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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리뷰] '오메르타: 시티 오브 갱스터즈', 1920년대 어느 '대부'의 편지

아이콘 JeeK
댓글: 1 개
조회: 17596
추천: 1
2013-04-06 12:36:46


오메르타(Omerta)란, 영어로는 범죄의 은폐 또는 경찰 수사에 대한 비협조를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프랑스어로는 '침묵의 계율'이라는 의미로, 마피아 조직에서 사용하는 외부인에 대한 규율 중 하나입니다.

한때, 뒷세계를 누비는 인생을 상상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리 바람직하지 않은 것임을 잘 알면서도 말이죠. 현실에서는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문제가 되는 일이기 때문에 가상의 세계를 통해서나 만나볼 수 있는 삶. 마피아나 갱스터 소재의 콘텐츠를 즐기는 사람들은 바로 그 현실화할 수 없는 삶을 대리만족으로나마 느끼고 싶어하는 것이 아닐까합니다.

지난 3월 22일 발매된 '오메르타: 시티 오브 갱스터즈'(이하 오메르타)는 트로피코 시리즈로 알려진 헤미몬트 게임즈가 개발한 신작 갱스터 게임입니다.

사실 전체적으로 보자면 그리 만족스러운 작품은 아니었습니다만, 국내에 그리 흔하지 않은 장르이면서 전략과 경영 시뮬레이션을 지향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나름대로 즐거운 플레이였습니다. 국내에는 며칠 늦게 들어오긴 했지만, 전체 한글화를 갖췄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요.

자체가 생소한 타이틀이기도 해서 이번 리뷰는 흥미 위주로 좀 특별하게 꾸며봤습니다. 게임의 스토리를 바탕으로 주인공 시점에서 그의 동생에게 쓰는 가상의 편지 형식 글들과 그 사이로 게임의 대략적인 시스템 소개 및 단평을 담아내고자 합니다.

※ 실제 게임 스토리는 주인공이 쓰는 회고록 형식으로 진행되며, 본 글에 들어있는 편지 형식의 글들은 스토리를 기반으로 기자가 임의로 작성한 것임을 미리 알려드리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오메르타 배경 스토리 - 잿빛의 아메리칸 드림, 어긋난 형제의 길

게임을 새로 시작하면 주인공의 배경 이야기를 유저가 선택함으로써 캐릭터 능력치를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다. 이후 오프닝 컷씬에서는 이 게임의 배경 이야기를 설명해 줌으로써 몰입을 위한 동기를 부여한다.

지중해 시칠리아 섬 출신인 주인공은 '디 안젤로' 가문의 사람으로, 일련으로 사건으로 하나뿐인 동생을 제외한 모든 가족과 재산을 잃는다. 어떻게든 살아야한다는 결심을 한 것일까. 동생을 고향에 남겨둔 채 주인공은 미국으로 향하는 배에 몸을 싣는다.

▲ 주인공의 출신지 시칠리아는 지중해 이탈리아 반도 아래에 위치한 곳.
현재는 이탈리아령 자치주이며 지중해에서 가장 큰 섬이다


지금의 뉴저지 주 애틀랜틱 시티에 닿은 주인공.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듯 그 역시 돈과 권력을 거머쥐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다만, 그 수단으로 암흑가의 보스를 선택한 잿빛 아메리칸 드림일 뿐. 오메르타: 시티 오브 갱스터즈는 실제 애틀랜틱 시티의 세부 지명까지 구현하는 디테일함을 담았다. 유저는 도시 각 구역을 지배한 다른 보스들과 겨뤄 '유일한 보스'가 되는 길을 플레이하게 된다.

단 한 가지이자 가장 큰 비극이라면, 많은 돈을 번 뒤에 함께 살고자 했던 그의 동생이 FBI가 되어 주인공과 대립하는 위치에 서게 된다는 것. 두 형제의 어긋나버린 길과 각자의 선택을 게임에서 확인해보자.

▲ 게임의 배경이 되는 애틀랜틱 시티는 미국 동부 뉴저지 주에 위치한 대서양 연안도시




고향에 있을 동생에게.

시칠리아를 떠나 미국 땅에 첫 발을 딛은 날이다. 날씨가 아주 좋구나. 내가 고작 단돈 5달러를 들고 애틀랜틱 시티의 어두운 단면과 마주한 날이지. 범죄, 검은 돈, 부패가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는 이른바 '뒷세계' 말이다. 미국 전역 곳곳에서 금주법이 시행 중이다만, 내 목적을 위해서는 오히려 더없이 좋은 기회가 아닐까 한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고, 그럴 때 더 짜릿해하는, 원래 인간이 그렇지 않느냐. 법으로 금지한다고 해도 술을 원하는 사람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보드워크에 자리잡은 나와 동료들의 첫 계획도 '술'이었지.

애초에 술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모를까, 한 번 술맛을 본 사람들이 그것을 잊을 수 있을리가 없다. 상류층 인사들은 보다 비싼 값을 치르고서라도 술을 구하려들고, 일반 서민들은 술 비슷한 것에도 기꺼이 지갑을 열지. 이만큼 좋은 장사가 또 어디 있을까.

돈을 빌리든, 다른 녀석들 것을 빼앗든, 수단 방법 따위는 가리지 않으려고 한다. 조촐한 시작이지만 뭐, 기죽을 필요는 없지 않겠느냐. 실패하고 물러서느니 차라리 죽고 말겠다는 생각을 하며 여기까지 왔으니 말이다. 이렇게든 저렇게든 어차피 죽는다면, 이 세계 제왕의 자리에 도전하다가 죽는 편이 훨씬 의미있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일이 바쁘구나. 조만간 또 편지하마.


192X년 X월 X일
애틀랜틱 시티에서, 형 씀




오메르타 시스템 소개 1. 어둠의 세계에서 '돈'은 곧 '위법'


갱스터가 수입을 얻는 방법은 법을 어기는 것에서 시작한다. 오메르타에서 돈을 제외하고 기본이 되는 자원은 맥주, 양주, 총기 세 가지. 주류 유통이 법으로 금지된 시대인만큼, 술을 다루는 것이 가장 다이렉트한 뒷세계의 방식이다. 또한, 문제 해결의 수단으로 무력을 빼놓지 않는 갱스터라면 총기 또한 훌륭한 수입원일 수밖에 없다.

▲ 내는 니 어색한 사투리도 참말로 맘에 든데이


세 가지 자원은 맥주공장이나 양조장, 밀수업자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얻을 수도 있고, 외부 일거리를 통해 한꺼번에 다량을 거래할 수도 있다. 자신의 구역 안에서 물류의 흐름이 끊이지 않도록 가급적 다양한 판로를 확보해두어야 한다. 이 세계에서 지배자로 군림하려면 물리적인 힘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탄탄한 자금력 또한 무시해서는 안 되니 말이다.

▲ 저렴한 단가로 사서 비싼 단가로 파는 것은 갱스터의 세계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친애하는 동생에게.

치외법권에서 이루어지는 이런 류의 거래가 정당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거나 뻔뻔할 정도로 대놓고 속이려드는 족속들은 꼭 있더구나.

맥주를 사러 갔는데 슬쩍 총기를 얹어주며 웃돈을 요구하거나, 정해진 양과 다르다며 금액을 깎으려는 수작도 일상적으로 겪는 일이다만, 오늘은 좀 화가 나는구나. 상류층 귀부인이 우리가 직접 확인한 양주의 품질을 트집잡으며 아예 거래를 없던 일로 하자고 했을 때는 정말이지 울컥한 나머지 일을 터뜨릴 뻔도 했다.

다른 세력들과 거래할 때는 언제나 촉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한단다. 언제 어디서 돌발상황이 생길지 모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거래 상대가 어떤 분위기를 발산하는지를 알아채는 것이다. 만약 거래 중에 불협화음이 발생한다면 무력으로 대응할지, 금전적인 손해를 감수하고 물러날지를 정해야하기 때문이지.

지금처럼 기반이 약한 시점에는 잘못된 결정 하나가 나와 부하들 모두를 곤경에 빠뜨릴 수도 있는 법이다. 싸움은 필히 따라다니는 세계지만, 고삐 풀린 망아지마냥 날뛰는 것은 하등 도움이 되지 않을테고 말이다. 보스라는 이름을 짊어진다는 것은 순간의 이익과 장기적인 득실, 그리고 조직원의 안위 모두를 고려한 최적의 판단을 내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오늘 또 한 번 깨닫는구나.

다시 편지를 쓸 때쯤엔 내가 좀 더 어른스러워져 있으면 좋겠구나.


192X년 □월 □일
하루동안의 분노를 식히며, 형 씀




오메르타 시스템 소개 2. '검은 돈'과 '깨끗한 돈', 소재를 잘 살려주는 포인트


갱스터, 마피아, 야쿠자, 조폭... 각 문화권별 '조직'들을 저마다 다른 이름과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들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연결고리가 있다. '돈세탁'. 부당한 방법으로 벌어들인 막대한 수익을 정당하게 쓸 수 있는 돈으로 바꾸는 행위 말이다.

오메르타에서는 '회계사' 사업이나 자금 조달 일거리를 통해 돈세탁을 할 수 있다. 단, 부당이익을 깨끗한 돈으로 바꾸는 일에는 엄청난 수수료가 붙는다는 것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혹시라도 검은 돈 $1,000를 줬는데 깨끗한 돈 $700밖에 못 받았다고 혈압이 오르는 일은 없길 바란다.

▲ 이런 식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을 대개 '검은 돈'이라고 부르지...


검은 돈과 깨끗한 돈은 각각 사용처가 다를 수밖에 없다. 검은 돈은 주류 밀매, 총기 거래, 도박, 마권업 등 척 봐도 갱스터 냄새가 풀풀나는 사업에서 얻을 수 있다. 또한, '어두운' 사업 진행은 물론 경찰 매수, 조직 유지 등 게임 전반적인 부분에서 사용되는 기본 화폐 역할을 한다.

이에 비해 깨끗한 돈은 말 그대로 합법적이고 번듯한 일을 하는데 필요하다. 예를 들면 일반 부동산을 임대해서 숙박업이나 변호사 사무실 등을 차리는 일이 있겠다. 또한, 검은 돈이 부족할 때 깨끗한 돈을 가지고 있다면 대신 사용할 수도 있다. (당연히 반대로는 사용할 수 없다.)

검은 돈과 깨끗한 돈은 서로 교차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검은 돈 사업에 속하는 전당포와 약국은 깨끗한 돈을 벌어들이지만, 깨끗한 돈 사업인 카지노는 대량의 검은 돈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다.

▲ '금주법'이라는 배경 설정을 Skip하면 왜 약국에서 양주를 파는지 결코 이해할 수 없을 거다




그리운 동생에게.

최근 몇 차례 큼직한 건수를 성사시켰더니 인근 지역에 내 존재가 알려진 듯하구나. 슬쩍슬쩍 우리 조직의 영역을 넘보는 녀석들도 생겨났고, 내 휘하에 들어오기를 원하는 친구들도 더러 있는 걸 보면 말이다.

가장 까다로운 것은, 꽤 큰 세력을 구축한 지역 보스들이 입김을 넣기 시작했다는 거다. 내가 벌이는 사업이 거슬리는건지, 아니면 경쟁상대가 될만한 싹을 미리 밟으려는건지, 사사건건 사람을 보내 성가신 제안을 해오니 요즘은 거의 매일 신경이 곤두서있다.

가장 짜증나는 사실은 어떤 이유에서든 그 제안을 거절할 수가 없다는 게다. 아직은 그들과 대응할 힘도, 명분도 충분하지 않으니 말이다.

하긴, 애시당초 내가 발을 들여놓았을 때부터 이 곳은 무주공산(無主空山)이 아니었지. 사방에 적이 도사리는 정글 같은 세계에 뛰어들었으니, 조직이 커나갈수록 신중한 처신이 중요해지고 그만큼 보스로서의 어깨는 무거워질 수밖에. 지금까지의 과정은 앞으로 가야할 길에 비하면 동네 꼬맹이들의 장난질 수준이랄까.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이제 시작이다.

돈을 많이 벌어 돌아가려 했다만, 네가 먼저 미국으로 건너온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조만간 편지 대신 직접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구나.


192X년 △월 △일
반가운 소식을 들은 직후에, 형 씀




오메르타 시스템 소개 3. 턴제 전략 방식으로 구현된 마피아식 무력 충돌


오메르타의 갱스터로 살다보면 무력이 필요한 상황이 종종 온다. 돈으로 구워삶을 수 없는 상대를 만나는 경우도 있고, 애초에 무법의 영역인만큼 강탈이나 사기 혹은 목숨에 대한 위협도 심심찮게 들어오기 때문.

전투는 턴 방식으로 진행되며 맵에 존재하는 수많은 엄폐물과 인물 데이터가 핵심이다. 대부분의 경우 그리 어렵지 않지만, 일부 이벤트성 전투는 매우 불리한 조건으로 시작해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으니 자기 조직원들에 대한 기본적 이해는 필수. 턴이 돌아오는 순번도 친절하게 표시되는 등 크게 복잡하지는 않도록 구성됐다.

▲ 이름에서부터 허접의 향기를 발산하는 '소매치기'. 다섯 놈 쯤이야


도검과 총, 그리고 둔기 등 이쪽 세계에서는 '보급형'으로 치부되는 무기들이 게임에 구현되어 있으며, 저마다의 특징과 그에 따른 특수능력이 붙어있다. 나이프, 주먹 너클, 배트(Bat)와 같은 근접 무기와 리볼버, 피스톨, 샷건 등 굵직한 특징을 기준으로 분류된 총기가 존재한다.

"당연히 총기가 훨씬 유리하지 않느냐"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일 것이다. 때문에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근접 무기를 위한 몇 가지 장치도 마련되어 있다. 기본적인 명중률이 높고, 엄폐물에 상관없이 피해를 줄 수 있으며, 적중했을 때 전투능력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상태 이상 발생 등이다. 각각의 장단점을 파악해 적절하게 배분하는 것도 전략의 한 부분이 될 것이다.

▲ 무기마다 장단점이 있다지만 아무리 봐도 토미건은 사기인듯...




동생에게.

이젠 네게 친애한다는 말을 함부로 할 수도 없겠구나. 미국으로 건너온다던 네가 시 공무원으로 발탁됐을 줄이야. 네가 나를 아무렇지 않게 대하는 걸 보면, 그동안 내가 보냈던 편지들이 단 한 통도 네게 전해지지 않았다는 의미일테지. 차라리 다행이구나.

너의 연락을 받고 뉴욕에 갔을 때, 시 공무원이 되어 주류 밀매를 단속하는 일을 맡았다고 말하는 너에게 난 차마 사실을 말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조만간 알게 될 일이지만... 그저 편지로 대신하련다.

애틀랜틱 시티로 돌아온 뒤 최근, 날 함정에 빠뜨리려던 지역 보스에게 큼직한 카운터를 한 방 먹여줬다. 나를 견제하는 건 상관없지만 자기가 짠 판 위에서 나와 내 부하들 모두를 이용해먹다가 내버리려 했으니 당연한 결과지. 패자는 추락했고, 이 형은 이제 영향력 있는 지역 보스들과 어깨를 견줄 수 있게 됐다. 정면으로 맞서기에는 아직 부족하지만 바라보기도 어려운 위치에 있던 예전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인 셈이지.

최대한 몸을 사려야했던 힘든 시기를 넘기고나니 조직 규모는 빠르게 커졌고, 그런만큼 다른 세력들과의 대립도 수월해졌구나. 돈도 많이 벌었고, 곳곳에서 나와 우리 조직을 지지하는 세력도 생겼고 말이다. 최근 정보를 모아보니 우리 조직이 다른 세력들을 압박할 수 있을만한 힘을 가졌음을 알게 됐단다.

이제 목표가 가까워졌는데, 너와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다니 참으로 유감이구나.


192X년 ○월 ○일
뜻밖의 일에 매우 상심하며, 형 씀




오메르타, 이 게임의 강점 - 소재와 설정, 잘 짜여진 틀


1920년대 미국, '알 카포네'로 대변되는 소위 '갱스터 전성시대'. 오메르타: 시티 오브 갱스터즈는 분명 시대적, 공간적 배경을 충실히 구현해냈다. 인물들의 초상화를 흑백으로 처리한 점이라든지 거리의 전체적인 색감도 잘 어울리고, 무엇보다 확대했을 때 볼 수 있는 사람들의 옷차림에서 '촌스럽다'는 느낌이 확 드는 것이 시간적 배경을 전달하는데 일조한다.

갱(Gangster)이라는 소재에 어울리는 다양한 요소를 잡아낸 것도 칭찬할만하다. 사업 확장과 전투 시스템에 배어있는 전략적 요소와 조직원들을 성장시키고 능력과 무기를 관리해주는 육성 요소도 충분히 맛깔나게 표현해냈다.

▲ 부패한 민중의 지팡이도 계시고... 정말 리얼하긴 하다


좀 더 세부적으로 보자면 등장인물들의 디테일한 스토리 설정도 돋보인다. 그 시대, 그 지역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직관적으로 전달해줄 정도는 아니지만, 대략적으로 어떤 가치관을 지니고 있었는지를 짐작해볼 단서로는 충분하다. 그만큼 전체적인 틀(frame)은 견고하게 짜여졌다는 의미.

사실 조직에 관한 게임은 국내에서 비주류에 속한다. 대중에 새겨진 그들의 부정적 이미지가 강한 탓도 크지만, 일반적인 국내 게이머들의 공감을 얻을 만한 배경이 아니라는 것이 가장 결정적이지 않을까 싶다. 뭐, 마피아 게임을 즐긴다고 해서 범죄의 가능성이 높아질 거라는 우려가 합리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일부 주장도 한 몫 할 테고...

어쨌든 그런 약점들을 끼고도 국내 출시를 결정하고 한글화까지 제공했다는 점에서 오메르타는 국내 게임시장에 충분히 의미있는 타이틀이라고 말하고 싶다.

▲ 음... 하지만 이렇게 화려한 저택이 이 게임에 어울리는지는 잘 모르겠다
(은신처 건물 풀업과 모든 장식을 설치한 모습)




하나뿐인 내 동생에게.

그래, 드디어 편지를 받았구나. 혹은 애틀랜틱 시티에서 내가 했던 일들이 뉴욕에 있는 네게 전해졌을 수도 있겠지. 이렇게 득달같이 내게 달려온 것을 보니 역시 많이 화가 난 모양이구나. 그래, 당연하겠지.

너는 다짜고짜 나를 비난하며 죗값을 치르라고 말했지만, 그럴 수는 없다. 나를 믿고 따르는 부하들은 이미 내겐 가족과도 같은 사람들이니까. 바로 너처럼 말이다.

너는 앞으로 내가 하는 일을 끈질기게 추적할 거라고 말했지. 꼭 죗값을 치르고 예전처럼 같이 살게 될 거라고도 말이다. 네가 그렇게 말했을 때, 이미 알아차렸다. 네가 비록 나와 완전히 다른 길을 가게 됐지만 여전히 네가 나를 가족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네가 함정에 빠진 것도, 사실 나와 거래하던 몇몇 조직들이 너의 수사 때문에 입은 손해를 되갚아주기 위한 거였다고 들었다. 물론 나는 망설이지 않고 너를 구하는 길을 택했지만, 네가 말하는 정의에 따르면 내가 한 일은 그저 무의미한 살상 뿐일테지. 그래도 원망하지는 않는다.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너는 내게 하나밖에 남지 않은 핏줄이니까.

뭐,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반복되겠지만 마음은 편하다. 나를 믿고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고, 나 또한 내 선택에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으니까.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정의로운 동생아.


192X년 ◎월 ◎일
하나 남은 너의 가족, 형 씀




오메르타, 이 게임의 아쉬운 점 - 가끔 보이는 한글화 오류, 너무 단순한 패턴


한글화를 해준 것은 이 게임에 정말 고마운 점 중 하나다. 영어로 플레이한다고 해도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은 장르지만, 아무래도 진행 속도는 더딜테니까.

다만 곳곳에 묻어있는 깨알같은 오류가 눈에 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찰리 루치아노'라는 NPC가 제시하는 거래다. 돈세탁을 요구하는 것으로, '검은 돈을 줄테니 깨끗한 돈을 달라'는 내용이다. 그런데 막상 거래 조건을 요약해놓은 문장을 보면 '$1,000 검은 돈을 획득하기 위해 $$2,900의 깨끗한 돈이 필요합니다'라고 되어있다. '돈세탁'의 기본적인 개념을 덜 배운 NPC가 되어버린 것.

또, 예를 들어 '$150으로 맥주15를 구함' '15의 맥주를 $150에 구함'과 같이 알고보면 똑같은 내용이 다른 표현으로 된 것은 아마 원문 그대로를 직역하면서 지나친 부분이 아닐까 한다. 음성이었다면 모르겠지만 글로 풀어놓으니 어색어색 열매를 잔뜩 먹은 것처럼 보이는 사투리도 상당한 오글거림을 선사한다.

▲ 이건 "검은 돈 $2,900를 줄테니 깨끗한 돈 $1,000를 다오"라는 말이다.
무슨 의미인지 도통 알 수가 없어서 냅다 수락해보고 알아낸 사실


한 가지 더 아쉬운 점은 항상 똑같은 진행 패턴. 싱글 플레이 모드에서는 다양한 미션 목표를 제공하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자금력 확보는 언제나 같은 패턴을 그린다.

일단 초반은 오히려 다양한 선택지가 주어진다. 저렴한 맥주 공장이나 양조장, 주류 밀매점으로 시작해 빠르게 사업을 늘려나가거나, 처음부터 조금 비싼 축에 속하는 양조장-약국이나 밀수업-무기상점을 선택할 수도 있다.

이렇게 후반부에 가면 대부분 돈이 넘쳐나게 된다. 경찰에게 먹이는 뇌물도 그저 '껌값'일 뿐, 사실상 금전 개념이 의미가 없어진다. 긴장의 끈을 유지할만한 장치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 실제로 게임을 켜둔 채 밥을 먹으면서 플레이하는 것도 가능하며, 편의점에 다녀와도 별다른 지장이 없을 정도다.

후반부 플레이에도 강한 영향을 줄만한 변수가 있거나, 지역별로 사업 발전에 몇 가지 제약을 거는 편이 좀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는 김에 각 사업 종목별 상관관계도 좀 더 다양하게 얽어주면 좋을 것 같고 말이다.

▲ 이쯤 사업을 벌여놓으면 망하고 싶어도 망할 일이 없다





'오메르타: 시티 오브 갱스터즈'의 초반 몰입도는 높다. 튜토리얼도 잘 되어 있어서 사업 경영과 전투 모두 어렵지 않게 적응할 수 있었다. 캐릭터의 특화능력과 스킬을 바탕으로 한 조합 전략을 비롯한 다양한 시스템을 두루 갖췄지만, 초반 난이도는 높지 않기 때문에 게임을 익혀나갈 시간은 여유로운 편.

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긴장감은 급격하게 떨어진다. 앞서도 말했지만, 후반부 플레이는 밸런스가 상당히 어긋나있다는 느낌. 전체적인 난이도를 쉽게 하려다보니 놓친 부분일 수도 있지만 마니아들의 기준으로 본다면 꽤나 아쉬운 부분이다.

무기들의 밸런스를 무너뜨리는 '토미건'의 위력도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특수무기를 구할 수 있는 미션에서 획득한 레어급 토미건은 모든 근접무기를 통틀어도 견줄 대상이 없을만큼 효율이 좋다. 뭐, 덕분에 게임 진행이 수월해진 건 장점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오메르타는 현재 스팀에서 $39.99로 판매되고 있다. 배경 소재도 좋고, 여러 구성 요소들도 잘 갖춰진 게임이기 때문에 갱스터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괜찮은 타이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것들을 하나로 엮어내는 연결고리가 깔끔하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중화되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이 아닐까 싶다.

Lv74 J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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