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날로 글을 적어보는건 처음이군요. 제가 글재주가 없어서 지루해질지도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써봤습니다. 궁게하면 문학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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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장막이 덮인 밤하늘 사이로 신이 빛을 비추려 뚫은 듯한 커다란 달 하나가
밤이라 느껴지지 않을 만큼 환한 빛으로 기원의 숲을 밝히고 있었다. 사람들의 믿음과
신망, 그리고 교리로 찬미된 그 거리엔 이전에 느껴졌던 여신의 신성함은 눈 씻고 찾아 볼 수
없었다. 풍요로움과 배품을 상징하던 나무가 시린 바람을 맞으며 스산한 소리를 내고 있다.
그 나무아래에, 작은 풀들이 바람이 아닌 다른 무언가에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숲의 모든 새들의 가슴을 철렁이게 만드는 커다란 총성이 고요를 찢으며 울려퍼졌다.
거대한 철갑을 입은 괴한이 뒤틀어진 비명을 힘겹게 쥐어짜내고 쓰러졌다.
한 마귀의 종언을 맞이하는 모습을 매 한 마리가 나무에 앉아 무심히 지켜보고 있다.
초연으로 이루어진 운무에서 모습을 들어낸 건 한 늙은 남성이었다. 비록 다 해졌지만
나름대로 격식을 차린 복장에 상체를 X자로 가르는 두꺼운 가죽벨트가 인상적인 그는
신수의 날 이후 마족에게 대항하고자 인간들이 새로 개발한 무기인 머스켓을 다루는 자.
사람들은 그를 머스켓티어라 불렀다. 풍성한 콧수염을 어루만지는 그가 만족하며 총을
다시 어깨에 메고 사냥감을 갈무리 하고는 돌아섰다. 그러자 그의 앞에, 작은 불꽃이 튀었다.
그의 총소리만큼은 아니지만 꽤 시끄러운 격발소리와 함께 말이다.
“한스씨 되시지요?”
“...”
한스라 불린 머스켓티어가 침묵을 지키며 자신을 위협한 대상을 바라보았다. 흰 달빛을
받으며 그 앞에 가로 막은 건 벨하이더를 타고 있는 후드를 쓴 여성이었다. 그녀가
후드를 벗자, 어깨까지 내려오는 은발 머리가 달빛에 반짝이며 찰랑거렸다. 상당히
젊은 여성이었다. 그녀의 얼굴엔 화장이라던가 하는 치장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남성은 그녀가 아름답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으리라.
검은 옷에 여러 치장이 달린 옷을 입고 있는 그녀는 슈발츠라이더라고 불리는
기동대의 대원 중 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속한 기동대는 특별한 임무를 수행하는데
그것은 바로...
“오랜만이군요. 본론만 짧게 말하지요. 지금 왕국에서 당신에 대한 캐삭명령이 떨어졌습니다.”
캐삭이란 구원자로써의 역할이 도저히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된 구원자들에 대한
처리명령중 하나로 1주일 단위로 그 대상이 선정되며 본인이 동의를 하면 여신의 축복을 통해
그들을 하늘로 돌려보내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구원자들은 이 명령을 거부하길
원하고 이 부분에서 마찰이 빚어지는데 그 마찰을 중재하는 것이 그녀가 속한 기동대의
일이다. 즉, 그녀는 구원자들을 사냥하는 집단의 일원인 셈이다.
“아아, 오랜만이야 베아트...”
“닥치세요. 당신에게 제 이름을 불리는 것 자체가 모욕적입니다.”
“...”
미간이 모아진 여성의 표정에 분노가 씨앗을 퍼뜨리고 있었다. 퍼져가는 증오가 그녀에게
동기를 충분히 부여하고 있었다. 저 남자를 아무런 양심의 가책 없이 여신의 곁으로
보낼 수 있다고 그녀가 자신의 결심을 맹신하도록 그녀의 감정을 부추긴다.
“한 때 당신은 제 우상이었습니다. 제 목표였습니다. 그리고 제가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당신은 제가 이 세상에서 가장 증오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당신이 성장을 포기하고 구원을 포기하고 이런 외곽지역에서 돈벌이만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말입니다. 이제 당신은 한 소녀의 마음을 배신한 대가를 받게 될 겁니다.”
“크리스토퍼... 많이 자랐구나. 어렸을 때 눈가에 난 상처도 이젠 거의 여물어 비늘에 가려
보이지 않는군. 내가 발걸음을 멈춘 때에도 세상은, 시간은, 신수의 뿌리를 적시는 강물처럼
여전히 흘러가고 있었어...”
한스가 그렇게 읊조리며 바라본 대상은 그녀가 타고 있는 벨하이더였다. 그 벨하이더는
자신이 헌터생활을 하는 동안 생사를 함께 해온 자신의 가장 충직한 동료 중 한 명이었다.
“유언은 끝입니까? 동의는 하지 않으신 걸로 판단하고 무력화작업을 실시하겠습니다.”
“하! 할 수 있다면 해보렴!”
그 말과 동시에 남자의 모습이 그림자처럼 되더니 이내 사라졌다. 그녀가 쏜 쇠뇌가
그가 서있던 자리를 관통해 나무에 꼽혔다. 벨하이더의 고삐를 강하게 잡아끌었다.
힘찬 울음소리와 함께, 벨하이더의 두 다리가 땅을 박차며 풀밭을 해집어 놓았다.
그러면서 손에 든 권총의 탄을 모두 소진하려는 듯, 맹렬하게 사방으로 총알을
발사했다. 총연속에서, 벨하이더의 거친 숨소리와 그녀의 기합소리가 화려히 장식되고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발자국소리만 들려온다. 어디서 날아올지 알 수 없는 총탄에
그녀의 회피기동은 끝없이 이어진다. 하지만, 이윽고 발자국 소리가 멈췄고 소녀가 육감에
의지하 파피스를 설치해 그의 사격을 막으려했으나, 파피스를 관통한 충격에 그녀가
벨하이더에서 떨어졌다. 그녀가 바닥에 나뒹굴자말자, 겁은 먹은 벨하이더는 그녀를 두고
멀리 달아나버렸다. 자리에서 일어날 사이도 없이 그녀가 쓰러진 지역에 붉은 불꽃이
피어올랐다. 플레어샷이라는 기술이었다. 그녀가 화상을 입기 전에 빠르게 신속하게 자리를 피했다.
플레어샷이 만드는 붉은 빛이 아무런 표정을 짓지 않은 한스의 얼굴을 비춰주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서 땀이 상당히 많이 흘렀다. 의뢰소 미션을 받아 마족퇴치를 하고
바로 이어진 연전에 그의 피로는 쌓일 대로 쌓여있던 것이다. 이 싸움을 빨리 끝내야 한다는
냉철한 판단이 그를 채찍질하는 아이러니한 상태에서 그는 다음수를 생각해야했다.
플레어샷을 긴급히 회피한 그녀가 그만 총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하지만 아직
한 손엔 쇠뇌가 있었고 예비용 단검을 꺼내들었다. 그의 근접기술은 그녀보다 훌륭하지만
런닝샷으로 그를 교란하며 급습을 한다면 그녀도 충분히 승산은 있는 싸움이었다.
이미 성장을 멈추고 구원을 그만둔 남자지만, 그래도 그가 쌓은 노하우는 그녀의 실력을
훨씬 상회하고 있었다. 그 증거로, 그녀의 뒤에서 둔탁한 기계음 소리가 났다.
함정이었다. 푼지스테이크라는 거대한 가시가 그녀를 덮쳐왔다. 그녀가 방어 자세를 뒤늦게
나마 취했지만 이미 다시 함정의 충격으로 풀숲에서 한스의 시선이 닿고 있는 길가로
튕겨져 나오게 되어버렸다.
그 순간 그녀와 그의 시선이 교차되었다. 그리고 그앞에 놓인 있는 기계장치도 눈에 들어왔다.
그가 두 손으로 그것을 힘차게 누르자 그녀가 날아간 장소에 있는
클레이모아가 폭발했다. 폭약으로 달구어진 뭇 한 알갱이가 그녀의 몸에 상처를 세기려
날아들었다. 그녀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날아오는 알갱이를 향해 던졌다.
“호오?”
한스가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었다. 그가 준비한 마무리 일격을 감각과 육체적인
포텐셜로 잘 막아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아직 다음수를 준비해두었다.
확실히 성공할거 같은 함정에도 늘 다음수를 생각해두는 것이 그의 성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점을 가장 사릴 수 있는 섀퍼를 선택했다. 그는 그 선택에 후회한 적이 없었다.
그 선택이 아직 살아남을 기회를 준다면 더더욱.
그녀가 자세를 추수릴 시간도 없이 땅속에서 길다 란 막대가 나왔다.
브룸트랩이라는 함정이다. 하지만 그것이 발동하기까진 잠시의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그 트랩을 보고 뒷걸음질 친다면 저 남자의 스나이프에 이젠 당해버리고 말 것이다.
그녀는 다시 파피스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발로차 넘어뜨리곤 런닝샷으로 힘껏
달렸다. 그리고 넘어진 파피스위에 그대로 누웠다. 그녀의 운동량을 이기지 못한 파피스가
빠르게 미끄러지며 브룸트랩 위를 지나갔다. 브룸트랩이 자랑하는 넓은 범위의 불꽃이
순식간에 무용지물이 되는 순간이었다. 여성이 누워서 하는 사격에 남성은 반격하지 못하고
뒷걸음질 쳤다. 그가, 당황한 것이다. 그녀의 사격은 겨우 피했지만 그녀와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졌다. 그리고, 도망 친줄 알았던 그녀의 벨하이더가 그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있었다.
-코싱-
한스의 머릿속을 스친 두 단어, 이미 바요넷스러스트를 쓰기엔 그녀와의 거리가
너무나 가까웠다. 그리고 그녀의 카라챠 대거의 예리함이 그의 심장을 주저 없이
도려낼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단검은 둔탁한 무언가를 찌르는 것으로 끝이 났다.
“오크...통?”
혼란에 빠진 그녀에서 혼잣말처럼 실없이 나온 한 마디는 그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에 화답하듯, 한스의 목소리가 그녀의 머리위에서 들려왔다.
“체크메이트구나.”
여성이 고개를 들자 자신을 노리고 있는 총구와 매에 매달려있는 한스가 보였다.
“당신이 응사의 기술을 배웠다는 건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거짓말이지?”
“광공비가 중요하더구나. 나도 내가 매를 부리게 될 줄은 몰랐단다. 그럼 잘자렴.”
다시 한 번, 기원의 숲의 새들이 날아올랐다. 나무를 박차고 하늘을 날아오르는 새들의
그림자가 크고 하얀 달에 검은 반점을 새기고 있었다.
...
...
...
...
꿈... 그래 이건 꿈이야. 내가 걸었던 미래, 희망, 그리고 바람. 아버지의 뒤를 밟으며
처음 석궁을 들었을 때의 환희 왕국 총사대를 목표로 했던 은빛머리 소녀.
아직은 주근깨가 가시지 않은 그 순진한 소녀... 검은 제복을 입은 이젠 주근께와 솜털을
찾아 볼 수 없는 한 여자. 계속되는 임무에 인간미를 잃어가던 한 여자. 목표로 했던
남자의 추락을 지켜보며, 멘토에서 반면교사로 변해버린, 신념을 돈으로 짓이긴 그 남자에
대한 증오. 그 남자의 개삭명령이 떨어졌을 때 주변 대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임무를 자처한 나. 그리고... 그 남자의 총구를 바라보았던 나...
“헉...!!”
“잠에서 깼니?”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리고, 머리를 무언가로 싸맨 이질감에 손을 데었다. 붕대였다.
이마에 매우 아파왔다. 커다란 혹이 나있었다. 하지만, 눈앞에 지펴진 모닥불과
마른풀을 겹겹이 쌓은 편안한 잠자리에, 고통이 사라지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모닥불에 케파잎과 포포리온의 고기로 이루어진 꼬지가 고소한 냄새를 내며
구워지고 있었다. 나는 군침을 나도 모르게 삼켰다. 왜냐면 나는 꼬지를 음식중에
가장 좋아했기 때문이다. 특히 포포리온 고기의 꼬지를.
“한창때 아가씨의 이마를 그리 만들어서 미안하구나.”
한스의 목소리다!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 그를 경계했다. 그의 얼굴은 내가 기억할 때와
많이 바뀌어 있었다. 이리저리 어지럽게 기른 수염, 상처투성이 얼굴...
깔끔하게 정돈한 수염과, 상처 하나 없던 그의 얼굴이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말이다.
그러나, 그의 푸른 눈동자만이 예전과 같았다. 깊은 호수같이 맑게 빛난 그의 눈...
신념과 정의와 굳은 결의로 나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던 그의 눈... 여전한
그 눈동자를 보니 마음이 편해져 나도 모르게 경계를 풀었다.
“왜... 왜 절 살려 두신겁니까?”
“일단 먹거라. 지금 딱 잘 익었단다.”
“전 적이 주는 음식 같은 건 먹지 않습니다!”
그 순간, 내 배에서 왕국의 그 어떤 배보다 우람한 뱃고동 소리가 울렸다. 근처에 갈매기가
있었다면 내 어깨위에 앉아 울어댈 정도로 말이다. 나는 부끄러움이 쥐구멍이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웠다. 얼굴에 불이 붙은 듯, 열이 났다.
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맛있는 냄새가 상당히 가까이서 나기 시작했다.
한스가 내게 꼬지를 내밀고 있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그걸 받아먹었다.
잘 익혀 단 맛이 나는 케파 잎과 기름기만 빠지고 육즙은 그대로 남아있는 포포리온의
고기가 입안에서 눈 녹듯이 사라졌다. 원래 꽃향기가 나 별미로 취급되는 포포리온 고기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향과 맛이 좋다는 주황 포포리온의 고기였다. 단순한 꼬지였지만
이렇게 맛있게 먹어본 요리는 손에 꼽힐 정도였다. 그래... 이런 요리를 마지막으로 해준
사람도... 바로 나의 아버지. 한스였다.
“개삭명령은 동의했다. 아침 해가 떠오르면 나는 여신에게 갈 거야.
내 딸에게 임무실패라는 오명을 남겨선 안 되겠지.”
“...”
“삐이이이”
모닥불 근처에 있던 크리스토퍼가 구슬피 울었다. 녀석도 뭔가를 직감했나보다.
나는,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하늘을 바라보니 이제 곧 해가 떠오르려 했다.
“베아트리체. 마지막으로 널 볼 수 있어서 좋았구나. 그리고 기억나니? 요리를 하나도
못했던 내가 너에게 만들어준 음식 중에서 네가 가장 좋아했던 것이 바로 그 꼬지였다는 걸.”
“저... 저는...”
“그걸 마지막으로 너에게 다시 만들어 줄 수 있어서 좋았다.”
“아... 아빠!!!”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그의 품에 안겼다. 지저분하고 해지고 냄새나는 더러운
복장이었지만, 나에겐 이 세상 그 무엇보다 따뜻하고 포근한 품속이었다.
“나는... 나는... 아빠...난...”
서서히 투명해지는 아빠의 몸이 하늘로 떠오르려 하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필사적으로 잡으려했지만, 이미 유체화된 그의 몸을 난 잡을 수 없었다. 환한 연두색
빛에 휩싸여 아빠의 몸은 이미 인간의 형상을 띄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언덕너머의
부엉이 조각상으로 아빠의 영혼은 날아갈 것이다.
나는 눈물이 앞을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도, 아빠가 남긴 총 한 자루를 찾아
그것을 안았다. 분명 이미 차가워진 나뭇가지에 불과한 물건이었지만, 거기서 아빠의
온기가 남아있는 것 같았다.
기원의 숲에 아빠의 무덤을 만들고 비석대신 그 총을 세워두었다.
내가 가진 벨하이더도, 내가 즐겨 사용하던 권총인 마나마나도 사실 아빠가 모든 실버와
탈트로 쥐어진 과분한 힘인걸, 나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스스로의 힘으로, 이 위치에 올랐고 이 힘을 가졌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다.
여관에 돌아오자, 그가 있었던 빈자리에 못 보던 남자애가 있었다.
... 아빠와 꼭 닮은 아이였다.
“넌 이름이 뭐니?”
“한스. 내 이름은 한스야. 그리고 난 커서 대검을 휘두르는 용병이 될꺼야! 헤헷!
누가 그러는데 누나가 날 많이 도와준다는데? 진짜야? 고마워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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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잘못 된 패치에 희생양이 된 모든 삭제된 케릭터에게 바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