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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96년 무장공비 침투사건 실제 경험담

아이콘 럼자기
댓글: 18 개
조회: 3509
추천: 16
2022-03-13 09:54:00
[참고로, 이 내용은 펌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경험했던 내용임을 밝힙니다.]
[편의상 말투는 낮추겠습니다.]




먼저, 출신부대를 밝히겠다.
당시 본인은 11사단 9연대에서 복무 중이었다.

11사단 9연대는 홍천에 위치해 있었다.
지금은 기동사단으로 바뀌었지만,
당시에는 11사단이라는 명칭보다 젓가락사단이라는 명칭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었다.
이 부대는 딱 한 가지로 유명했는데
그건 바로 '행군'이다.

당시 11사단은 군예비사단으로서,
3군에서 뭔가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차출되는 부대라고 볼 수 있다.
3군의 관할 지역인 강원도는 차량으로는 이동하기 어려운 산악 지대가 많고
그렇기 때문에 유사시 신속하게 배치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행군 능력이 우선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과거 특수부대가 아닌 일반사단으로는 유일하게 천리행군을 실시하기도 했다.
다행히도 내가 복무할 때는 이미 사라진 전통이 되어 있었지만,
그래봐야 거의 1~2주 단위로 훈련->정비->훈련준비->훈련->정비... 의 무한지옥이 반복되는 건 마찬가지.
게다가 홍천이라는 지역이 또 얼마나 지랄 맞은가.
가장 더울 때는 40도에 육박하고, 가장 추울 때는 영하 30도까지도 떨어진다.
그야말로 극한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는 환경인 셈이다.

아무튼, 그런 부대에서 복무하던 어느날.
마침내 그 일이 발생하게 된다.



바로 강릉 무장공비 침투사건.

새벽 근무 서고 일어나니까 갑자기 부대 전체에 비상이 걸렸다.
원래 훈련이 많은 부대인지라, 곧바로 군장 싸서 가져다 놓고 대기.
그렇게 초조하게 기다리는데,
점심 무렵이 되자 육공트럭이 연병장으로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한다.

앞서도 말했지만, 당시 내가 있던 부대는 행군으로 유명한 곳이다.
절대 차타고 이동하는 법이 없다.
무조건 걷는 곳이다. 소대나 중대 훈련도 기본 20킬로는 걷고
대대급 이상 가면 무조건 100킬로다.
그런 부대가 차로 이동한다고?
이게 얼마나 무시무시한 상황인지는 직접 닥쳐보지 않으면 모른다.

홍천은 더울 때 미친듯이 찌는 곳이다.
그래서 당시 우리들의 복장은 최대한 시원하게 지내기 위한 상태였다.
하지만 이게 문제였다.



차가 달리다가 대관령에 들어서면서부터 
부대원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하나둘씩 반팔로 걷어붙였던 옷을 내리기 시작했다.
호로도 안 치고 몇 시간 동안 바람 맞으면서 달리다보니 추워진 것도 있고
해가 지면 급격하게 추워지는 산악의 특성도 문제였다.

그렇게 대관령을 넘어선 부대는 마침내 어떤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들어섰다.
여기서 하루 지내다 가는 건가 싶었는데...



씨발....
실탄 지급이 시작되었다.

탄창 다섯 개, 세열수류탄 하나.
누가 봐도 실전 투입 태세다.
낼모레면 전역하는 말년 병장부터 뭣도 모르는 이등병까지...
모두 얼굴이 썩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실탄 지급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대로 다시 육공 트럭에 탑승.
하도 정신이 없어서 그 때 밥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도 가물거린다.

그리고 또 어딘가로 계속 달리기 시작한다.

이제 주위는 완연하게 어둑어둑해지고
조금 싸늘하다 싶었던 기온도 확연하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덜덜 떨면서 어딘가로 계속 차 타고 이동하다가
주위에 불빛 따위는 하나도 없는 캄캄한 어떤 산길에 도달했다.



진짜 아무것도 안 보이는 어두운 산길에
분대원 세명이 덩그러니 군장과 함께 내려졌다.

미친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강원도 홍천에서 지내다가 온 탓에 더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미친듯이 추웠다.

게다가 실탄까지 지급 받은 상태로 
참호 같은 것도 못 파고 그대로 길 옆에 엎드려서 하룻밤을 꼬박 세웠다.
당장이라도 눈앞에 무장공비가 튀어나올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에
추위까지 겹치니 잠이 올래야 올 수가 없었다.

그렇게 덜덜 떨면서 하룻밤을 보내고
마침내 새벽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몸은 이미 싸늘하게 식은 상태.
새벽 이슬에 젖은 채로 덜덜 떨면서 어슴프레하게 밝아오는 하늘을 보고 있는데,
문득 길 저편에서 사오톤이 하나 오더니 검정 봉다리에 담겨진 밥을 주고 간다.

똥국이 그렇게 맛있게 느껴진 건...
아마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장장 49일에 걸친 대간첩작전이 시작되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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