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하일은 서폿도, 탱커도 아닙니다.
미하일은 딜탱, 즉 '브루저'의 모습이 가장 현재의 미하일에게 맞습니다.
"반격하여 강력한 공격을 할 수 있습니다."
미하일의 설명에 적혀있는 말입니다.
지난 2년간 미하일의 밸런스 조정 패치를 살펴보면,
모두 성능의 총량은 거의 그대로 두고, 그 안에서 실전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 변치 않는 '성능의 총량'은, 사실상 제작진이 보고 있는 '기준선'이라고 보아도 무방하겠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들곤 합니다.
미하일은 현재, '강한 공격을 할 수 있습니다'라는 설명이 무색하게도,
유사여건을 가진 직업의 동차수 스킬에 비해 현저히 낮은 피해량의 5차기,
타 직업과 비교될 만큼 낮은 데미지 등으로 인해
유저들 내부에서 캐릭터의 성능을 척도삼는 지표인 무릉, 수로 등의 컨텐츠에서 하위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즉 '기준선'이 낮게 잡혀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고 보이는데요.
이 '기준선'이 낮게 잡혀있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유저의 입장에선 제작진의 생각을 크게 두 가지로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 미하일은 까다롭지만 짧은 지속시간과 높은 가동률의 무적시간을 통해 공격 효율을 만들어 내는 '딜 효율' 캐릭터이기 때문에, 딜 효율과
- 미하일은 '탱커/서포터' 등 딜링에 주력하는 역할이 아니기 때문에, 공격 능력이 높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미하일이 딜 효율 플레이스타일의 캐릭터인 것은 확실한 부분이나, 비슷한 딜 효율 캐릭인 듀얼 블레이드나 팬텀이
미하일보다 뛰어난 실전 성능을 보이는 것이나, 현실적으로 실전에서 공격시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극딜'시간이
바인드나 보스 자체의 기절 시간 등으로 인해 그 차이가 많이 퇴색된 점 등, 미하일이 딜 효율 캐릭이라는 점이 미하일만이 유독 '공격 성능'의 기준선을 낮게 책정받아야 할 까닭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저는 제작진이 2번과 같이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판단합니다.
탱커? 서포터?
미하일은 일반적으로 막강한 개인 생존 유틸과 더불어 파티원의 피해를 경감시키는 기술을 가짐으로 인해 '탱커'나, '서포트'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미하일은 파티에서 서포터 역할로서는 그다지 선호되지 않는 직업이기도 합니다.
왜 그런지 한번 볼까요.
RPG에서 탱커라고 하면,
- 보스의 어그로를 끌어 공격을 자신에게 유도하며,
- 개인 생존기나 치유 담당의 치유를 통해 파티가 받을 공격을 단단한 자신이 감당하는 역할로서
파티의 '방패'나 '장벽'같은 존재입니다.
그러나 지금껏 이야기한 요소 중에 단 하나라도 적용되는 점이 있는지 볼까요.
어그로 개념은 메이플에 없다시피 한 개념이고, 자신에게 공격을 유도할 수 없으며
설령 가능했다 치더라도 맵 전체 패턴이 난무하는 메이플에선 의미없는 행위입니다.
파티가 받을 공격을 자신이 감당하는 역할은,
비슷한 기능을 하는 '소울 링크'가 있으나
이 기술은 피해량의 20%만을 분산하며 (즉 홀로 감내하여 버티는 것이 아닌 그저 보조적인 피해 분산 정도.)
그마저도 조금이라도 포지셔닝이 뒤떨어지면 아무 소용이 없어지는 특징에다,
현재 메이플 보스의 거의 모든 공격이 체력 비례 데미지인 것이 더해지면
플레이어간 단단함의 차이 자체가 의미가 없어, 탱킹이라고 하기도 민망합니다.
탱커라는 역할이 없는 게임의 탱커인 꼴이며,
이런 이유로 사실상 탱커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서포터로서는, 미하일은 라이트 오브 커리지, 로 아이아스라는 보호 특화 파티 유틸을 갖고 있습니다.
이것들은 모두 직접적인 치유 보다는 보호의 이점을 주는 버프를 걸어주는 형식의 기술이니,
만일 서포터 역할군 내의 역할로 따져본다면, 버퍼(Buffer)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실제로 파티 유틸로는 극히 제한적인 성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라이트 오브 커리지의 보호막은 분명 최대치로 따졌을 땐 슈퍼 세이브가 가능할 만한 양이나,
보호막이라는 것의 태생적인 단점인 '까이면 그걸로 끝'이라는 점과,
그마저도 자체적으로 점점 줄어들어 없어지는 탓에 상당히 안정적이지 못한 모습을 보이며,
로 아이아스는 현재 양자택일성 기술로서 커다란 결함을 가지고 있으며,
최종 데미지 30%와 맞바꾸어야 할 만큼 로 아이아스가 절실하게 필요한 구간이 현실적으로 존재하지도 않는데다,
메이플스토리 대부분의 공격 패턴은 협동이 아닌 개인이 알아서 회피하거나 파훼하는 것으로 생존이 가능하게 짜여진 공략 특성상,
보호 기능으로서는 실제론 쓸모가 없는 수준이며 사실상 미하일 개인 공격 버프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타 직업의 기술과 빗대어 경쟁력을 비집고 찾아보아도,
비숍의 쉘, 프레이,
배틀 메이지의 쉘터와 오라 효과,
은월의 분혼격참 등이 내는 막강한 파티 시너지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 없습니다.
파티를 여러모로 보조하고 파티의 한계를 높이는 서포터라는 역할로서 보자면, 파티 유틸로서는 극히 제한적인 서포트 성능을 가지고 있는 미하일의 기술들은, 그저 '내가 살려고 썼는데 파티원도 같이 살더라' 정도의, 극히 보조적인 부분으로만 자리하고 있습니다.
서포터로서 정체성을 규정하기도 어렵습니다.
사실상, 그리고 현실적으로 미하일의 파티 내 역할은 '격수' 즉 공격 전담인 딜러입니다.
그 누구도 굳이 미하일을 서폿으로 기용하지 않습니다.
미하일은 근딜, 그 중에서도 브루저의 모습과 가장 알맞습니다.
- 근접하여 공격하는 전사이며
- 근접전을 위해 피해를 한 두개 정도의 탱킹 능력을 통해 어느 정도 개인이 우직하게 버틸 수 있으며
- 이 '버텨내기'를 통해 싸움에서 딜 교환에서 우위를 점하며, 반격의 기회를 만들 수 있으나,
- 탱킹에 조건부가 많고 빈틈이 많으며,
- 기동성이 전반적으로 부족함
이것이 브루저=딜탱의 특징입니다.
그냥 딱 현재 메이플스토리에서 미하일이 가지고 있는 모습이나 다름없습니다.
이러한 점을 제작진이 인지하고 있는 지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제작진은 아직도 서폿이냐 딜러냐의 물음에 대해서 밸런스적으로 뚜렷하게 답을 내어주지 않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오히려 성능은 서폿이나 역할과 실전은 딜러인 역할 모호의 애매만이 남아서
유저들로 하여금 '컨셉을 정해는 놓은 건가?' 라는 생각을 하게끔 만들고 있습니다.
탱커로는 탱커 없는 게임의 탱커로 쓸모가 없고,
서포터로는 극히 제한적인 서포팅에 생존 이외의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려움과 동시에, 게임 내 실전의 모든 생존 자체가 개인 피지컬로 해결되는 점,
딜러로는 뭔가 서포터에 맞춰진 듯한 딜.
뭐 하나 내세울 게 없는,
탱커 없는 게임의 탱커, 서포트 할 깜이 없는 서포터, 딜 안나오는 딜러.
이게 현재의 미하일입니다.
미하일은 로얄 가드의 존재가 있는 한, 브루저로 기능하는 것이 맞습니다.
여러 사실과 현실적인 모습이, 미하일은 결국 딜탱인 브루저의 모습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때문에,
앞으로의 패치 방향도 그러한 기능을 할 수 있게 딜러에 맞는 수치적 기준점이 요구됩니다.
서포터로서의 기준선은, 유지할 가치가 없습니다.
제작진들이 미하일에 대한 개선을 할 때 브루저, 즉 딜러에 알맞는 수치로서 재고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예상되는 물음에 대한 선답변 :
Q1. 그렇다면 서폿/딜러 선택권을 주면 되지 않나?
-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양자택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로 아이아스입니다. 메이플스토리의 현 시스템 상으로는 역할군을 바꿀 수 있는 선택권을 깔끔하게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 자체가 없습니다.
Q2. 그럼 서폿을 강화해 주면 서폿으로 쓰일 수 있다는 말인가?
- 그런 선택을 할 바에는 차라리 새 직업을 만드는 것이 더 나을 것입니다. '보조'라는 표현을 쓴 이유가 이것인데, 미하일의 서폿 능력은 매우 제한적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생존' 면에서만 보면, 성능이 나쁜 편이 아닙니다. 상시 뎀감 20%와 슈퍼 세이브가 가능한 파티 보호막의 존재는 결코 낮은 수준의 파티 유틸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용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