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트아크 내 장비들은 저마다 테마에 맞는 이름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모험가가 성장하고 계승함에 따라 이야기가 변모하죠. 여기에 군단장 장비는 세트 효과를 고를 수도 있습니다.

▲군단장 세트 장비 목록(국내, 글로벌)
세트 장비명은 모두 직역인데 하나 이상한 것이 끼어 있습니다. Entropy. 사멸은 일본어로도 死滅, 죽어 없어지다로 번역되어 있습니다. 근데 뜬금없이 Entropy라니 상당히 흥미롭죠. 재미있는 건 사멸에 관련된 장비명이 사멸보다는 엔트로피에 더 어울린다는 점입니다.

▲사멸 세트 장비명, 지금은 삭제되어 찾아볼 수 없지만 유물 아브렐슈드 장비로 '메마른 사멸의 밤'도 있었다.
거짓된 엔트로피의 대지
메마른 엔트로피의 밤
드러난 엔트로피의 저주
유인된 엔트로피의 종언
타락한 마수의 엔트로피
카제로스가 자리잡은 페트라니아는 더이상 혼돈의 땅이라 부를 수 없습니다. 붉은 달이 뜬 페트라니아는 감소하는 엔트로피 탓에 혼돈의 기운이 줄어들었죠. 그러자 혼돈의 마녀는 저주에 가까운 예언을 남기고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지금, 카제로스와 군단장은 차근차근 끝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운명의 궤적이 돌고 돌아
만물이 혼돈으로 회귀하는 날.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되리라.
빛과 어둠은 다시 혼돈으로 돌아가
질서를 바로 세울 주인을 정하리라.
순리가 무너져 역리가 되고
역리는 순리가 되어 바로 서리라.
심연의 군주가 돌아오리라.
- 아브렐슈드 레이드 중 마녀의 예언
그런데 타락한 마수의 엔트로피는 무언가 어색합니다. 아마도 혼돈이 이끌어낸 본질이 아니여서겠죠. 3레벨 세트 장비인 '마수의 사멸'과 '타락한 마수의 사멸'은 관조의 빛무리를 이용해 달성합니다. 찬란한 빛이 관조한 사멸의 종언은 타락한 마수의 죽음을 이야기한 것입니다.

▲관조의 빛무리 설명
타락하여 죽음을 맞을 마수는 누구를 지칭하는 걸까요?
마수란 악마와 야수가 합쳐진 단어죠. 글로벌서버에도 Demon Beast로 번역되어 있습니다.
악마와 엔트로피. 딱 떠오르는 것이 있죠?

▲맥스웰의 악마, 뒤섞인 것을 분리해 열역학 제2법칙을 무너뜨리려는 존재
맥스웰의 악마는 대악마 카제로스와 너무나도 닮았습니다. 악마는 우주의 법칙인 엔트로피 증가를 무너뜨리기 위해 칸을 나눠 질서를 정립하려 합니다. 하지만 구분하려 들수록 악마가 감당할 엔트로피는 증가하죠. 심연은 언제까지고 혼돈을 담을 수 없습니다.
오르페우스와 아크라시아를 창조했던 루페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는 혼돈만이 존재하던 곳에 별을 만들고 질서를 깨뜨리는 아비와 자식을 추방하고 멸했죠.
그렇다면 빛무리가 일리아칸의 눈동자에서 얻어낸 '타락한 마수의 사멸'이란 무엇일까요?

▲ 타락하자 악마에서 물질 타입으로 변한 바즐라, 그는 공교롭게도 질병군단 소속이었다.
타락한다는 것은 물질이 되는 것. 물질로 돌아간 악마는 더이상 외부의 존재가 아닌 엔트로피의 일부입니다. 통제할 심연도 질서도 없는 두 별은 점차 엔트로피가 증가해 차원의 경계가 흐릿해지겠죠.
빛과 어둠은 다시 혼돈으로 돌아가
질서를 바로 세울 주인을 정하리라.
- 아브렐슈드 레이드 중 마녀의 예언
심연은 엔트로피로, 고립계는 혼돈으로. 모든 것이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는 것. 그것이 눈동자가 말한 사멸의 종언이자 군단의 원대한 계획일 것입니다.
그렇게 끝없이 증가하는 엔트로피는 더이상 '사멸'이라 부를 수 없겠죠. 더이상 죽어서 사라질 무언가가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