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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좀비와 마녀와 눈물 5

올뺌이a
조회: 707
추천: 1
2025-09-24 00:33:21

 

 

 

 

약간의 현기증과 함께 메리엘은 눈을 떴다.

 

 

여기는...?”

 

 

메리엘은 당황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비취색 수정으로 가득한 동굴 속 통로. 기괴하게 생긴 석상들이 들고 있는 횃불이 나아갈 길을 비추고 있었다.

 

 

음산하기 짝이 없는 것이 시험 장소가 아니라 꼭 던전 최심부 같은 풍경이었다. 안으로 들어가면 보스 몬스터가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았다.

 

 

엘나스는 물론, 빅토리아 아일랜드에서도 이런 전혀 본 적이 없었다. 그나마 슬리피우드의 저주받은 신전과 조금 비슷한 느낌이 들기는 했다.

 

 

설마 이상한 데 떨어진 거 아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가능성은 마법에 문제가 생겨서 엉뚱한 장소에 도착한 것이다. 마법진에 누군가 수작을 부린 것이다. 그렇다면 썩 좋지 못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로는... 그냥 제대로 왔을 가능성도 있었다. 생긴 게 조금 위협적일 뿐, 여기는 시험장이 맞고 걱정할 건 하나도 없을 수도 있다.

 

 

메리엘은 침을 꼴깍 삼켰다.

 

 

제발 두 번째... 제발 두 번째...’

 

 

뒤쪽을 살폈으나 막혀 있었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은 없어 보였다.

 

 

가만히 앉아서는 무엇이 맞는지 알 수 없었다. 메리엘은 석상이 비추는 길을 따라 이동했다. 고요한 동굴 안에서 메리엘의 발소리만 맴돌았다.

 

 

복도의 끝에 다다르자 거대한 공동이 나타났다.

 

 

저건 뭐지?”

 

 

다른 것보다 밝게 빛나는 수정이 있었다. 메리엘은 그곳에서 마법적인 기운을 느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다가가던 중,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움직이는 기척이 느껴졌다.

 

 

메리엘은 즉시 스태프를 겨누고는 잔뜩 긴장한 채 소리가 난 곳을 노려보았다.

 

 

어라?”

 

 

어둠 속에서 나타난 것은 뜻밖의 인물이었다.

 

 

하얗게 센 기다란 수염을 지녔으며, 별이 새겨진 하얀 고깔모자와 로브를 입고 있는 노인. 엘리니아의 마법사라면 모를 수가 없었다.

 

 

하인즈 님?”

 

 

메리엘을 비롯한 수많은 마법사들의 스승이자, 위대한 대마법사 하인즈. 갑작스럽게 나타난 그의 모습에 메리엘은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

 

 

엘리니아에 계신 거 아니었어요? 여기에는 어쩐 일이세요? 설마 제 시험 때문에 이런 곳까지 오신 건 아닐 테고...”

 

 

메리엘은 말끝을 흐렸다. 낌새가 이상했기 때문이다.

 

 

하인즈는 메리엘의 아무런 대답 없이 무뚝뚝한 얼굴로 메리엘을 바라보았다. 아니, 단순히 무뚝뚝한 정도가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바위나 인형 같은 무기물과도 같은 느낌이었다.

 

 

하인즈 님...?”

 

 

메리엘은 조심스럽게 다시 한번 하인즈를 불러보았다. 하인즈라 불린 그것은 대답 대신 다른 것을 돌려주었다. 그것의 주위에 무수한 얼음 결정들이 떠올랐다.

 

 

무슨...!”

 

 

그것들은 매서운 속도로 메리엘에게 쏟아졌다.

 

 

파바바박!

 

 

꺄아악!”

 

 

메리엘은 미처 피하지 못하고 정통으로 직격당했다. 뒤로 날아간 메리엘은 단단한 수정에 부딪히고는 바닥에 떨어졌다.

 

 

메리엘은 신음을 흘리며 일어섰다. 입가에서 피가 한 줄기 흘러내렸다. 메리엘은 빠르게 머리를 회전시켰다.

 

 

저건 하인즈 님이 아냐. 하인즈 님이 갑자기 날 공격할 리가 없어.’

 

 

그리고 진짜 하인즈가 진심으로 공격했다면 눈 깜짝할 사이에 선 채로 죽었을 것이다. 이런 얼음 결정 따위를 날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순간 메리엘은 장로의 관저에서 들었던 타일러스의 말을 떠올렸다.

 

 

설원의 성지의 성스러운 돌을 통해 이동한 장소에서 검은 부적을 가져오게.’

 

 

메리엘은 그제야 깨달았다.

 

 

설마 저게 검은 부적을 가지고 있는 거야?”

 

 

하지만 가짜 하인즈의 어디에서도 검은 부적 같은 것은 발견할 수 없었다. 메리엘은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려 했으나, 포기해야 했다. 이번에는 맹렬히 타오르는 불덩이가 날아왔기 때문이다.

 

 

메리엘은 다급히 텔레포트를 사용해 자리를 벗어났다. 메리엘이 있던 장소로 날아간 불덩이는 굉음을 내며 폭발했다. 수정이 산산이 부서지며 조각이 사방으로 날렸다.

 

 

메리엘은 식은땀을 흘리며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번에도 맞았으면 분명 크게 다쳤을 것이다. 메리엘은 가짜 하인즈를 바라보았다.

 

 

표정도 없고 말도 없는 녀석이었지만, 멈출 생각이 없다는 것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

 

 

신성한 빛이 메리엘을 휘감았다. 입가에서 흐르던 피가 멎었다. 매직 가드로 대부분의 피해를 막아냈기 때문에, 힐 한 번으로 입은 피해를 전부 회복할 수 있었다.

 

 

메리엘은 가짜 하인즈를 향해 스태프를 겨눴다.

 

 

쏟아지는 마법을 방치하고 다른 일을 할 수는 없다. 설령 저게 검은 부적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우선은 저것을 쓰러트려야 검은 부적을 찾든 말든 할 수 있다.

 

 

이런 거였구나. 하지만... 모르겠어. 대체 왜?”

 

 

메리엘은 의문이 가득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메리엘의 스태프 끝에서 빛이 피어올랐다.

 

 

 

-----

 

 

 

메리엘이 사라진 뒤, 하셀은 분주히 움직였다.

 

 

해가 지기까지 남은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다. 주변에 몬스터가 없다는 것은 큰 장점이니 오늘 밤은 여기서 지내는 것이 좋아 보였다.

 

 

 

하셀은 주변의 커다란 바위들 사이에서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적당한 크기의 틈새를 찾아냈다.

 

 

바닥의 한기를 막을 수 있게 모포를 깔고, 나뭇가지를 꺾어 모아 모닥불을 피운 뒤, 냄비를 올리고 눈과 육포, 곡물가루를 넣어 끓였다.

 

 

시험이 끝나면 피곤하실 테니, 미리 준비해 둬야지.’

 

 

순식간에 야영 준비가 끝났다. 적어도 이런 부분에서 하셀은 숙련된 모험가였다. 지금보다 더 어릴 때부터 잠자리를 찾는 법, 불을 피우는 법 등 모험에 필요한 수많은 기술을 익혀온 덕분이다.

 

 

이제는 메리엘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하셀은 무심결에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벨은 어딜 갔는지 한참 동안 보이질 않았다. 어디서 사냥이라도 하는 것 같았다. 조금 걱정되긴 하지만 똑똑한 녀석이니 아마 괜찮을 것이다.

 

 

길고 지루한 시간이 이어졌다. 하셀은 장작이 타들어 가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 이렇게 하는 거야. 신기하지? 다음에 써먹을지도 모르니까 잘 기억해 놔.’

 

 

문득 부싯돌을 사용하는 법을 처음 배웠을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부싯돌을 내리치며 불씨를 피워 올리고는 뿌듯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형의 모습이 선명했다.

 

 

정작 하셀은 그저 정신없이 감탄하기에 바빠서 설명 같은 것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었지만.

 

 

하셀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하셀의 형은 하셀에게 많은 것들을 가르쳐주었다. 잠자리를 찾는 법, 불을 피우는 법, 눈으로 집을 짓는 법 등 모험에 필요한 수많은 기술 대부분이 형에게 배운 것이다.

 

 

형은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어머니나 항상 병상에 누워 계시던 아버지를 대신해서 가장 노릇을 해왔다.

 

 

생계를 마련하기 위해서 어떤 일이든 마다하지 않았다. 낮에는 무거운 짐을 나르거나 허드렛일을 했고, 밤에는 삯바느질을 했다. 일이 없을 때는 구걸을 하는 날도 적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활에 재능이 있음을 발견한 뒤로는 사냥꾼이 되었다. 형은 다양한 일을 하며 배운 것들을 시간이 날 때마다 하셀에게 가르쳤다.

 

 

하셀이 잘 기억하지 못할 때는 답답해하기도 하고, 가끔 귀찮아하기도 했다. 그래도 하셀은 형을 늘 졸졸 따라다녔다.

 

 

뭐든지 해내는 형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활을 배우려 하기도 했었다. 활에는 재능이 없다는 걸 깨닫고 일찌감치 포기하긴 했지만.

 

 

그랬던 형이 행방불명됐다. 다른 사람들은 찾으려고 하지도 않았다.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다. 하늘이 변덕스러운 시기니까. 한 사람을 찾기 위해 다른 사람들까지 위험해질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기는 힘들었다. 그래선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점점 원망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말렸음에도 기어코 나간 형, 찾으러 나가지 않는 이웃들, 누워만 있는 아버지, 약해 빠진 자신, 그냥 온 세상이 원망스러웠다.

 

 

내 말은 듣지도 않더니... 꼴 좋다. 이참에 혼 좀 나보라지.”

 

 

형이 쉽게 죽을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았다. 산에 발을 들였다가 돌아오지 못한 사람을 수도 없이 봐왔다. 형이 그런 사람 중 하나가 될 거라고는 상상도 하고 싶지 않았다.

 

 

분명 멀쩡히 돌아와서는 진짜 죽을 뻔했다고 너스레를 떨며 밥이나 달라고 할 것이 틀림없다.

 

 

하셀은 그리 믿으려 애쓰며 울적한 표정으로 무릎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갑자기 성스러운 돌의 마법진이 빛나기 시작했다. 하셀은 고개를 들어 성스러운 돌을 바라보았다. 곧이어 허공에서 사람의 형체가 나타났다.

 

 

메리엘이었다. 하셀은 굳어 있던 표정을 억지로 풀어내고는 일어나서 메리엘을 마중하러 갔다.

 

 

고생하셨어요... 어떻...”

 

 

하셀은 중간에 말을 멈췄다. 분위기가 그다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메리엘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결과가 좋지 못한 것 같았다.

 

 

하셀이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는 사이 하셀을 발견한 메리엘이 먼저 다가왔다.

 

 

. 하셀. 오래 기다렸지?”

 

, ... , 아니에요...”

 

 

하셀은 모닥불을 피워놓은 곳으로 메리엘을 안내했다. 그동안에도 하셀은 조심스럽게 메리엘의 눈치를 살폈다. 그것을 알아차린 메리엘은 의아한 듯 물었다.

 

 

왜 그래? 나 몰래 뭐 맛있는 거라도 먹었어?”

 

그런 건 아니고요. , 나오셨을 때 표정이 좀 안 좋으시길래...”

 

? 내가? 그랬었나?”

 

 

메리엘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냥, 좀 이해가 잘 안되는 게 있어서 그랬나 봐.”

 

이해가 잘 안되는 거요?”

 

뭔지 말해주기는 힘들 것 같네. 알다시피 시험 내용은 비밀이잖아.”

 

뭐예요. 괜히 궁금하게 만들어놓고는. 그럼 결과는 합격인 거예요?”

 

그건...”

 

 

 

메리엘의 고개가 떨어졌다. 하셀은 더 질문하지 않고 그릇에 수프를 담아 내밀었다.

 

 

훌쩍... 고마워.”

 

 

여태껏 끓고 있었기에 몹시 뜨거운 상태였다. 두 사람은 호호 불어가며 수프를 먹었다. 조용한 식사가 이어지던 와중, 메리엘이 말했다.

 

 

내 볼일은 끝났는데, 이제 어떡할 계획이야?”

 

오늘 밤은 여기서 보내고 날이 밝는 대로 경계를 넘어서 날카로운 절벽 쪽으로 들어가 볼 생각이에요.”

 

날카로운 절벽?”

 

. 옛날에 폐쇄된 광산 쪽으로 향하는 절벽의 이름이에요.”

 

괜찮겠어? 아까만 해도 엄청 무서워했잖아.”

 

 

하셀은 절벽을 건너던 때의 기억을 떠올렸는지 안색이 파랗게 질렸지만, 헛기침을 하고는 마음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어떻게든 참아내야죠.”

 

걱정인데... 몬스터도 물론 있겠지? 어떤 것들이 있어?”

 

이 앞에는 예티 종류들, 더 들어가면 웨어울프가 나와요. 웨어울프는 너무 위험해서 거기까지 가지는 않을 거예요.”

 

... 예티는 구체적으로 얼마나 강해?”

 

예티는 3차 전직을 한 사람은 혼자서도 무리 없이 상대할 수 있다고 들었어요. 어쨌든 메리엘 씨도 3차 전직에 도전할 정도의 실력이 있으시니까, 다 같이 이동하면 큰 문제는 없을 거예요.”

 

메리엘은 깜짝 놀랐다.

 

 

생각보다 강한데? 정말로 혼자서 그런 델 가려고 했어? 일반적인 상황만 가정하는 것 아무 의미도 없어. 몬스터를 상대하는 건 항상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법이야. 잘못하면 정말 죽을 수도 있어. 혹시 몬스터 무리를 마주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

 

 

메리엘은 엄하게 말했다. 하셀은 형 일로 판단력이 흐려진 상태가 분명했다. 모험가라면 최악의 상황까지 가정해야 한다. 아무리 가족이 소중해도, 생명이 걸린 일이라면 신중해야 한다.

 

 

하셀은 살짝 주눅 든 목소리로 말했다.

 

 

그럴 때를 대비해서 포션이랑 마을 귀환 주문서도 가져오기는 했는데...”

 

귀환 주문서? 비싼 물건일 텐데, 나름 준비를 하긴 했구나.”

 

 

메리엘은 곤란한 듯 잠깐 고민하고는, 말을 이었다.

 

 

이래도 될지 참... 약속은 약속이니까 일단 도와주기는 하겠지만, 이건 미리 말해둬야 할 것 같네. 사실 말이야, 나는...”

 

 

그때, 먼 위쪽에서 어떤 소리가 들렸다. 낮에 들었던 소리다. 성지로 가는 길을 열어주는 마법진이 열리는 소리. 하셀과 메리엘의 고개가 동시에 한 방향을 향했다.

 

 

곧 두 사람은 충격적인 광경을 보게 되었다.

 

 

통로로부터 나타난 것은 아름다운 은빛으로 빛나는 매였다. 하셀과 메리엘도 잘 아는 새였다. 하지만 무언가 이상했다.

 

 

하셀의 동공이 세차게 흔들렸다.

 

 

?”

 

 

 

Lv3 올뺌이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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