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들의 스펙을 똑같이 만들면 황밸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반쪽짜리 개념일 뿐입니다.
왜냐면 각 직업의 개성과 특색을 살리기 위해서는 서로가 다를 수 밖에 없는데,
그것 때문에 결국 '캐릭간의 성능 차'라는 것이 반드시 생기게 되죠.
반대로 이를 무시하고 억지로 성능을 똑같이 맞추고자 한다면,
이 캐릭이나 저 캐릭이나 다를 바가 없어져 직업을 고르는 의미가 사라지겠죠.
대표적인 예로, 롤백되기 전 쏘마터지, 인챈터, 링커 등이 그러합니다.
그럼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전제되어야 할 또다른 개념은 무엇일까요?
"각 직업들의 <역할>을 부각시켜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바로 이것입니다.
오래된 갓겜 하나를 예로 들어볼까요?
스타크래프트에서는 1:1로 승부함에도 불구하고 매우 다양한 유닛들이 전장에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일꾼은 물론이고, 근접/원거리/공중/정찰/디텍팅/마법 등등 그 종류가 무수히 많죠.
하지만 거기서 쓰이지 않는 유닛은 거의(ㅇㅇ 무슨생각하는지 앎) 없습니다.
그들의 능력이 모두 다르며, 스펙도 좋고 나쁨의 차이가 있지만, 분명한 것은 상황에 따라 쓸 데가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지금의 트오세는 어떤가요?
[PVE]
- 챌린지 : 딜러든 힐러든 상관없이 딜링만 하면 됨 → 오직 1가지 역할
- 레이드 : 탱딜과 힐러, 나머진 그냥 딜(얘네는 그냥 탱딜 하위호환) → 사실상 2가지 역할
[PVP]
- 팀배틀/콜로니 등 : 일단 생존이 안 되면 적 근처에 다가가지도 못함(결국 탱딜 or 힐) → 사실상 2가지 역할
시발 무슨 소드맨이랑 힐러만 있어도 게임 돌아가겠네
사실 개발자K가 게임 건들기 전에는 역할의 단순화가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습니다.
[PVE]
- 필드사냥 : 이런 것도 있었다(개발진이 매크로 잡을 줄 몰라서 삭제)
- 챌린지 : 필드 챌린지 시절에는 광역딜+단일딜+힐러+버퍼(루팅) → 무려 4가지 역할이 존재했음
- 레이드 : 직업의 구성은 지금이랑 같으나, 레이드의 환경이 각자에게 역할을 직접 부여해줌(하나비 얘기임)
[PVP]
- 팀배틀/콜로니 등 : 이건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음
자매챌이 사냥의 편리함을 가져준 건 사실이지만, 게임의 재미에 있어서는 과거의 필드챌이 훨씬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등장하는 몹 수가 매우 많아서 광역으로 쓸어 담는 쾌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당시에 뉴비들에게 가장 많이 추천하는 직업이 파엘도였죠. 광역이 잘 잡혀서 저스펙으로도 챌린지에서 돈 벌기에 수월했기 때문입니다. 단일딜 만큼은 당시 최저수준이라는 걸 감안하고서 말이죠. 그러다가 자신도 레이드를 해보고 싶고, 단일딜도 뽑아내고 싶다면 자연스레 새 캐릭을 키우게 되었습니다. '나도 저거 해보고 싶다' 라는 마인드로 말이죠.
그렇다고 죄다 파엘도만 골랐다는 것도 아닙니다. 한 직업으로 광역/단일을 중간 정도 해낼 수 있는 하이브리드도 많이들 골랐었죠.
정리하자면, 딜러의 스펙을 광역딜과 단일딜로 분배한 뒤, 각자 취향에 맞는 비율의 직업을 고르도록 유도했다는 점. 이것이 당시의 뇌오세가 즐거웠던 이유가 아닐까 생각을 합니다.
버퍼 쪽 얘기는 할 말이 많은데, 지금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짧게 쓰겠습니다.
쏘인이 날먹이라고 많이 불리었었죠.
저스펙으로도 1인분의 역할을 한다는 이유일 텐데, 그걸 이제야 고치고 있네요.
"파티에 끼우면 버프는 물론 돈을 더 벌게 해주는 직업이 있다?"
과거의 쏘마터지 얘기입니다. 헌감파 등도 있긴 한데 쏘인에 압도적으로 밀렸죠.
그런데 지금은? 쏘인링, 헌감파 고르면 자매 챌린지에서 돈 못 벌음(역할 증발).
그렇다면 남은 건 레이드 밖에 없는데 지금은 거기서 쓸 이유도 없구요.
(예전에는 보협에서 쏘인커를 많이 채용하여 블록 능력치 등을 올렸지만)
얘네 왜 키움?
결론은, 각기 직업들이 잘할 수 있는 분야와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는 것.
방패가 왜 있는 탱커
얼리는 능력을 써먹을 곳 없는 크리오
광역도 단일도 약한 머숙희/캐논
파티에서 필요로 하지 않는 파티용 버퍼
그 밖에 쓰이지 않는 직업들
일자리 좀 만들어줘라. 빡대가리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