손에는 너무 많은 피가 묻어있었다. 혼돈의 생명체들, 신, 그리고 이제는 무고한 아크라시아의 생명들의 피마저 물들여야 했다.
“혼돈의 생명체들도, 신도, 다 나름의 이유가 있었어. 비록 나를 정당화시키기 위한 거였다고 해도 그 이유로 버틸 수 있었어. 하지만 이건.....악행 그 자체야! 우리의 지옥을 남에게 떠넘기는, 지옥을 떠넘기기 위해 다시 한 번 죽고 죽이는 전쟁을 일으키는 이 짓거리는 죄악 그 자체라고!!!!”
그는, 카제로스는 견딜 수 없었다. 페트라니아의 구원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아크라시아를 지옥에 빠트리는 짓은 할 수 없었다. 페트라니아의 지옥을 그 누구보다 싫어하고, 증오하고, 원망했던 그였기에, 그런 짓을 하는 것을 견딜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그러니까 카멘.....”
카제로스는, 허탈하게 웃으며 카멘을 향해
“내가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오직 아크라시아의 아크를 빼앗기 위해 폭주하는 악마가 된다면.....”
흘러내리는 눈물과 함께 말했다.
“아브렐슈드를 부탁할게. 그녀만큼은....전쟁에서 죽지 않게 해줘”
“................................”
참으로 나약한 자라고, 카멘은 생각했다. 그 어떠한 강적도 물리쳐왔으면서, 신마저 꺽은 저 강한 자가 더 이상의 죄악을 원하지 않는 스스로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진다니. 그저 무참히 도륙하고, 학살하고, 빼앗으면 그만인 것을 저렇게 고뇌하고, 괴로워한다니.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이 페트라니아의 구원자인건가’
서로 죽고, 죽이는 것이 당연한, 이유도 없이 동족을 먹고 서로 싸우는 것이 전부인 이 페트라니아를 구원할 자는 저런 나약한 자만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 나약한, 점점 망가져가는 마음을 간신히 부여잡고 여기까지 왔다. 이제 앞으로 한발짝, 아크라시아의 아크만 빼앗는다면 페트라니아의 진정한 질서라는 그의 염원은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이 카멘, 당신의 명을 받들어 페트라니아를 위해 목숨을 바칠 것을 맹세합니다.”
비록 누구보다 그 염원을 이루고자 하는 본인은 보지 못할지라도, 그의 염원을 이루어주고자 카멘은 자신의 검을 바닥에 내리꽃으며 맹세했다.
“고마워. 카멘”
카멘의 맹세를 본 카제로스는 그제서야 안심한 듯이 웃었다. 심연의 결계를 거두어들인 뒤 떠나려는 그를 향해 카멘이 마지막으로 물었다.
“아브렐슈드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뭐?”
“다른 군단장들이라면 몰라도, 군단장들 중 누구보다 긴 시간을 당신과 함께해온 그녀만큼은 변해버린 당신을 받아들이지 못할 겁니다. 오히려 당신을 되돌리기 위해 전쟁을 막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
카멘의 말에 카제로스는 아브렐슈드를 떠올렸다. 그의 말대로, 변해버린 자신을 아브렐슈드는 그대로 받아들여줄 수 있을까?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어버린 카제로스를 위해 싸워줄 수 있을까...?
“명하신다면....”
망설이는 카제로스를 향해 카멘이 말했다.
“그녀의 기억을 지우겠습니다.”
“......!!!!”
순간적으로 카제로스가 살기를 내뿜었지만, 카멘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나갔다.
“군단의 중추이자 핵심인 그녀가 변해버린 카제로스님에게 반발한다면, 그것만으로 군단 전체가 흔들릴 것입니다. 그렇다면 당신과 함께 했던 기억, 추억, 감정을 모두 지운다면 그녀도 다른 군단장들처럼 변해버린 당신을 크게 신경쓰지 않을겁니다. 차라리 그 편이 나을 수도 있을 겁니다. 아브렐슈드라면, 변해버린 카제로스님을 보는 것 만으로도 지옥일 테니까”
“......그녀는 건들지 마.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카제로스는 등을 돌리며 카멘에게 말했다. 순간이지만, 등을 돌리는 카제로스의 비통한 표정을 본 카멘은 말없이 고개를 숙이며 그에게 마지막 인사를 한 뒤, 그대로 날아올라 자리를 떴다.
“..................”
카멘이 시야에서 사라진 걸 확인한 카제로스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하늘 위의 붉은 달의 빛이 한층 더 옅어져 있었다. 방금 카멘과의 싸움을 위해 달의 힘을 조금 사용한 것만으로 이정도라면, 붉은 달의 빛이 완전히 꺼지기까지는 사흘 남짓 남은 듯 했다. 시간이 없었다. 내면의 혼돈을 폭주시켜 전쟁이 시작되기 전 자신의 인격을 완전히 지우기위해서는 오늘 안으로 결정해야만 했다. 아브렐슈드의 기억일 지울 것인지, 아니면.....
“그녀라면.....변해버린 나라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사실 이기적인 생각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단순히 변하는 정도가 아니다.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는 것이다. 그녀가 알고 있는 카제로스는 완전히 죽어 사라지고, 그녀가 혐오했던, 자신이 증오했던 혼돈만을 추구하는 존재가 되는 것이었다. 유일하게 남길 수 있는 것은 아크를 빼앗아 페트라니아를 구원하라는 각인 뿐, 그녀와의 추억, 감정 그 모든 것이 사라질 것이 분명했다. 그런 자신을 아브렐슈드는 받아줄 수 있을까? 여전히 곁에 남아 함께 싸워줄 수 있을까?
“나는...........”
1->아브렐슈드의 기억을 전부 지운다.
2->아브렐슈드에게 마지막으로 자신의 감정을 전한다.
많이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ㅠㅠ
일상이 조금 바빠지다보니 소설 쓸 여유가 없어져 너무 오랜만에 뵙게됬습니다...쩝.
다음 편은 단편소설 대악마카제로스의 결말로, 여러분의 선택에 따라 결말이 조금 달라지게 됩니다!(물론 큰 틀은 바뀌지 않겠지만....?)
댓글로 원하시는 결말의 숫자를 적어주시면, 댓글을 보고 이 소설의 마지막을 장식하도록 하겠습니다. 즐겁게 봐주셔서 감사하구,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