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아나로 거리조절을 못한다'의 수준이 아니라, '저 사람이 왜 저기까지 가 있지?' 싶은 수준이었음.
당연히 A는 데스가 많아서, 힐딜량도 낮고, 힐돕힐도 기대하기 어려웠음.
그래서 나는 페어힐러로 '위버'를 픽했음.
팀 전체 힐량이 꽤 모자라서 나 또한 딜할 여유 없이 힐만 해야하고,
상대 저격수나 공중영웅만 없으면 힐돕힐 없이도 어찌저찌 생존이 가능하고,
아군의 뇌절 포지셔닝 보정이 가능하니까.
근데 의외로 승률이 꽤 좋았음. 그 당시 체감상 70~80% 정도?
아마 누군가는 "딜탱 버스 타서 그런 거 아님?"이라고 되물을 수도 있는데, 그건 아닌 거 같음.
물론 아군이 캐리한 한타도 분명 있었겠지만,
당시 같이 하던 딜탱들이 승률 80%가 찍힐 정도로 매판 캐리하는 실력자들은 아니었음.
그래서 왜 이렇게 승률이 좋은지 생각을 해봤는데, 답은 '베이팅'인 거 같음.
상대가 느끼기에 누가봐도 'A가 포지셔닝 뇌절해서, 이건 꽁으로 잡을 수 있다'라고 느낄 상황에서
상대가 과감하게 스킬을 투자해서 A를 잡으려고 하면,
내(위버)가 A를 잡아당기고 아군이 스킬 빠진 상대를 잡아먹어서, 오히려 이득을 보는 그림이 은근히 자주 나오더라.
설령 못 잡아먹어도 궁극기나 핵심 스킬을 뻘로 빼먹는 경우가 많아서, 그걸로 스노우볼 굴리면 할만하더라.
물론 여기에는 몇 가지 조건이 붙긴 함.
1. 위버의 포지셔닝이 진짜 안정적이어야 함.
최소한 '잡아 당긴 뒤에 상대가 바로 잡을 수 없는 안전한 위치'여야 함.
2. 스킬이 빠진 대상을 바로 잡아 먹거나, 적어도 스노우 볼을 굴릴 수 있는 실력을 아군이 지니고 있어야 함.
3. 추가로 A가 '아나'여서 그런 것도 있는 거 같음.
물러오는 상대한테 일단 힐밴을 맞추고 위버가 당기니까, 상대는 스킬도 빠지고 힐밴까지 맞은 취약한 상태가 돼버림.
근데 이런 경험은 8시즌 때 얘기라, 지금도 통할지는 잘 모르겠음.
현재 이속 기반으로 밀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으며, 아나 밸류가 예전 같지도 않고, 현 시즌 위버 입지는 더더욱 안 좋으니까..
아무튼 구손을 단순히 '세이브' 관점에서만 볼 게 아니라, '베이팅' 관점으로 보고 활용하면 어떨까 싶음.
"포지셔닝 뇌절 심하게 하는 아군에게 상대의 스킬, 궁극기 사용을 최대한 유도하고, 이후에 잡아당겨서 오히려 스노우볼 굴리기"
진짜 포지셔닝 뇌절을 심하게 하는 아군이 있다면, 한 번쯤 시도해보는 것도 괜찮은 거 같음.
그래도 뭐.. 위버는 문제점이나 한계가 명확해서,
정말 급진적이거나 공격적인 패치가 들어오지 않는 한, 위버는 계속 비주류 비인기 영웅으로 남을 거 같음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