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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자작 단편 소설) 괴물의 탄생

나나나나난알
댓글: 1 개
조회: 2328
2016-04-11 11:13:18



아직 초등학생이던 시절, 내가 다녔던 학교에는 반마다 애완동물을 한 마리씩 분양받아 키우는 관례가 있었다.

한창 자라나는 때인 학생들에게 정서적으로 큰 도움이 될 거라 여겼던 것이었을까.

동물은 특별 실습 시간 때를 제외하면 점심 시간이나 하교 때나 보러갈 수 있었다. 동물 우리는 학교 뒷편에 한데 모아 놓여졌는데, 대부분이 각 반의 학생들이 직접 재료를 준비해 만든 수제였다.

이처럼 애완 동물들에 대한 우리 학교 학생들의 사랑은 어느 누구나 할 것 없이 지극했다. 동물들에게 있어서도 우린 매우 좋은 '주인'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중에서도 우리 반에는 유독 동물을 좋아하는 애가 한 명 있었다.

다른 친구들의 말에 따르면 그는 집에서도 여러 종류의 애완 동물을 키우고 있다고 했다. 햄스터부터 시작해서 고슴도치, 고양이, 개, 뱀까지.

본인의 말에 따르자면 아버지도 동물 치료사를 하고 있어 어릴 때부터 여러 동물들을 접하다 보니 자연스레 그렇게 됐다고 한다.

그러한 탓에, 원래 매 주 돌아가면서 당번을 정하는 사육 담당은 거의 반 년 동안이나 그 아이가 혼자 맡게 되었다.

애초부터 매일 아침 일찍 와서 먹이를 챙겨 줘야 하는 데다가 배변까지 치워야 하는 당번 일을 좋아하는 학생은 없었기에, 다른 학생들도 별 말은 하지 않았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원래부터 나는 동물을 좋아하지 않았다. 게다가 이번에 우리가 맡게 된 애완 동물은 '개'였다. 나는 어릴적 목줄이 풀린 개에게 발을 물린 적이 있었기에 그것을 무척이나 꺼려했다.

그런 내가 애완 동물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아주 우연한 일이었다.

종례가 끝나고 청소 시간에 재활용 쓰레기 함을 학교 건물 뒤쪽의 쓰레기장으로 가져가던 중에, 우리 반 사육 담당인 애가 먹이를 주는 장면을 목격했던 것이다.

때는 꽤 늦은 시간대기도 하고 이미 점심에 먹이를 줬을 거라 지금와서 무언가를 줄 이유는 없었다.

물론 애정이 깊으면 집에 돌아가기 전에 간식이라도 챙겨 줄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먹을 것을 건네는 그 아이의 표정은, 그런 호의와는 거리가 멀었다.

웃고 있었지만, 잔혹하기 그지없었다.

마치 상한 것을 아무렇지 않은 척 건네는 지독한 악동 같았다.

그때 내가 느꼈던 나쁜 예감은 며칠이 지나지 않아 현실화 되어 나타났다.

애완 동물을 보러 갔던 우리 반 여학생이 우리 밖으로 뛰쳐나온 개에게 심하게 물려서, 도중에 조퇴하고 병원에 갔다는 소식이 학생들의 입을 통해서 전해졌던 것이다.

이 일로 학부모들의 반발이 크게 일어서 어쩌면 다음 년부터는 교내에서 애완 동물을 키우지 못하게 될지도 몰랐다.

학생들은 이를 썩 달갑게 여기지 않는 듯했으나, 아직 어린 우리들에게 발언권은 주어지지 않았다. 애초에 주어졌다고 한들 나서는 학생도 없었겠지만.

그리고 교내 애완 동물 사육 폐지가 확실시된 뒤, 겨울 방학을 코앞에 둔 어느 날 나는 늦게까지 반에 남아있는 옛 사육 담당을 발견하곤 무심코 그때 일을 입밖으로 꺼냈다.

"너였지?"

"뭐가?"

"그 개를 그렇게 만든 거. 몇 번 보지 않았지만 처음 분양받았을 때 걘 엄청 순했어. 사람을 물 것 같지도 않았고. 너 그 개한테 무슨 짓을 한 거니?"

그러자 사육 담당은 여전히 창문 밖을 바라보다가 생각에 잠긴 목소리로 답했다.

"사료 대신 고기를 줬어. 한 3개월 정도? 아버지의 가게에는 동물 시체들이 꽤 많았거든. 그것들은 대부분 업자한테 건네져서 다진 다음 사료로 재활용하는데, 내가 그걸 부탁해서 좀 받아 걔한테 생으로 그냥 줬었어."

"...그렇게 될 줄 몰랐던 거야?"

잡식 동물에게 고기를, 그것도 가공하지도 않은 것을 주면 일반 사료를 줬을 때보다 훨씬 포악해진다. 아무리 순했다고 한들 본능이 '육식' 쪽으로 넘어가게 되면 사람을 무는 것도 무리는 아닌 것이다.

내가 아는 것을 설마 수의사의 아들인 그가 몰랐을까 하며 물었지만, 역시나 아니었다.

"아니. 알고 있었어."

"그럼 왜 그런 거야. 너, 동물 좋아한다면서."

그 개는 우리 반 여학생을 문 직후 청소원 같은 옷을 입은 어른들한테 채 비슷한 물건으로 목을 붙잡혀 끌려갔다. 사람을 크게 상처입힌 개는 보통 사후 조치를 위해서도 안락사 시키는 게 일반적이다.

즉 사육 담당의 행동 하나가 반 전체가 애정을 갖고 보살폈던 동물의 죽음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하지만 사육 담당은 죄책감을 느끼기는 커녕, 웃고 있는 게 아닐까 한 얼굴로 내 쪽을 돌아보며 말했다.

"좋아했으니까 그런 거야. 그게 그 아이의 원래 모습인걸? 사람들한테 억지로 길러져 순한 척 꼬리를 흔들며 살아가는 게 아니라, 작은 포식자로서 으르렁거리는 게. 언젠가 이런 생각 해본 적 없니? 네가 그 개처럼 아주 작은 우리에 갇혀서 평생동안 지내게 되는 것을. 만약 나였다면 자살했을 거야. 불행을 모른다고 해서 불행이 사라지는 건 아냐."


그 당시의 어렸던 나는, 그 아이의 말에 어떠한 반론도 하지 못한 채 그저 그가 책가방을 들고 반을 나가는 걸 지켜 봐야만 했다.

이렇게 말했지만, 지금에 와서도 여전히 의문이다.

나는 이 글을 읽는 당신들에게 묻는다.

사상이 미친 게 당연시되는 세계에서, 사상이 온존한 사람은 괴물일까?

사상이 온존한 게 당연시되는 세계에서, 사상이 미친 사람은 괴물일까?

우리는 항상 '정상'의 범주를 자신이 살아가는 세계에 맞춘다.

그렇다면 다른 생명을 죽이고 포식함으로서 살아가던 개체가 '온순함'이 당연시되는 세계에서 그리하지 못한다면, 그건 미친 거고 괴물인 것일까?


당신은 정상적인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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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국내 라이트노벨 출판사 (애니메이션도 제작하고 있는 회사입니다.)에서 여는 공모전에 작품 투고해 볼 생각입니돠.


2차까지라도 붙었음 조켔네요 ㅠ.ㅠ


여따 근데 이런 거 올려도 되나용?



Lv0 나나나나난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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