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다량으로 키우는 주인이 있다. 주인이 조사한 결과 이 거위가 낳은 알은 시장에서 그 알의 크기에 비례한 가격을 형성한다고 한다.
주인에게는 여러가지 걱정거리가 많을 것이다. 수익이야 있지만 거위도 수명이 있다. 거위가 죽어버리면 뭘 먹고 살까? 이젠 거위 2세도 길러야 한다. 전에는 거위만 키우면 되었는데 이제는 새끼 키우기 ㅡ 라는 새로운 Quest가 추가된 것이다. 키우던 대로 하면 되지 않느냐고? 새끼 키우는 데는 여러가지 변수가 많다. 못 믿겠으면 메이플 캐릭터라도 키워보라. 퍼템값만 해도
새로운 퀘스트가 하나이면 다행이지만, 보통 몇개는 나오는게 사람 인생사가 아닌가? 경기가 침체되어 '황금'알이 안 팔린다면? 갑자기 사료값이 천정부지로 뛴다면?
끔찍하다. 그 주인에게 문뜩 떠오른 생각이 있다. 바로 알 크기를 키우는 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는 화학 물질을 투여하는 것이다. 뭐 주인도 안정성이 보장되는 알 크기 키우는 물질을 투여하고 싶어할 것이다만 그런 물질이 어디 있겠는가. 주인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지금까지 이 거위가 낳은 알은 크기에 비례한 가격을 책정받았고, 또 여러가지 암초를 만나더라도 공통적으로 먹히는 해결책 ㅡ 즉 (가격) x (판매량) 에서 판매량을 그대로 유지 혹은 더 높이면서(프리미엄) 가격을 높이는 ㅡ 이 바로 이 방법이라고. 그리고 거위에게 이 물질을 주사하기 시작했다.
효과는 완벽했다. 황금 거위알 크기는 2배로 늘어났고 이는 시장에 대 혁명을 불러왔다. 기존의 황금 거위알들은 다 고만고만한 수준에서 도토리 키재기식 경쟁을 했었으나 이번 타격은 그냥 만루홈런인 것이다. 그리고 이 주인은 시장의 독점적 우위를 점하게 되었다. 결국 나머지 거위 양육자들은 대규모 경쟁에서 완전히 배제되었고 소규모 단체로서 극히 작은 지역에만 황금 거위알을 파는 형태로만 양육자들이 남게 되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것도 업자 입장에서 좋을 건 없다.
그런데 한가지 문제가 생겼다. 황금 거위알의 품질이 예전같지 않기 때문이다. 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는 화학 물질 덕분이다.
이제 사람들 사이에서는 ㅡ 황금 거위알 ㅡ 은 크기만 클 뿐 품질은 좋지 않다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물론 그나마 경쟁에서 살아남은 소규모 단체들의 황금 거위알은 크기와 품질을 어느정도 보전하고 있을 지 모르겠으나; 소비자는 그런 것까지 알고 있지 않고 알아도 도움이 안 된다.
결국 그 인식때문에 사람들의 황금 거위알에 대한 관심은 날로 떨어져만 갔다. 생각해보면 거위알만한 황금 공급원이 별로 없는데, 다시 말하면 황금 거위알은 황금 공급원으로서 정말 좋은 역할을 할 수 있는 item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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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들은 황금 거위알을 무작정 싫어하려고 한다. 크기만 크지 안에 황금은 별로 들어있지도 않은 속 빈 강정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의 자식이 황금 거위알을 사려고 하면 그건 정말 실속없고 나쁜 템이라고 하면서 말린다.
왜 황금 거위알의 실상은 잘만 쓰이면 좋은 아이템인데 나쁜 아이템이 되어 버린 걸까? 모르겠다.
여하튼 이 사회는 황금 거위알이 아니라 직접 노가다로 황금을 얻으면서도 아이 좋아라 ㅡ 하면서 잘 돌아갈 것이다.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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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대부분을 지배하고 있는 그 한명의 양육자의, 자신의 이익만을 바라본 조그만 행동 하나가 전체 시장을 죽일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양육자에게 무조건적인 책임을 전가할 순 없겠죠.
그 행동은 그 양육자의 수익을 최대로 만드는 선택이었겠죠? 그렇지만 시장, 또 사회를 바라보았을 때는 최대라는 글자가 갑자기 '최소'로 돌변할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