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스트] 프오+카발/플닥/딥디 소감과 개인적 분석

일단 프리스트는 매스힐과 리바 리저 때문에 절대 뺄 수 없고, 오라클도 디바인과 죽선을 필두로 한 탄탄한 파티원 강화 능력 때문에 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남는 건 하나인데, 이것저것 바꿔 보면서 챌린지 수백 판을 돌고 나비목, 까마귀, 차붕, 기타 등등 여러 컨텐츠도 가 보며 느낀 소감을 적어 보려 합니다. (PvE 위주로)

한줄요약: (육성 과정에서 이것저것 다 해 보시는 건 좋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딥디하세요

카발리스트

아인 소프로 파티원의 체력과 자신의 힐량을 뻥튀기해 주고 매우 안정적인 장판힐 세피로트의 나무를 보유한 클래스입니다. 메르카바 아츠로 파티 공용 무적기를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장점은 이게 끝입니다. 과한 의견일지도 모르지만, 카발리스트는 아인 소프 SP 회복 기능 삭제와 딜러들의 SP 소모량 대폭 감소 패치 이후 시대에 뒤쳐져 더 이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봅니다. HP 증가량이 15%밖에 안 되는데다가 현탐까지 있는 아인 소프에 파티원 전원이 기대야 할 정도로 허약한 파티라면 고려해 볼 만도 하지만, 그런 파티에게는 스콰이어의 배식대라는 훨씬 더 바람직한 선택지가 있습니다.

메르카바는 "수동 조작으로 탑승해서 노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근본적 문제 때문에 실용성이 의심스럽습니다. 열심히 빡딜하는데 파파가 뜬금없이 프리덴슬리트 불면 짜증나잖아요. 어차피 리바이브도 있고요.

그나마 괜찮은 점이 바로 저 세피로트의 나무인데, 아츠 시스템의 등장으로 이마저도 플레이그닥터의 힐링 팩터에 비해 특별히 안정적이라고 보기 힘들어졌습니다.

플레이그닥터

웬만한 상태이상은 다 막아내는 새부리 가면이 상징입니다. 흑사-소각-판데믹 콤보로 딜에도 기여할 수 있고, 이 게임 최강의 회복 스킬 힐링 팩터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플레이그닥터를 빛나게 하는 것은 바로 이동속도를 비약적으로 상승시키는 모다피닐이겠죠.

사족이지만 나중에 최대레벨이 더 올라서 서브 클래스 같은 개념으로 하나의 클래스를 1서클까지 가져갈 수 있게 된다면, 저라면 무조건 플레이그닥터를 고르겠습니다.

힐링 팩터는 근접 치료라는 아츠를 배우면 그 진가가 드러납니다. 챌린지처럼 모든 파티원이 밀집한 상태를 유지하는 컨텐츠라면 웬만한 순간 극딜이 들어오지 않는 이상 파티원을 눕힐 일은 절대 없다 보시면 됩니다. 사실상 상시 지속이기 때문에 세피로트의 나무의 안정성을 월등히 능가합니다.

다만 힐링 팩터는 근접 치료라는 이름 그대로 파티원이 매우 가까이 근접하지 않으면 발동하지 않기 때문에 파티원 산개가 필요한 컨텐츠에서 플닥은 굉장히 불리해집니다.

플닥 하면 역시 모다피닐이죠. 지하수로 닥사팟에서 플닥을 애타게 찾는 이유입니다. 모다피닐 없이 이 정도의 이동속도를 상시 뽑아낼 수 있는 직업은 캐터프랙트뿐입니다(사실 캐터가 더 느립니다). 필드 파밍, 차붕 등 많은 이동이 필요한 컨텐츠에서 플닥은 신 그 자체입니다(차붕은 몹이 너무 세서 어차피 찔끔 이동하고 찔끔 잡는지라 딥디가 나을지도 모르겠네요). 이런 컨텐츠를 자주 하신다면 플닥을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하지만 이런 플닥에게도 한계가 있습니다. 사실 플닥이 잘못한 게 아니라 딥디가 사기인 거지만요. 바로 가장 중요한 파티원의 딜에 전혀 기여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흑사소각판데믹 콤보가 있기는 하지만, 판데믹의 쿨타임이 더럽게 길기도 하거니와, 생각보다 딜이 신통찮기도 하죠. 힐러가 딜해 봐야 얼마나 나오겠어요.

파티원 딜 상승에 기여할 수 있었다면 사기 클래스가 되었을 플닥, 정말 아쉽습니다.

딥디르비

대세, 패러다임입니다. 딥디르비의 시대죠.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어요.

단점이 사소하니 일단 단점부터 적겠습니다. 딥디르비에게는 자동 힐이 없습니다. 카발리스트는 세피로트를 깔아만 두면 당분간은 숨 돌릴 수 있고, 플닥은 본인 피만 신경쓰면 힐 키를 누를 일조차 없죠. 반면 딥디르비는 파티원의 피를 항상 주시하며 수동으로 힐을 넣어 줘야 합니다. 그나마 매스힐에 기댈 만하기는 하지만, 매스힐도 쿨이란 게 있으니까요.

단점은 여기까지입니다. 딥디의 최고 장점이자 존재 의의는 바로 라이마 여신상입니다. 파티원 전원(본인 포함)의 모든 스킬 쿨타임(스무지, 앱크로바 등등 세트 옵션 포함. 직접 실험해 봄)을 22%(디바인 마이트 기준. 헨지 받으면 24%) 줄여 줍니다. 달리 말하자면, 모든 파티원의 DPS가 (단순히 계산해서) 28.2%(헨지 받으면 31.6%)나 상승한다는 뜻입니다. RPG에서 최고의 공략은 바로 딜찍누입니다. 구차한 설명이 더 필요할까요.

여기서 스킬 쿨타임 감소는 "본인 포함"이라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네, 힐의 애매한 쿨타임이 아예 사라져 힐이 (사실상) 무쿨기가 되고, 매스힐의 쿨타임도 줄어듭니다. 더 유동적으로 힐을 넣을 수 있고, 매스힐도 더 자주 쓸 수 있습니다. "12초 동안 매스힐을 받은 사람의 공격력 증가" 옵션이 붙은 모링포니아 주오다 세트를 착용하면 이 강점은 더욱 빛납니다. 디바인 마이트도, 앱크로바도, 프로퍼시도 쿨이 줄어들어서 실질적인 딜량은 더 상승합니다. 포어텔의 쿨도 줄어서 힐 부담이 더 줄어듭니다. 리바이브의 쿨이 줄어서 극단적인 상황에 몰리는 것을 더 자주 막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피해 감소에 완전히 무감하냐, 그것도 아닙니다. 딥디르비에게도 아츠가 있습니다. 아우슈리네 여신상의 지속 시간을 10초로 줄이지만, 10%의 댐감 효과를 주죠. 세계수도 있네요. 모든 몹이 세계수의 침묵에 걸려드는 건 아니지만,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가 꽤 체감이 되더라구요(해골물일 수도 있지만...).

플닥처럼 상태이상 방어가 없는 게 아쉽습니다만, 우리에겐 오라클이 있습니다. 프로퍼시의 쿨타임이 줄어들기 때문에 파티원을 상태이상에서 더 자주 방어해줄 수 있게 됩니다.

이쯤 되니 오히려 딥디르비가 아닌 힐러가 파티에서 눈총을 받는 일이 벌어집니다. 챌린지 7단이나 레전드 레이드를 간다고 하면 딥디르비가 당연하게 되었죠. 쿨감의 위력이 이렇게 무시무시합니다. 패러다임은 괜히 패러다임이 아니에요.

오라클을 빼면 안 돼요?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습니다. 파티원의 공격기는 물론 유틸기까지 모조리 랭크를 올려줄 수 있는 디바인 마이트는 다른 어떤 클래스의 스킬로도 대체 불가능합니다. 죽음의 선고의 엄청난 피해량 증가도 매력적이고, 프로퍼시 역시 딜 증가에 톡톡히 공헌하죠. 여기에 포어텔이라는 최상급 댐감기까지 갖춘 오라클은 플닥도 드루이드도 대체할 수 없는 독보적인 자리에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프리스트를 빼면 안 될까요?

안타깝지만 프리스트를 빼는 건 힐러를 안 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결론

카발리스트는 핵심 역할이던 SP 회복 기능이 삭제되고, 안정적인 힐이라는 장점마저 플레이그닥터에게 짓밟히며 굉장히 유감스러운 클래스가 되고 말았습니다.

플레이그닥터는 모다피닐이라는 걸출한 버프와 최고로 안정적인 힐을 보장받지만, 딥디르비의 엄청난 시너지에 밀려 아쉽게도 패러다임의 자리를 차지하지는 못했습니다.

딥디르비는 번거로운 힐이라는 힐러로서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끌어안았음에도, 파티원 쿨감이라는 막강한 유틸리티 단 하나로 상위권 힐러라면 반드시 픽해야 하는 필수 클래스의 자리에 등극했습니다.

여담

물론 전부 제 개인적인 의견이니 다른 분들은 생각이 다를 것이고, 어찌되었든 본인이 하고 싶으신 거 하시면 됩니다. 하지만 저는 카발리스트는 상당히 비추천하며, 딥디르비를 하실 것을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파밍이 부족한 초반에는 딥디르비로 힐을 하시는 것이 많이 부담스러워 플닥을 픽하는 분들이 꽤 있으실 것 같은데요, 경험상 치유력 6천 정도면 지정힐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딜러들이 충분한 스펙이 된다면 딥디르비로 7단에 무리 없이 참여하실 수 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