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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괴담] 자판기

아이콘 드림카카오72
댓글: 6 개
조회: 572
2011-12-01 14:11:58

 

 

 

 

 

 

벌써 지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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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판기


문득 내 본연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십년 전, 난 평범한 회사에 다니는 여직원이었다.
매일같이 지하철로 출퇴근을 했었다.

아침마다 먹던 자판기 백 원짜리 밀크커피. 그날은 유난히 바빴다.
늦잠을 자고 나온 터라 역에 오자마자 지하철 오는 소리가 들렸다.
급하게 커피를 빼려 동전을 넣었다.

‘지금 열차가…’

밀크커피 버튼을 눌렀지만 커피가 나오지 않았다.
램프에 ‘10원’ 표시가 되어 있었다.
백 원이 아닌 십 원짜리가 들어간 것이었다.

안 되는 날은 뭘 해도 안 되는 구나.
동전을 찾으려 지갑을 뒤지고 있을 때, 자판기에 불이 들어왔다.
커피로만 되어있던 메뉴들이 얼굴과 신체 부위로 바뀌었다.

‘이게 뭐지?’

난 얼굴을 눌렀다.

[눈, 코, 입, 귀, 치아]

난 무의식적으로 눈을 눌렀다.
그러자 요즘 유행하는 삼 십여 종의 눈이 제시됐다.

난 [연예인 L스타일의 눈]의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아무런 변화도 느낄 수 없었다.
단지 눈이 간지러웠을 뿐이었다.
삼 초였다. 삼 초 정도 그랬던 것 같다.

눈에 무언가 들어갔나 싶어 자판기에 눈을 비춰 보았다.
내가 골랐던 그 눈이 내 얼굴에 붙어있었다.
아프진 않았다. 볼을 꼬집어보았다.
아팠다. 온 몸에 닭살이 돋았다.

내 눈이 바뀌다니… 무서움과 두려움보단 신기함이 컸다.

난 다시 십 원짜리를 넣었다.
자판기가 또 다시 변했다.

이번엔 몸을 눌렀다. [가슴, 배꼽, 성기]까지 나타났다.

호기심에 [성기]를 눌러보자 성별을 고르라는 메뉴가 나왔다.
[남]. 단지 궁금했을 뿐이었다.

자판기에 남자의 성기들이 나열 되었다. 붉어진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도 나와 자판기를 신경 쓰지 않았다.

자판기에 얼굴을 바꾸러 서 너번쯤 갔을 때야 알았다.
자판기에 불이 들어오는 순간 사람들의 시야에서 가려진다는 사실을.
그때부턴 아예 지하철에서 살다시피 했던 것 같다.

십 원짜리 한 보따리로 바꾸고 싶은 모든 것들을 바꿨다.
심지어 손톱까지도 마음에 드는 것으로 바꿨다.

얼굴만 바뀌었겠는가? 얼굴이 바뀌니 회사며 가족이며 아무도 날 알아보지 못했다.
사실 지겨운 회사,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를 벗어났단 생각에 외롭다거나 죄책감이 들진 않았다.
예뻐진 얼굴로 할 수 있는 일도 많았지만 남자로써 할 수 있는 일도 많았다.

회사를 다녀도 여직원일 때와는 천지차이였다.
하는 일부터 받는 월급까지 모든게 달랐다.

그 뿐 만인가 연애도 했다.
연애가 지겨워 질 때면 다시 자판기로 가 성기를 때내며 얼굴부터 몸통까지 다시 바꿔 여자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자판기에 비밀을 알기 전, 나는 평범하게 그지 없었다.
못생겼다는 소리도 예쁘단 소리도 듣지 못하는 마냥 평범한 여자였다.

비밀을 알고 인생이 바뀌며 ‘아름답다, 잘생겼다’라는 말만 듣다보니 십년이 지난 지금은 평범하단
소리가 듣고 싶어 미칠 지경이다.

자판기에 있는 어떤 눈과 코를 해도 평범해 질 순 없었다.

요즘 들어 원래의 내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오랜만에 그 자판기가 있는 지하철로 간다.

자판기는 여전히 자리에 있었다.

지갑에 십 원짜리와 백 원짜리가 하나씩 들어 있었다.


…백 원짜리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자판기에 넣는다. 커피를 꺼내어 먹는다.


- 하늘 作

 

Lv73 드림카카오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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