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천이 무력이 약한거야 이젠 많이 알려졌지만,
사실 잘 알려지지 않은 역천 구조의 최고 취약점은,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 이거든요.
특히 트라이 단계에선 시간제 기믹 조차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에, 이 부분 문제가 더 커지게 됩니다.
예를들어 카제 1관문의 경우, 지하에서 나오는 "장판 -> 협카 -> 쉴드" 패턴에서 현타라면,기공사는 그 때 아예 없는 존재가 되버립니다.
반대로 갑작스럽게 오는 데미지 감소 패턴에도 매우 취약합니다. 카제 2-2 "팩맨 무력"이나 "피자 무력"의 경우에 기공사는 모든 상황에서 딜레마에 빠지게 됩니다.
금강선공 중이면 무력은 기여할 수 있으나, 이후 프리딜 타임에 딜을 제대로 할 수 없고, 현타라면 무력에 기어하지 못 합니다. 이 부분을 해당 직업이 가지는 누구는 족쇄라고 부르는 일종의 직업 특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직업적 한계가 직업 특성이 되려면 그에 맞는 직업적 장점이 있어야 합니다.
"이 직업은 A라는 단점이 있지만, 대신 B에선 엄청난 강점을 가져" 와 같은 것 말이죠.
보통 이런걸 리스크에 따른 합당한 리턴이라고 많이 부르시죠.
역천 기공사는 현재 이 부분에서 정말 애매한 직업이 되어버렸습니다.
현재 기공사는 약하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단순 딜로 생각하면 중위권 이상의 딜러에요.
문제는 "단점을 상쇄 할 만한 장점"이 없다는 것 입니다.
그럼 옛날에는 있었냐? 하면 과거엔 있었습니다.
과거 역천 기공사에겐 단점의 정 반대인
"예측 가능한 상황에 대한 해결 능력" 이라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원기옥과 금강선공의 조합으로 순간적인 파괴력을 끌어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시간 안에 딜을 넣어야 하는 기믹"에서 특히나 강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이 장점은 초각성 패치 이후로 사라졌습니다.
모든 직업에게 "초각성"과 "초각성 스킬"이라는 순간 누킹 기술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이 패치는 역천기공사에게 오히려 더 큰 족쇄가 되버렸습니다.
초각성기는 각성기와 쿨을 공유하기 때문에 각성기의 딜 비중이 원래도 높았던
역천 기공사의 초각성기는 타 직업에 비해 강했어야 했습니다.
물론 타 직업에 비해 강합니다. 다만 이 수치가 일반 각성기를 희생하는 양에 비해 충분하지 않은게 문제입니다.
역천 기공사는 초각성기를 사용하기 위해서 금강선공이 켜져 있어야 합니다. 쿨타임이 현타 때 쓰는 것과 2~3배 차이가 나기 때문이죠.
근데 금강선공 중에 써버리면 전직업 중 거의 가장 긴 초각성 컷신으로 인해 금강선공의 대부분을 초각성에 희생하게 되고, 타 직업들보다 더 큰 딜로스를 가져가야합니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금강선공 끝물에 쓰면 되요. 실재로 제가 많이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예전 극신지배 세맥이 썼던 느낌으로 금강선공 끝물에 초각성을 쓰면 쿨타임 감소는 받으면서 금강선공의 딜로스는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은 딜적으론 이득이 있지만, 전략적인 장점을 전혀 가지지 못합니다.
현재 초각성은 대부분 컷신 이후 바로 쓰게 됩니다. 카제 1관의 500줄, 2-2의 300줄 등 컷신 이후 안정적이고 빠른 누킹을 위해 초각성을 사용합니다.
근데 그 상황에서 20초 딜을 하고 끝물에 초각성을 사용한다? 전략적인 장점은 전혀 없을 뿐더러, 초각성을 온전히 사용하기 위해선 20초라는 빌드업을 해야하는 말도 안되는 직업이 되버립니다. 게다가 컷신 이후에 바로 초각성을 쓰는 상황에도 금강선공 -> 초각성을 사용해야하기 때문에 타 직업 대비 더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긴 초각성 컷신은 덤이구요.
결국 "예측되는 상황에 대한 해결 능력" 이라는
역천 기공사의 장점을 다른 직업들도 다 가져버리는 상황 이 되었습니다.
오히려 역천 기공사는 이 부분에서 남들보다 떨어지는 상황이 되버렸죠.
저는 이 때 역천 기공사에게 최소한의 보상패치가 있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받은 것은 남들보다 아주 조금 강한 초각성기 데미지, 심지어 이마저도 아주 조금이라서 스펙을 조금만 올려도 일반 원기옥이 초각성보다 강한 상황이었습니다. (도대체 어디가 초각성인지...)
오히려 내방 공증 시간은 그대로지만 새로 생겨버린 초각성 스킬로, 사이클 난이도만 높아졌죠.
엎친데 덮친격으로 메타가 점점 지딜과 순간 기믹 능력을 중요시 하는 메타로 바뀝니다. 갑작스럽게 나오는 협동 카운터, 쉴드 기믹 등 역천 기공사에게는 전혀 달갑지 않은 변화죠. 하지만 이 부분은 괜찮습니다. 메타에 따라 유불리가 생기는건 모든 게임에 당연히 있는거니까요.
다만 문제는 현재 역천 기공사에게 "단점을 상쇄 할 만 한 장점이 없다" 입니다.
역천 기공사는 어떤 메타가 되었던 사랑 받을 수 없습니다. 이미 누킹은 다른 모든 직업이 가진 초각성으로 해결 가능하며, 무력은 약하고, 딜도 남들보다 크게 특출난 상황도 아닙니다. 오히려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매우 약한 단점만 남았죠.
아크그리드 출시로 많은 것을 바꿔 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예전 기공사의 장점을 부활 혹은 새로운 장점을 주겠지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기공사는 오히려 개성을 더 잃어버렸습니다.
예전에 글을 하나 올렸었죠.
기공사는 천천히 안락사 당하는 중입니다.
앜그 패치로 인해 새로운 스타일은 얻었을지 몰라도, 새로운 장점은 얻지 못했습니다.
앜그로 인해 각성기 딜 비중은 더 떨어지고, 이제 역천은 완전한 지딜이라고 하는게 맞을겁니다.
(솔직히 이럴거면 앜패 각성기 딜 버프는 왜 한건지 모르겠습니다.)
대부분의 지딜은 딜 압축이 떨어지지만, 그만큼 상황 대처 능력이 뛰어납니다.
하지만 역천 기공사는 낮은 상황 대처능력이라는 단점은 여전해서,
지딜인데 상황 대처 능력이 좋지 않은 장점이 없는 직업이 되버렸습니다.
여기까지가 현재 역천 기공사가 가지는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모두들 다른 방향과 방식으로 이를 표현하지만, 결국 모두가 공감하는 근본적인 문제는 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RPG 즉 Role Playing Game은 이름 그대로 역할 게임입니다.
RPG에서 직업의 가치, 직업에 대한 애정은 그 직업이 할 수 있는 역량에서 나옵니다.
과거 워로드가 딜이 약했어도, 모두가 애정하고 선호하는 이유만 봐도 딜은 RPG에서 절대적인 기준이 아닙니다.
특정 직업의 가치는 직업의 장점이 다른 직업에는 없는 대체 불가능한 것일 때 생깁니다.
반대로
RPG에서 특정 직업이 장점이 없다는 것은 큰 절망으로 다가옵니다.
기공으로 더퍼를 깰 때.. 정말 매일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고정 공대원들에게 미안하고, 죄인이 된 것만 같았어요.
무력은 순간 무력, 누적 무력 모두 약하며, 갑작스러운 현타 일 때 쉴드 기믹 나오면 그냥 없는 사람이고, 그렇다고 카운터를 다 쳐줄 정도로 좋지도 않습니다.
게다가 2-2 부터는 보스가 자주 사라지면서, 보스가 사라질 수록 남들보다 더 큰 딜로스를 가져야하는 역천에게는 그나마 남아있는 딜이라는 장점 또한 내밀기 힘든 상황이죠.
꾸준히 기공사를 키워왔지만, 지금만큼 역천 기공사가 무력한 직업이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원하는건 기공사가 미친 듯이 세졌으면 좋겠다는 것도 아닙니다.
기존의 단점을 없애 달라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단점은 여전히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단점에 맞는 장점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이 직업이 매력적이게 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특정 구간에서 자꾸 딜이 조금씩 부족해서 파훼가 안될 때,
기공이 "그럼 제가 이 때 원기옥 아껴서 던져볼게요." 라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있는 것, 이거 하나 면 됩니다.
요약
1. 역천 기공사는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지만, 반대로 "예측 가능한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이 뛰어난 장점이 있는 직업이었다.
2. 초각성기 패치 이후 이러한 장점이 사라졌으며, 오히려 다른 직업들에 비해 안좋아졌다,
3. 딜이 약하지는 않으나, 직업의 단점을 상쇄 할 장점이 없다. (솔직히 생각보다 딜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개고생 하는 것에 비해, 장점 하나 없는 직업을 왜 하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