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블조쿠 여러분. 저는 6블래를 육성 중인 평범한 할망구입니다.
최근 로스트아크 노후화 직업 구조 개선 목록에서 블래스터가 제외된 것에 대해 많은 블조쿠분들이 속상해하셨습니다. 사람들은 블래스터가 가장 먼저 개선되어야 할 직업이라고 입을 모았지만 지금까지 블래스터가 받아온 밸런스 패치는 너프 아니면 패싱 뿐이었죠... 왜 유독 블래스터만 이런 대우를 받는 걸까요.
필자는 이번 패싱에 대해 실망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미 예상했던 결과였기 때문에 체념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한달에 가까운 시간 동안 로스트아크를 놓을 생각까지 했으나... 블래스터에 대한 애정 하나 만으로 로태기를 극복했고, 제가 그동안 느껴왔던 바를 글로 작성해야겠다는 다짐이 섰습니다.
블래스터가 패싱된 이유는, 블래스터는 로스트아크 개발팀에게 건드리기 힘든 일종의 아픈 손가락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1. 아픈 손가락?
아시다시피 블래스터의 스킬들은 단순한 수치 조절로는 근본적인 개선이 어렵습니다. 유틸, 편의성, 거의 모든 방면에서 까면 깔수록 불쾌한 면이 드러납니다. 아래 내용은 제 푸념이므로 무시하셔도 됩니다.
변신캐들 중 유일하게 아이덴티티 게이지 환급이 안 되고, 카운터도 불가능하며, 어느 짤패에선 휠체어가 뽑히기도 하고, 저가 실패 시 강제로 뽑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덴을 탄 상태에서 저스트가드를 성공하려면 모든 동작을 멈춘 상태에서 저스트가드 대상을 바라보고 있어야 저스트가드가 성립되고, 컷씬 이후 강제로 휠체어가 뽑히거나 뽑히지 않을 때도 있고, 모든 스킬에는 선후딜레이가 있고, 바라보는 방향과 헤드에 오차 범위가 있고, 주력기는 전부 예측샷을 해야 하는데 아브렐슈드 순간이동처럼 예측의 예측을 해야 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하나의 사이클을 전부 굴려야 겨우 아덴을 켤 수 있는데 단 하나의 스킬이라도 빗나가면 10~15초는 산책해야 하고, 기껏 아덴을 다 채워도 잡기, 상면 같은 특수 패턴으로 이어지면 바로 내려야 하고,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었던 이미지마저 타 직업들이 치고 올라오면서 로우 리턴이 되어버렸고, 전포를 써야만 아드 유지가 가능한데 전포를 자주 쓰면 마나가 마르고, 음식(에아달린)+만찬+서폿이 없으면 도무지 스킬을 굴릴 수 없을 만큼 느리고, 아예 근접에서 때리거나 아예 멀리서 때려야 하는 스킬 특성상 바드나 도화가와 상성이 좋지 않고, 업데이트를 할 때마다 이상한 버그(체방, 헤드, 스킬 등)가 생기고, 모든 주력기가 AI에 몰려있는데 AI마저 가장 가까운 적을 타겟팅하기 때문에 무적기나 피해 감소 상태의 보스, 혹은 구슬에 딜을 박는 아이러니한 현상까지 생기는 요사스러운 직업
현 블래스터 스킬의 구조를 뜯어고치려면 로스트아크 구조 전체를 손봐야 할 정도로 대규모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는 마치 오래된 건물의 배관을 교체하기 위해 건물을 통째로 들어내야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개발팀 입장에서 엔진 구조 레벨의 대공사가 필요한 직업은 쉽사리 건드릴 수 없는 아픈 손가락이 됩니다. 당장 다른 급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특정 직업 하나를 개선하기 위해 게임의 핵심 엔진을 건드리는 것은 엄청난 리소스와 시간을 요구합니다. 결국 블래스터는 개선의 필요성은 누구보다 높지만, 기술적 난이도 때문에 개선 우선순위에서 계속 밀려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2. 로스트아크는 FSM 기반으로 제작되었다
블래스터 직업의 개선이 어려운 이유는 게임의 엔진 기술적 한계와 깊이 관련되어 있습니다.
게임 속 인공지능(AI)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설계됩니다.
FSM (Finite State Machine, 유한 상태 기계): 캐릭터가 특정 상태에 따라 움직이다가,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다른 상태로 넘어가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몬스터가 '대기' 상태에 있다가 유저를 발견하면 '공격' 상태로, 체력이 낮아지면 '도주' 상태로 전환되는 방식입니다. 비교적 간단한 AI를 만들 때 사용됩니다.
예시) [대기] → (적 발견) → [공격] → (피해 받음) → [회피]
로스트아크는 언리얼 엔진 3로 개발되었고, 언리얼 엔진 3는 BT를 공식적으로 지원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로스트아크는 AI, 스킬, 오브젝트 시스템 등 게임 전반을 FSM 구조로 설계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부분에서, '그럼 상황에 따라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카멘은 무엇인가?' 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카멘 레이드는 BT처럼 보이는 FSM이라는 것이 저의 지론입니다.
카양겔, 아브렐슈드, 일리아칸 같은 이전 레이드 보스들은 특정 조건에 따라 정해진 패턴을 수행하는 명확한 FSM 로직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행동 후 이 조건이 되면 저 행동을 한다"는 식의 흐름이 뚜렷했습니다.
하지만 카멘 레이드부터는 짤패(즉시 반응 유도형 패턴)가 강화되고, 패턴 간의 흐름이 마치 BT처럼 유기적으로 변화하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하지만 이는 실제 BT 구조를 사용한 것이 아니라, FSM 구조를 BT처럼 복잡하게 '짜 맞춘' 형태에 가깝습니다. FSM의 한계 내에서 최대한 BT와 유사하게 보이도록 설계한 것인 만큼, 로스트아크 개발팀은 극악의 환경에서 카멘 레이드를 제작해야 했고, 실제로 카멘이 출시되기까지 수 년이 걸렸습니다.
3. 블래스터 스킬은 FSM에 묶여 있다
블래스터의 핵심 스킬들은 대부분 FSM 기반의 복잡한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ACT, 포탑 소환, 초각성기는 포탑이 생성된 후 가장 가까운 대상을 자동으로 타겟팅, 공격합니다.
공대장이 호출하는 에스더 스킬이나 다른 소환된 오브젝트의 자동 타겟팅/공격 시스템도 모두 FSM 기반입니다. 언리얼 엔진 3 기반에서는 BT 기반 AI 구조나 최신 오브젝트 제어 방식을 적용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포탑 소환: 가까운 적 자동 타격
ACT: 가까운 적 자동 타격
초각성기: 가까운 적 자동 타격
이처럼 블래스터 스킬의 FSM 종속성은 수치를 조정하는 것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앞서 말했다시피, 현재 구조를 변경하려면 엔진을 뜯어고쳐야 할 정도로 대규모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블래스터는 개발팀 입장에서 개선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로스트아크 개발진이 카제로스 이후 레이드 전투 방식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패턴 변경을 넘어선 엔진 개선(언리얼4~5 업그레이드) 또는 새로운 AI/스킬 시스템(신규 BT 시스템 등) 도입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결론적으로 로스트아크가 현재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고 블래스터와 같은 엔진 종속 직업군의 근본적인 개선을 이루려면 게임 패치를 넘어 엔진 구조 레벨의 변화가 필수적이라고 감히 생각해봅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