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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데나] 두 가지 유행하는 인식에 대하여

카데나꿈나무
조회: 365
추천: 1
2026-09-13 16:07:54

밸런스 논의에서 거의 전제처럼 깔려 있는 두 문장이 있습니다. 이 두 문장을 각각 뜯어보려 합니다.


■ 전제 1. "메이플은 P2W 게임이다. 그러므로 같은 돈을 쓰면 같은 output이 나와야 한다"


메이플이 P2W 요소를 가진 게임인 것은 맞습니다. 문제는 P2W를 이분법으로 다룬다는 점입니다.

P2W는 있다/없다가 아니라 연속적인 축(spectrum)입니다. 어떤 게임은 방치형이라 강한 재화를 뽑았느냐 아니냐 하나로 PvP 결과가 결정되고, 어떤 게임은 경험치 부스트 정도만 팝니다. 실제로 학계에서 쓰는 정의도 이 연속성을 전제합니다. Zendle 등(2020, PLOS ONE)은 현실 화폐를 게임 내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무언가와 교환할 수 있는 모든 경우를 P2W 결제로 잡는데, 그 예시로 든 것이 싱글플레이인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의 레벨업 부스트입니다. 즉 PvP가 없어도 P2W일 수 있고, 반대로 경쟁 컨텐츠를 운영하면서 P2W 강도를 극단까지 올릴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완전한 P2W"란 같은 금액을 쓰면 정확히 같은 결과가 나오는 상태를 뜻한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그건 밸런싱의 목표가 아니라 P2W 축의 극단값일 뿐입니다. 우리가 실제로 합의해야 할 것은 "이 게임이 그 축의 어디쯤에 놓여야 하는가"이지, "P2W니까 자동으로 극단으로 가야 한다"가 아닙니다.


그래서 "P2W 게임이니까 전 직업 output 차이가 나면 안 된다"는 논리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이 주장은 P2W를 어디까지 허용할지에 대한 논의를 건너뛴 채, 결론만 가져온 것입니다. 결제액과 성능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어떻게 직업별 플레이 경험의 다양성을 없애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지는지, 그 사이의 논증이 비어 있습니다.


■ 전제 2. "결과적 평등을 위해 직업 특색과 플레이 다양성이 훼손되는 것은 감수해야 한다"


연계 직업 너프를 주장하는 거의 모든 글에 공통으로 깔려 있는 가정입니다. 두 층위(layers)로 반박하겠습니다.


먼저 제가 이해하는 RPG 밸런싱의 구조부터 설명드려야 해서 글이 길어집니다. 수식이 싫으시면 아래 두 문단은 건너뛰고 '결론' 부분만 읽으셔도 됩니다.


각 직업이 n차원 공간의 한 점으로 존재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여기서 n개의 축은 유틸과 데미지로 환원되는 직업적 특색의 총체입니다. 서로 완전히 독립일 필요는 없고, 하나가 다른 하나로 환원되지 않기만 하면 됩니다.


같은 돌진기라도 이동 거리, 선딜, 후딜에 따라 성격이 크게 다릅니다. 카데나는 돌진 거리를 조절하고 데미지를 조금이라도 올리려고 평타 1타를 선딜에 섞기도 합니다. 호영의 토파류는 1타 이후 2타에서 정해진 거리를 이동하고, 파초풍은 직선으로 돌진하지 않으며 별도의 조건까지 요구합니다. 이 외의 유틸기도 모두 직업 설계 단계에서 그 직업의 특성을 고려해 만들어진 것들입니다.

이제 이 n차원의 점들을 '난이도 – 실전 데미지'라는 2차원 평면으로 사영(projection)합니다. 그리고 평면 위의 점들에 회귀선을 하나 긋습니다. 난이도가 높을수록 실전 데미지가 높아지는 관계가 나오겠죠. 직선일 필요도 없고, 상관관계만 있으면 됩니다. 이것이 곧 하이리스크-하이리턴, 로우리스크-로우리턴의 구조입니다.



왼쪽이 n차원 특성 공간, 오른쪽이 사영된 평면과 회귀선입니다.


첫 번째 문제 — 회귀선 위에 배치하는 것과 한 점으로 모으는 것은 다릅니다

저는 밸런싱에 찬성합니다. 다만 밸런싱은 직업들을 이 회귀선 '위에' 배치하는 작업이지, 모든 직업을 하나의 점으로 수렴시켜 비슷한 난이도와 비슷한 실전 데미지를 강요하는 작업이 아닙니다. 난이도 대비 리턴을 조정해서 회귀선의 기울기를 바꾸는 것까지는 저도 찬성합니다. 하지만 모든 직업이 같은 난이도와 같은 데미지를 강요당한다면, 그건 RPG의 재미를 상당 부분 없애는 일입니다. 선택지가 사실 상 하나뿐인 선택에는 의미가 없으니까요. 물론, 스킬 생김새는 다 다르겠지요. 


두 번째 문제 — 한 점 수렴을 달성하는 '방법'이 더 심각합니다

앞서 말한 n차원의 복잡한 이질성을, 모든 직업이 공용으로 쓰는 저차원의 무언가로 통일하는 방식으로 밸런싱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2차원 평면에 사영하기도 전에, 원래의 다차원 자체를 죽여 버리는 것입니다. 회귀선 위에서의 위치를 조정하는 것과, 축 자체를 없애 버리는 것은 완전히 다른 작업입니다.

제가 잘 아는 직업이 호영과 카데나뿐이라 이 둘로만 말씀드리면, 두 직업 모두 고유 특성을 거세하는 방향으로 패치가 이어져 왔습니다. 이번 패치에서 엿보이는 기조도 앞으로 계속 그럴 것 같아 특히 실망스럽습니다.


■ 글을 마치며


본문에도 썼지만 저는 밸런싱과 버프·너프 자체를 반대하지 않습니다. 다만 지금의 기조가 충격적입니다.

여러 직업에 대해 높은 수준의 이해도를 갖추기는 어려운 일이니, 이질성을 줄이는 쪽으로 관리 비용을 낮추려는 판단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차라리 매몰비용을 줄여주고 본캐를 바꾸는 비용을 낮춰주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지금처럼 직업끼리 첨예하게 대립하는 구도도 상당 부분 완화될 겁니다. 게임사 수익에는 도움이 안 될 테니 안 되겠지만요.

벨로나 바닥과 천장 기믹을 보고도 못 피하는 사람이 있고(알x), 대적자 패링 성공률이 8할이 안 되는 사람도 있습니다(타x). 카데나를 극한까지 깎는 사람이 있고(식x땐), 아델을 연구하듯이 깍아서 보스 치는 랭커(팡x요)도 있습니다. 각자 자기한테 맞는 직업을 골라 키우는 재미를 느끼면 되는 것 아닌가요. 상대적 박탈감을 줄인다는 명분으로 게임성을 이렇게까지 없앨 수 있는지, 착잡합니다.

Lv1 카데나꿈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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