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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팬픽] 디바 온라인 - 1 : 강한 친구 MEKA, 그 이름은 버니(4)

아이콘 은백
댓글: 2 개
조회: 3106
추천: 12
2017-02-04 00:09:50




 아수라장이다.
 융합포 산탄들이 시민들의 발치를 가격하고, 보도블록들이 쿠키처럼 부서져 나뒹굴었다. 시민들은 혼비백산해서 달아났지만 MEKA들은 굳이 그들을 뒤쫓진 않았다. 그 대신 건물과 시설들을 보이는 대로 파괴할 뿐. 수송로 좌우를 가득 메우던 인파가 썰물처럼 빠져나간 그 장소엔 대한민국 국방부에서 개발한 중장갑 무인 조종 로봇 36대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아니, 그랬어야 할 텐데.
 단 한 명의 겁 없는 소녀가 이를 악물고 그들 앞을 가로막았다.




 “뭐하나, 솜브라.”


 자동문을 열고 들어온 가브리엘 레예스는 그 특유의 낮고 걸걸한 목소리로 그르렁댔다. 하얀 해골 가면 너머로 살짝 찌푸린 노년의 얼굴이 비치는 듯하다. 그러자 솜브라는 회전식 의자를 돌려 한껏 과장된 제스처로,


 “어이쿠, 심장 나가떨어질 뻔했네. 노크 정도는 해도 되잖아?”
 “뭐하냐고 물었다.”
 “노안이 오셨나? 보시다시피 임무 수행 중. 아주 순조롭게.”


 솜브라는 자부심 가득한 표정으로 이죽거리면서 말을 이었다.


 “해킹은 오래 전에 끝이 났고, 옴닉의 짓이라고 꾸미기 위해서 이렇게 깽판 좀 치는 거지. 우리 정보는 저 나라에 아직 세세하게 알려진 바 없으니까 속이기도 쉽지 않겠어? 누명 씌우기란 할 때마다 스릴 넘친다니까.”
 “죽여.”
 “뭐?”


 가브리엘의 짧고 굵은 지시에 솜브라도 멈칫했다.


 “어……. 죽이라니, 누굴?”
 “민간인들. 빌어먹을 깡통 녀석들은 민간인이라고 봐준 적이 없다. 우리 역시 민간인들까지 손을 봐야 확실한 위장이 가능하다. 죽여라.”


 솜브라는 잠깐 아연실색하다가 내키지 않는다는 듯이 어색한 미소를 흘렸다.


 “어, 미안한데 나는 중무장한 특수 요원의 목은 따봤어도, 아이스크림이나 핥는 꼬꼬마들한테 총부리를 겨누는 취향은 없거든.”


 그러자 가브리엘은 로브의 품에서 두툼한 헬파이어 샷건 한 정을 꺼내 들어서 그녀의 관자놀이에 갖다 댔다. 농담 따먹기 따위 모르는 그의 성격을 감안하면 정말 방아쇠를 당겨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죽여.”
 “…….”
 “얼른.”
 “아, 알겠어. 알겠다니까.”


 솜브라는 그 특유의 장난기도 내다버리고 다시 홀로그램으로 비치는 현장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썩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손가락을 움직여 36대의 MEKA들에게 새 명령 코드를 입력하려는 찰나,


 “얼레?”


 


 “멈춰!”


 하나는 목청이 터져라 소리치며 버니 앞을 가로막고 양 팔을 벌렸다. 그러자 버니와 함께 그 자리를 지키던 35대의 MEKA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녀를 향해 돌아갔다. 버니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하나는 버니와 열 발짝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조종석의 반투명한 유리와 눈을 맞추며 애원했다.


 “버니, 제발 이러지 마! 옴닉들한테 지면 안 돼!”
 『…….』
 “네가 한 부탁 기억 나? 언제나 용감하고 당당한 태도, 네 자아가 없어지더라도 잃지 말라고 했던 거 말이야! 그 약속, 지금 지키고 있으니까…… 이젠 내 부탁도 들어 줘! 제발 눈을 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줘, 제발!”
 『…….』


 버니는 파라핀으로 고정한 것처럼 그 자리에서 미동도 하지 않았다. 하나의 얼굴과 마주하고 있는 조종석 유리가 마치 살아있는 생명의 눈 같았다. 시각 센서에 조금씩 노이즈가 일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다른 MEKA들은 마치 명령을 기다리듯이 포신을 겨눈 채 대기하고 있었다.




 “더 이상 지체하지 마라, 솜브라.”
 “…….”


 가브리엘의 살기 어린 지시에 솜브라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그러자 특유의 보랏빛 표식이 뜨며 무인 조종 네트워크의 해킹이 재개됐다. 정작 솜브라의 얼굴에는 썩 내키지 않는 듯한 낯빛이 떠오르고, 홀로그램 너머로 비치는 송하나를 바라보는 시선에 동정심이 깃들었다.


 ‘미안, 꼬마야.’






 잠시 얌전하던 MEKA들의 움직임이 다시 시작됐다. 불길한 붉은 빛이 반투명 유리를 빛내고 포신에서 융합포를 장전하는 소리가 들렸다. 35개에 달하는 포신들의 타깃이 된 하나는 눈을 질끈 감고 마지막 힘을 짜내서 소리쳤다.


 “버니이이이이이―!!!!”


 그 목소리가 퍼지는 순간, 버니의 인공두뇌를 괴롭히던 노이즈가 귀신 같이 짜 맞춰져 하나의 형상을 이루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갈색 머리의 웨이브, 사슴 같은 눈망울에 젖살도 미처 다 빠지지 않은 듯이 앳된 소녀의 모습. 그리고 그 소녀는 천적에게 잡아먹히기 직전의 동물처럼 발악에 가까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하나야!』


 버니는 동체 후방의 부스터를 전력으로 전개해서 하나를 몸으로 감쌌다. 곧이어 수천 발에 달하는 융합포의 탄환들이 버니의 동체를 강타했다. 파손 주의 경고 메시지가 스크린에 뜨자, 버니는 허겁지겁 조종석의 입구를 열었다.


 “버, 버니?”
 『얼른 타라, 얼른!』


 버니의 다급한 지시에 하나는 기뻐할 새도 없이 버니의 조종석에 몸을 내맡겼다. 하나가 탑승하기가 무섭게 버니의 부스터가 다시 불을 뿜었다. 이에 놓칠 새라 35대의 MEKA들 또한 부스터를 전개해서 버니의 꽁무니를 쫓기 시작했다.




 “아니?”


 홀로그램 너머로 그 광경을 보던 솜브라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당혹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말을 더듬으며,


 “뭐, 뭐지? 부, 분명히 네트워크 장악은 오래 전에 끝났는데? 그리고 왜 유인 조종 서포트용으로 개조된 인공두뇌가 다시 이전의 시스템으로 롤백한 거야?”
 “한가람이란 녀석의 짓인가.”


 가브리엘이 샷건을 바닥에 내던지면서 그르렁댔다. 해골 복면 너머로도 성난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솜브라는 고개를 내저으면서 부정했다.


 “그럴 리가. 설사 역추적이 가능하더라도 그 짧은 시간 안에는 불가능한데. 그리고 만약 내 해킹 코드를 해석했다면 저 한 대에만 손을 댈 리가 없잖아.”
 “……그렇다면 저 기체를 부수고 나머지를 회수한다.”


 홀로그램 너머로 비치는 MEKA-018의 조종석. 거기엔 어딘가 본 적이 있는 앳된 여자가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저 녀석…….”




 “버니! 이제 정신이 들어?”
 『면목이 없다.』


 버니는 후방에서 날아오는 융합포의 산탄들을 가까스로 피하며 비행하고 있었다. 그 위험천만한 와중에도 하나는 다행이라는 듯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인공두뇌 개조가 아직 안 됐나 보구나. 아직 내 기억이 남아있다니 진짜 다행이야.”
 『아니, 개조는 이미 끝났다.』
 “뭐?”


 눈이 휘둥그레지는 송하나. 버니 또한 시원한 답변을 내놓을 수 없는 게 아쉬운지 썩 유쾌한 목소리가 아니었다.


 『내 기억과 자아가 돌아온 원인을 알 수가 없다. 그리고 이번에 전산 공격을 가한 상대가 정말 옴닉인지도 모르겠고.』


 그때, 융합포 산탄 몇 발이 버니의 동체 좌측을 강타했다. 조종석이 작은 지진을 만난 것처럼 울렸다.


 “아으으윽! 쟤네 아직도 쫓아오나봐! 어떻게 따돌리지는 못할까?”
 『내 부스터는 저들과 성능과 엇비슷하다. 이대로는 당하고 만다.』
 “그럼 맞서 싸울 수는 없어?”
 『미안하구나. 인공두뇌가 공격당하는 과정에서 전투 프로그램의 일부가 파손됐다. 나 혼자 힘으로 대응 교전은 힘들 것 같구나.』


 그 말을 듣자 하나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눈과 미간에 힘을 주고 비장하게 말했다.


 “그럼 내가 직접 조종할게.”
 『아니, 뭐라고?』


 그 말에 어지간한 버니도 당황했는지,


 『훈련을 전혀 받지 않은 민간인이 MEKA를 다루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게 얼마나 정교한 작업인지…….』
 “난 프로게이머야! 최소한의 조종법만 알면 어떻게든 해볼 테니까, 지금 이 자리에서 가르쳐줘! 이대로는 당하고 말잖아!”
 『…….』
 “그리고 버니가 아직 멀쩡히 남아있는 시스템으로 서포트를 해주면 될 거 아냐? 우리 둘이 힘을 합치면 가능해. 다른 선택지가 없어!”


 순전히 억지에 가까웠지만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었다. 버니도 단단히 각오를 하고 무겁게 입을 열었다.


 『알겠다.』






 “큰일 났습니다!”


 풋내가 풀풀 나는 부사관이 하얗게 질려서 상황실의 문을 열었다. 홀로 팔짱을 낀 채 한가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임형석 중령의 고개가 그쪽을 향해 돌아갔다.


 “수송 중이던 MEKA들이 전산 공격에 당해 날뛰고 있습니다! 아마 옴닉의 공격으로 추정됩니다!”
 “뭐야?!”


 당황한 형석의 목청이 하늘 끝까지 높아졌다.


 “36대가 전부 당한 건가?”
 “아닙니다. 다행히도 기체 번호 018만은 무사해서, 남은 기체들과 교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 말이 한가람의 관심을 끌었다. 교만으로 가득한 시선에 호기심이 깃들었다. 유인 조종 시스템으로 인공두뇌가 개조됐을 텐데, 교전을 이어가려면 반드시 필요한 요소가 하나 있다.


 “파일럿은?”


 한가람의 뼈 있는 질문에,


 “저, 그게…… 민간인으로 추정됩니다. 바로 화면 틀겠습니다.”
 “민간인?”


 부사관이 무선 컨트롤러를 집어 들어 상황실의 대형 스크린에 코드를 입력하자, 창공에서 35대의 MEKA들을 상대로 교전을 벌이고 있는 MEKA-018의 모습이 큼지막하게 비춰졌다. 그리고 놀랍게도 혼자 힘으로 4대의 MEKA를 단숨에 격추시키는 것도 모자라 뒤로 빠지며 안전거리를 여유롭게 확보, 웬만한 에이스 파일럿이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가 없는 움직임이다.


 ‘말도 안 돼. 이 몸 이외에도 저만한 능력을 보유한 파일럿이 있었다니. 그것도 저만한 구식 기체로 이런 교전을?’ 


 한가람의 표정이 서서히 일그러졌다.


 “조종석을 확대해 봐.”
 “예?”
 “얼른!”


 한가람의 재촉에 부사관은 허둥지둥 코드를 조작해 MEKA-018의 조종석 전방에 위치한 투명 유리를 스크린에 한가득 담았다. 그러자 딱 봐도 서툰 모습으로 컨트롤러를 움직이는 갈색 머리의 소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잡지에서 한두 번쯤 스쳐지나가듯이 본 얼굴이다.


 ‘저 여자는……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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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joara.com/literature/view/book_intro.html?book_code=1165894&sl_category=&list_type=normal


조아라에서도 연재하고 있습니다. 1편부터 보실 수 있고, 성실 연재하겠습니다. :)
수술의 여파로 너무 오래 연재를 못한... ;ㅅ;

Lv47 은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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