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엽편 소설(葉篇小說)이란 -
단편 소설보다 나뭇잎에 다 담을 수 있도록 더 짧은 소설을 의미하며, 국내에서는 200자 원고지 5 ~ 20장 사이 분량이다.
- 숙지 사항 -
본 작품에선 가명이 사용되었습니다.
- 예상치 못한 방문객 -
11월의 시원하면서도 따뜻한 건기 날씨를 자랑하는 어느 날. 나는 저녁을 먹고 있던 중 갑작스러운 노크 소리에 문을 열었다.
문을 두드린 방문객은 흙투성이인 두 명의 어린 소녀들이었으며, 그 중 오른쪽 아이가 나에게 편지를 건네주었다.
편지 속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저힌 여기져기 떠도라다니고 이서요. 춥고 베고푸고. 여게 머칠 지네먼 안되요?'
이 집에서 며칠만 자고 가면 안되냐는 내용의 아이들이 쓴 편지로, 편지에는 문법과 철자에 실수가 있었고, 글씨체마저 고르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보아 영어를 잘 배우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어쨌든 나는 아이들을 집으로 들여와 진정 시키고 씻겨주고 저녁을 먹여준 뒤 일찍 재워주었다.
다음날 나는 아이들의 부모가 어디 있는지 여기저기 수소문해 보았으나, 그들은 이미 오래 전에 실종된 상태라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어쩔 수 없이 미혼인 상태로 두 아이들을 입양하기로 하였으며, 왼쪽의 아이는 '이블린'(Evelyn), 오른쪽의 아이는 '제나'(Jenna)라는 이름으로 개명해주었다. 더불어 아이들의 본명인 '티어'(Tear)와 '아델'(Adele)은 각각 미들네임으로 정해졌다.
- 선생님으로서 -
입양으로부터 넉 달 후, 아이들은 놀랍도록 집과 지역 사회에 적응하였다. 하지만 하나 아쉬운 점. 바로 영어 발음과 철자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의 영어 발음 교정과 올바른 철자법을 가르치는 동시에 문법 실력과 어휘력을 늘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였다.
"얘들아, 이제 파닉스 수업이야! 이번엔 'A'로 시작하는 과일의 이름에 대해서 알아볼 시간이야. 사과, 살구, 아보카도라는 이 세 개의 과일의 이름을 읽는 방법과 철자 쓰는 연습을 할 거야. 또, '음절'이라는 낯선 단어에 대해서도 설명해줄게."
지역 아이들과 잘 어울리기 위해서는 꾸준한 영어 수업이 제일이다. 물론 또래와의 지속적인 생활을 위해선 기초 산수와 예절도 가르치고... 지금으로선 여유 있는 시간을 정하면서 유연하게 가르칠 수 있지만 곧 있을 준비에 대해서는 속으로 골머리를 썩히고 있었다.
- 난제 -
덥고 습한 우기 날씨를 자랑하는 8월 상순. 9월에 있을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이 얼마 남지 않았다. 곧 있을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 준비는 전세계 모든 부모에게 있어 정말 머리 아픈 난제이다. 이블린(왼쪽)이 책상에 올려져 있는 초등학교 입학 원서를 보고 나에게 질문했다.
"엄마, 이게 뭐야?"
나는 이블린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이거? 너희들이 더 많은 또래를 만날 수 있도록 엄마는 지금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단다."
그와 중에 이블린은 이 상황을 모르는 지 제나(오른쪽)에게 이렇게 얘기를 나눴다.
"제나, 혹시 이거 다 읽을 수 있어?"
제나가 예상한 듯 이렇게 대답했다.
"아니, 나도 못 읽어."
이블린과 제나의 익살스러운 대화를 들으면 나름의 안도감이 들지만, 마음 속으로는 여전히 목이 막히는 듯 답답하다. 나는 속으로 이렇게 고민을 했다.
"아이들을 모두 공립학교에 보내면 학비 부담은 없지만 재능을 발휘할 수 없고, 모두 사립학교에 보내면 학비 부담이 크다고. 한 아이(이블린)를 공립학교에 보내고, 다른 아이(제나)를 사립학교에 보내는 게 내 기준으로는 가장 이상적이란 말이야. 하지만 사립학교는 사교성이 생명인데, 제나는 영특하지만 내성적이고 소극적이어서 졸업할 때까지 혼자서 외롭게 보내게 될 거야."
아이를 입학 보낼 초등학교를 최종적으로 선별한다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다. 물론 아이들이 입학한 학교 환경이나 생활에 흡족하면 감지덕지지만 말이다.
주석 - 영미권의 초등학교 입학 시즌은 보통 9월이다.
- 아이들만의 길 -
드디어 9월 초. 오늘은 아이들의 첫 등교 날. 아이들과의 상의 끝에 공립 학교에 입학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이블린이 차에 타고 있는 나에게 이렇게 인사했다.
"엄마, 학교 다녀올게."
학교가 집에서 약간 멀리 떨어져 있고 스쿨버스 정류장이 집 근처에 없어 차로 아이들의 등하교를 도와주는 게 필수이다. 그리고 아이들의 재능 발휘는 아이들의 학교 수업이 끝난 뒤 함께 레크리에이션을 진행하여 재량의 폭을 넓히기로 하고.
정말 다행인 게, 이블린(왼쪽)과 제나(오른쪽)가 같은 교실에서 수업을 받는다는 것이다. 제나는 아직까지는 내향적인 아이라 학교에서 힘들 때에는 선생님 외에도 이블린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졸업할 때까지 서로 같은 교실에서 수업을 받으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다음 학년의 교실 배정을 내가 예견할 순 없지만.
대신 가장 걱정되는 게 아이들이 엉성한 영어 억양 때문에 학교에서 괴롭힘을 받는 일이다. 그런 일은 학교에서 최선을 다해 정당한 처분을 내릴 거라고 나는 굳건히 믿는다.
지금은 어린 아이들이라서 사회 진출과 힘들 때에는 엄마인 나의 도움이 절실하다. 그렇지만 언제까지 아이들에게 도움을 지원할 수 있겠는가?
언젠간 장래에 사회로 진출하는 길과 고민 해결을 아이들에게 온전히 맡길 날이 다가올 것이다.
번외
- 예상치 못한 방문객(원판) -
※ 현재의 첫 챕터는 수정된 버전으로, 원판은 내용이 매우 충격적이어서 어느 정도 순화를 거쳤습니다.
11월의 시원하면서도 따뜻한 건기 날씨를 자랑하는 어느 날. 저녁을 먹고 있던 중 나는 갑작스러운 노크 소리에 문을 열었다.
문을 두드린 방문객은 흙투성이에 피범벅인 2명의 어린 소녀들이었으며, 그 중 오른쪽 아이가 나에게 편지를 건네주었다.
편지 속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저힌 여기져기 떠도라다니고 이서요. 춥고 베고푸고 아푸고. 여게 머칠 지네먼 안되요?'
이 집에서 며칠만 자고 가면 안되냐는 내용의 아이들이 쓴 편지로, 편지에는 문법과 철자에 실수가 있었고, 글씨체마저 고르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보아 영어를 잘 배우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보다 더 심각했던 것은 아이들의 상태로, 왼쪽의 아이의 오른손은 심하게 부은 상태로, 제때 치료 받지 못하면 패혈증이나 괴사로 이어질 정도였으며, 오른쪽의 아이는 어떠한 트라우마 때문인지 정신적인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어쨌든 나는 아이들을 집으로 들여와 진정 시키고 응급 처치를 해준 뒤 씻겨주고 저녁을 먹여준 뒤 일찍 재워주었다.
다음날 나는 이 아이들의 부모가 어디있는지를 여기저기 수소문해 보았으나, 그들은 이미 수 개월 전 내전에 휘말려 희생당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되었다. 아이들에게 어떻게 얘기해주어야 할지 난감한 상태였다. 그 생생하고 충격적인 현장을 상기시켜주고 싶지 않으니 말이다.
어쨌든 나는 어쩔 수 없이 미혼인 상태로 두 아이들을 입양하기로 하였으며, 왼쪽의 아이는 '이블린'(Evelyn), 오른쪽의 아이는 '제나'(Jenna)라는 이름으로 개명해주었다. 더불어 아이들의 본명인 '티어'(Tear)와 '아델'(Adele)은 각각 미들네임으로 정해졌다. 고아였던 아이들의 앞길을 내가 다 책임져야 할 날이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