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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란] 사라진 눈송이

악남님
댓글: 1 개
조회: 84
2026-09-12 07:16:32

"많이 지치고 있는 것 같아요,
 조금은 쉬러 가보아야겠어요"

소식을 들으며 신난 마음으로 날아왔던 하나의 눈송이가 있었고,
어째서인지 실망감을 안긴 채 떠나간 하나의 눈송이가 있었다.

목장에는 네 마리의 동물과 나풀거리는 풀잎들과
오랜 추억이 담겨 있는 나무 집을 찾아갔던 눈송이,

목이 많이 말랐던 눈송이는
좋아했었던 맥주잔을 들고
우물을 찾아내어 담아냈다,

얼음을 찾아 냉동고를 열어 보았으나
오랫동안 얼어 있었던 속이 하얀 얼음,

한 번도 밟히지 않았던 눈처럼

성에가 곧게 끼어버린 냉동고,

좋아하는 초콜릿 간식들은
모두 유통기한이 지나갔고,

툭 떨어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커다란 고드름이 부서져 있었다.

차갑고도 따뜻했던 마음이 사라진 자리에는
공허하고 쓸쓸해진 마음이 자리를 잡고 있다.

집 안 곳곳을 청소하기 시작했지만
오래 비워둔 탓인지 먼지가 많았고,

창을 지난 태양빛은 눈에 보일 만큼 선명했었다,
그 탓인지 집 안은 금세 따뜻해져 버린 것 같았고,
붕 떠버린 나의 몸을 보니 점차 사라지고 있었다.

"이제 떠날 수 있게 되었어요"

소리 없이 내려앉고, 가볍게 날아가고,
한 번도 얼룩진 적 없었던 흰 눈송이는
휘황찬란한 빛을 받으며 마지막 온기인
찰나의 아름다움을 뒤로한 채 사라졌다.

Lv6 악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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