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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메이플 수필-어느날 사헬 지대2에서 사냥을 하며

이리낭
조회: 831
2021-02-07 02:09:58

사막의 햇살은 강렬했다. 낮부터 이어진 기세는 저녁이 다 되도록 누그러지지 않고 자신의 모든 것을 발하듯 빛났다. 뜨거운 열기가 온몸을 달구고 숨을 쉴 때마다 모래가 입안을 가득 채웠다.

 

사헬 지대2에서의 사냥은 늘 이렇다. 확실히 레벨업은 빨랐지만, 정말 가혹한 곳이었다. 나는 이 지옥 같은 곳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얼른 85레벨을 찍고 사냥터를 관출(관계자 외 출입 금지)로 옮길 생각만을 하며 사냥에 몰두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맵이 일자형이라 차마 눈 뜨고는 봐줄 수 없는 저열한 3차 주력기 브레이브 슬래쉬 대신 돌진으로 사냥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돌진으로 몬스터를 몰아넣고 주력기로 마무리하고, 또 몰아넣고 마무리하고, 계속해서 반복됐다. 다른 점이라면 가끔가다 샤우트좀 섞어주는 것이 다였다.

 

하지만 그것이 계속되니 지쳐 나가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84레벨만 찍고 멍하니 몬스터들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근육이 욱신거리고 엄청난 갈증에 몸서리쳤다. 하지만 지고 있는 해에 낭만이 북돋아졌는지 아니면 사냥하다 미쳐버린 건지 풍경이 사뭇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

 

방금까지 후드려 패야 하는 몬스터로 밖에 안 보였는데 자세히 보니 녀석들 꽤나 지능적이었다. 무리량도 어울려 지내고 먹이도 먹고 땅도 파고, 여간 귀엽지 않을 수가 없다. 거기다가 합심해서 공격도 할 줄 아는 거 보면 살아있는 건 살아있는 거인 듯 내심 경외감과 감탄에 놀랐다.

 

그리고 괜한 죄책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갔던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더더욱 크게 다가오는 계기가 되는 것이었다. 괴연 그들은 몬스터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나와 같이 살아있는 생명체가 아닐까? 하고 말이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괜한 소리였다. 애초에 그들에게 감정이 있을 리가 있나. 정말 웃긴 생각이었다. 태양 아래 오래 있다 보니 머리가 어떻게 된 게 분명했다. 그러지 않고서야 몬스터가 생명으로 보이다니.

 

그렇게 몸을 일으킨 순간. 사헬지대1 쪽에서 아델이 나와 사냥터를 싹쓸이하기 시작했다. 나는 외마디 탄식을 내지르며 사냥터를 옮길 수밖에 없었다.

 

Lv5 이리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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