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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좀비와 마녀와 눈물 13

올뺌이a
조회: 177
2026-09-11 01:59:43

 

검은 연기가 떠오르는 태양빛을 가렸다. 사람들의 표정처럼, 엘나스에 음울한 그림자가 드리웠다.

 

 

엘나스의 대기는 차갑고 건조하다. 이런 환경에서는 시체가 쉽게 썩지 않기 때문에, 엘나스의 장례는 대부분 화장으로 치러진다.

 

 

가족과 함께 겨울을 나기 위해 마련했던 장작은, 원래의 목적 대신 가족의 시체를 태우기 위해 쓰였다.

 

 

설원 곳곳에서 불길이 타올랐다. 매캐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유족들의 곡하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괴물들은 물러갔지만, 죽은 사람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혼란이 지나간 뒤에 남은 건 시체와 슬픔뿐이었다.

 

 

마을로 돌아오는 내내 메리엘은 참담한 심정으로 그 모습을 바라봐야 했다.

 

 

로베이라와 타일러스는 먼저 알케스터를 만나 상황을 공유했다. 그동안 하셀은 타일러스에게 엘론의 시신을 넘겨받은 뒤 화장을 위해 떠나려 했다.

 

 

저는 이만 가볼게요.”

 

 

메리엘은 하셀을 붙잡으며 말했다.

 

 

잠깐, 나도 같이 갈게.”

 

마음은 감사해요. 하지만... 지금은 혼자 있고 싶네요.”

 

안돼. 그럴 순 없어.”

 

괜찮아요. 형이 저보고 살라고 했으니까, 이상한 짓은 안 할 거예요. 장례가 끝나면 나중에 올게요.”

 

 

하셀은 완고했다. 결국 하셀은 엘론을 들고 마을 사람들 사이로 사라졌다. 메리엘은 하셀을 걱정스레 바라보았다.

 

 

하셀이 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알케스터와 이야기를 마친 로베이라와 타일러스가 메리엘을 불렀다. 그들은 이빨과 손톱이 모두 뽑힌 채 구속되어 있는 좀비 몇 마리를 이끌고 있었다. 메리엘이 질문했다.

 

 

그것들은 무엇인가요?”

 

연구용일세. 알케스터 님께서 살아남은 좀비 몇 마리를 잡아 놓으셨더군.”

 

 

로베이라가 관저의 문을 열며 말했다.

 

 

그럼, 우리도 가지.”

 

 

메리엘은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고생하셨습니다. 로베이라 님, 타일러스 님. 저는 사람들을 치료하러 가보겠습니다.”

 

 

당연히 부상자 또한 적지 않게 생겼을 것이다. 메리엘은 당연히 그들에게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로베이라의 생각은 다른 듯했다.

 

 

무슨 소린가? 자네도 들어오게.”

 

? 저도요?”

 

알케스터 님이 급한 부상자들의 처치는 이미 끝냈다고 하시는군. 그러니 내가 보기엔 자네도 대화에 참여하는 게 좋을 것 같네. 자네도 이미 이 사건의 관련자니까 말이야.”

 

 

메리엘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대화요? 이미 알케스터 님과 이야기 다 끝내고 오신 거 아닌가요?”

 

와보면 알걸세.”

 

 

메리엘은 장로들을 따라 들어갔다. 타일러스는 소파에 털썩 앉고는, 포션을 들이키며 지친 듯 한숨을 내쉬었다.

 

 

난 좀 쉬어야겠군. 미안하지만 자네들끼리 다녀오게.”

 

알겠습니다.”

 

 

로베이라는 찬장에서 열쇠 꾸러미와 물약이 든 작은 병 하나를 챙겼다.

 

 

로베이라와 메리엘은 관저의 지하로 향했다. 고즈넉한 분위기의 지상층과 달리, 지하는 햇빛이 들지 않아 우중충했다. 빅토리와 아일랜드와 오르비스를 오가는 비행선의 선실과 비슷한 모습이면서도 달랐다. 어쩐지 감옥처럼 스산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메리엘은 의아해하며 질문했다.

 

 

이런 곳에 사람이 있나요?”

 

사람이라... 글쎄. 한때 인간이기는 했네.”

 

지금은 아니란 말씀인가요?”

 

그래. 놈의 이름은 샤모스. 넘어선 안될 선을 넘고 인간성과 마법을 잃은 죄인이네. 한때는 놀랍도록 뛰어난 마법사였고, 몰락한 지금도 그의 지식은 쓸모가 있지. 그렇더라도 그의 말에 지나치게 관심을 가지지는 말게. 놈의 말은 악의로 이루어져 있으니.”

 

 

복도를 가로지른 로베이라는 세 번째 문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열쇠를 꺼내어 문을 열자, 퀴퀴하고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호브족?”

 

 

그것은 사납게 생긴 초록색 피부의 호브족이었다. 낡은 넝마로 겨우 몸을 가리고 있었고, 발목에는 족쇄를 차고 있었다.

 

 

이 호브족이 샤모스인가요?”

 

맞네.”

 

 

샤모스는 바닥에 웅크린 채 덜덜 떨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으으... 햇볕이 무척 따뜻하네... 아니, 이 감옥에 햇볓이 들어올 리가 없지. 차가워, 추워서 미치겠어... 도대체 언제까지... ...? 당신들은 누구시오...?”

 

이봐, 마셔라.”

 

 

로베이라는 챙겨온 물약을 샤모스에게 던졌다. 샤모스는 허겁지겁 일어나서 물약을 받아 마셨다.

 

 

물약을 마신 샤모스는 곧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죽은... 건가요?”

 

아니, 짧은 시간 동안 정신을 온전한 상태로 되돌리는 약이네. 저런 상태라고 해서 동정심을 갖지는 말게. 그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네만, 놈은 끔찍한 죄인이니.”

 

 

메리엘은 쓰러진 샤모스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길래 미나르숲에 서식하는 호브족이 장로의 관저 지하에 감금당한 걸까.

 

 

? 과거에는 인간이라고 하셨지... 인간. 죄인. 호브족...?’

 

몇 가지 단어들이 메리엘의 머릿속에서 어떤 지식을 떠올렸다. 메리엘은 눈을 빛내며 말했다.

 

 

그럼, 그 전설이 사실이었군요! 호브족은 죄를 지은 이들이 변해서 생겨난 종족이라는 게! 잠깐, 그 전설은 인간뿐만 아니라 하플링에게도 내려오는데... 서로 다른 종족이 똑같이 호브족으로 변화했다? 마법적인 작용인 건가? 어쩌면 하플링과 인간 사이에 모종의 연관성이 있을 수도...”

 

 

흥분한 메리엘에게 답한 것은 처음 듣는 꺼림칙한 목소리였다.

 

 

흐흐... 전설에 관심이 많나 보군. 어디... 내가 알고 있는 전설도 몇 개 들어보겠나?”

 

히익!?”

 

 

어느새 일어난 샤모스가 음흉하게 웃으며 메리엘을 바라보고 있었다.

 

 

로베이라는 단호하게 그 말을 끊었다.

 

 

아니, 필요 없다. 자네도 그쯤 하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않나?”

 

... 죄송합니다...”

 

흐흐... 왜 그러나? 로베이라. 끝없는 탐구야말로 마법사의 본질이건만. 자네는 신성 마법사로군. 혹시 더 높은 지식에 관심이 있나? ? 잠깐... 아냐, 아냐. 안 되겠군. 자네는 아직 한참 부족해...”

 

헛소리 그만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지.”

 

아아... 그래. 날 찾은 이유가 뭔가?”

 

 

로베이라는 묶어둔 좀비들을 보였다.

 

 

이것들이 뭔지 알겠나?”

 

언데드로군... 이게 어쨌다는 거지?”

 

자세히 봐라. 이놈들은 리치라 불리는 언데드의 수하였다. 녀석의 기운이 조금이나마 남아 있을 거다.”

 

흐음... 어디...”

 

 

샤모스의 눈동자가 좀비를 뚫어져라 응시했다.

 

 

확실히... 뭔가 느껴지긴 하는군.”

 

그 기운을 토대로 리치의 약점을 찾아낼 거다. 협력해라.”

 

호오? 그 로베이라가 언데드 따위의 약점을 찾기 위해 내게 협력을 요구하다니... 놀랍군. 크크크...”

 

보통 언데드가 아니다. 놈에게는 검도, 마법도, 심지어 신성력도 통하지 않았다.”

 

신성력까지? 그건 흥미롭군... 그런데 이 기운... 어딘가 익숙한데... 이건... 설마?”

 

 

샤모스가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로베이라, 리치라고 했나? 놈에 대해 더 말해 봐라.”

 

프리스트의 로브를 입고 있었고, 생전 성기사로 추측되는 좀비를 수하로 두고 있었다. 무엇보다, 다른 이의 생명력을 빼앗아 자신의 것으로 삼는 능력이 있었지.”

 

 

아아... 그렇다면 확실하군. 맞아. 기억난다...”

 

짐작 가는 바가 있나?”

 

 

샤모스는 광소를 터뜨렸다.

 

 

캬하하하하! 물론이지! 놈의 마법은 내가 만든 것이니까!”

 

 

메리엘은 놀라며 말했다.

 

 

? 리치의 마법을요?”

 

자세히 말해라.”

 

 

샤모스의 흉측한 눈동자가 로베이라를 향했다.

 

 

로베이라. 내가 어떤 마법을 연구하다 이 꼴이 됐는지 잊지는 않았겠지?”

 

생명의 근원에 대한 도전이었지.”

 

그래. 자네, 말해 보게... 생명의 근원은 뭔가?”

 

 

갑작스러운 질문에 메리엘은 당황했다.

 

 

, 생명의 근원이요? ... ? 사랑?”

 

틀렸네. 생명의 근원은 죽음이야...”

 

? 죽음이요?”

 

 

샤모스는 답답한 듯 말했다.

 

 

죽음일 수밖에 없지. 모든 생명은 죽음으로부터 비롯되네. 부모의 죽음으로 아이가 태어나고, 하나의 세계가 멸망함으로써 또 다른 세계가 탄생하고, 기존의 법칙이 무너져야 새로운 질서가 세워지는 법이야. 이해했나? 흐흐... 죽음이야말로 생명의 밑거름이자 근원이지. 그렇기에 나는 죽음에 도전하고자 한 거야...”

 

불사를... 원하신 건가요?”

 

아니, 그건 한낱 부산물에 불과해. 흐흐흐... 나는 가장 위대한 마법을 만들고자 했네.”

 

 

로베이라는 비웃으며 말했다.

 

 

그 때문에 세계가 위험해지는 건 신경조차 쓰지 않았지.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지?”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많은 생명이 필요했어... 그래서 나는 오랫동안 비밀리에 사람을 납치했네. 하지만... 결국 누군가 그걸 눈치챘지.”

 

그게 리치였다는 말인가?”

 

 

샤모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흐흐... 그래. 당시에는 메데르라는 이름의 존경받는 프리스트였어...”

 

그 다음엔 어떻게 됐나요?”

 

흐흐흐... 아주 재미있는 일이 일어났다네... 나는 녀석이 나를 방해하며 귀찮게 굴 거라 생각했네. 실상은 정반대였지만 말이야. 녀석은 늙었고, 죽음을 몹시 두려워하고 있었어... 그렇기에 내 마법의 부산물에 큰 관심을 보였다네.”

 

프리스트가 불사를 원하다니... 어떻게 그런...”

 

녀석은 내게 거래를 제안했네. 지금껏 행한 납치를 눈감아 줄 테니, 그 대가로 자신에게 내 마법을 알려달라는 것이었어...”

 

 

메리엘은 눈을 질끈 감았다.

 

 

나야 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네. 엘리니아의 꽉 막힌 놈들과 달리, 나는 내 마법이 널리 퍼지기를 바라거든... 위대한 마법의 명맥이 끊어지는 건 안될 말이지... 흐흐흐... 유일하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건, 녀석은 당장 마법을 배우길 원했고, 내 마법은 아직 미완성이었다는 거야... 그래도 별 수 있나. 결국 연구하던 마법 중 하나를 알려줬어...”

 

리치는 그 마법의 영향으로 언데드가 된 건가?”

 

그건 모르겠군. 마법을 알려준 뒤로는 녀석을 본 적이 없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자네들이 날 여기다 가둬놓기도 했고 말이야... 하지만 언데드가 되었다고 하니, 아무래도 그 마법은 실패였던 모양이로군... 크크크...”

 

 

로베이라는 경멸에 찬 표정으로 샤모스를 내려다보았다.

 

 

네놈이 할 법한 짓이로군. 그 마법은 어떤 마법이지? 공격이 통하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인가?”

 

그건 아니야. 물리 공격과 마법에 저항력이 있는 것은 언데드이기 때문이고, 신성력도 통하지 않는 것은 과거에 프리스트였기 때문인 것 같군...”

 

파훼할 방법은 없나?”

 

내 마법을 역이용하면 될 걸세. 흐흐... 그 마법의 핵심은 타인의 생명을 빼앗아 자신의 것으로 삼는 것... 무한한 잠재력을 지녔지만 한 가지 단점이 있네. 빼앗은 생명은 곧바로 활용할 수 없어. 자신의 것으로 변화시킬 시간이 필요해... 많은 생명을 빼앗았다면, 그만큼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그렇군. 리치가 퇴각한 건 그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나.”

 

생명력을 다 길들이지 못한 지금, 생명력이 놈에게 반항하여 날뛰도록 만든다면, 놈을 약화시킬 수 있을 거라네. 흐흐...”

 

빠르게 움직여야겠군. 준비해라. 바로 시작할 거다.”

 

그 전에, 한 가지 더. 이것만으로는 놈을 완전히 처치할 순 없을 걸세...”

 

하아... 그건 또 무슨 소리냐?”

 

 

샤모스는 좀비의 머리를 툭툭 치며 말했다.

 

 

흐흐... 내 마법을 얕보지 말게. 놈을 쓰러트려도, 시간이 지나면 또 부활할 거야... 그걸 막기 위해서는 최초의 의식에 사용했을 제물의 영혼이 필요하네.”

 

최초의 제물? 그게 누구지?”

 

 

샤모스는 어깨를 으쓱했다.

 

 

나야 모르네. 흐흐... 당연한 거 아닌가? 그건 자네들이 알아내야지.”

 

 

로베이라는 한숨을 내쉬었다.

 

 

네 말이 사실이라면, 그건 거의 수백 년 전 일이다. 지금 와서 찾는 건 불가능하다. 애초에 영혼이 남아 있기나 할지 모르겠군.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지.”

 

마음대로. 흐흐흐...”

 

밖으로 나와라.”

 

 

로베이라는 좀비들을 가지고 네 번째 방으로 향했다. 샤모스도 로베이라의 뒤를 따랐다. 반면, 메리엘은 그러지 않았다.

 

 

메리엘? 가만히 서서 뭐 하나?”

 

 

메리엘은 답하지 않았다. 샤모스가 킬킬거리며 말했다.

 

 

흐흐... 마법사의 표정이로군.”

 

 

메리엘의 사고는 수많은 단서를 엮어내며 맹렬히 회전했다.

 

 

프리스트. 제물. 언데드. 생명력. 영혼...’

 

 

달리 생각할 수 없었다. 결론을 내린 메리엘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로베이라 님. 어쩌면, 제물의 영혼을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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