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시간이라 푸념할곳이 없어 적어봅니다
27살 남자입니다 아빠라는 작자는 알코올 중독자에 번 돈은 죄다 아가씨랑 노는데 다 쓰고 빚까지 지고 그걸 가족한테 숨긴 작자입니다 이혼하고 나중에 안 사실이더군요 22살에 이혼하고 가족은 어머니 저 여동생 셋이서 살게되어서 사실상 제가 가장이 되었습니다
집 대출에 차량 대출 아빠가 남긴 빚까지 남아있어서 돈을 많이 못벌면 매우 힘든 생활이 이어질거같아 23살에 개인사업에 뛰어들어서 월 1000만원씩 벌며 대출을 갚아나갔습니다 친구랑은 만나지도 못할만큼 바빠서 서서히 친구들과의 사이도 멀어졌습니다
23살부터 27살까지 일만 죽어라 해서 생일도 잘 못챙겼습니다 그리고 올해 초쯤 전부 갚고 여유가 생겼습니다
오늘이 제 생일이라 오랜만에 가족과 밥 먹으며 시간을 보내려했는데
대뜸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오는겁니다 그래서 받았더니 오늘 어머니 친구가 자고 간다고 하는겁니다
제 성격이 많이 내성적이고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 잘 모르는 사람과 있으면 많이 불편함을 느낍니다
근데 다른날도 아니고 제 생일날 잘 알지도 못하는 어머니 친구분과 밥을 같이 먹고 하루종일 같이 있을 상황에 쳐해졌습니다
평소에 어머니께 화를 절대 내지 않는데 이때 너무 어이가 없고 화가 나서 전화로 어머니께 처음으로 진심으로 화를 내버렸습니다
근데 어머니께서 전에도 한번 봤고 그땐 별 소리 안했으면서 왜 그러냐고 하시는겁니다
전 너무 불편하고 오랜만에 가족끼리 밥 먹고싶었는데 왜 마음대로 하냐고 소리쳤습니다
그랬더니 어머니께서 오늘 무슨 일 있었냐고 왜 이리 예민하냐는겁니다
그 말을 듣고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오늘 집에 안들어간다고 하고 전화를 끊어버렸습니다
지금 헬스장에 와서 운동하려는데 마음이 너무 심란해서 운동할 기운도 없고 이런 글이나 끄적이고 있네요
정말 제가 쓸데없이 예민했던걸까요? 제가 먼저 사과하고 집에 들어가는게 맞을까요?
처음에는 얘가 갑자기 왜이래? 이럴수도 있고 어색하겠지만
계속 죽는소리 하시고 힘들다고 얘기하세요
본인 의사를 잘 표현하는 방법도 훈련과 연습입니다
많이 해봐야 늘어요
본인이 이미 예민한 거 알고 쓴 거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일종의 위로와 공감대를 얻고자 이렇게 글을 쓴 것으로 보인다.
본인의 불우한 가족사도 충분히 알겠고, 본인의 기분도 알겠다.
그러나 내가 예측하나 한다면, 여기서 힘내요 기운내요 이런 말들
솔직히 하나도 위로 안 될 거다. 아니 힘이 안 나서 글을 쓰는 데 힘을 어떻게 내겠냐.
누구는 산책을 해라 취미를 해라 이야기 하겠지.
헬스 하다 온 사람한테 뭔 산책이겠는가.
누군가는 마음의 양식을 얻으라고 책을 권하겠지.
그걸로 풀릴 문제였으면 책을 읽었겠지.
고립된 본인의 삶, 부담, 관계. 이 모든 게 자신을 옥죄어 오겠지.
그런데 불행하고 다행인 거 하나는
세상 사람들은 생각 이상으로 나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이거는 진짜더라. 여기서 누가 욕을 하건 위로를 하건 해도
사실은 관심이 없다.
그걸 고립감으로 느끼던, 아니면 해방감으로 느끼던 그건 그대의 몫임.
그리고 앞으로 인생이 잘 풀릴지, 아니면 더 꼬일지
그것도 사실 아무도 모름.
내가 해줄 수있는 말은 3자의 말 밖에 없고.
그냥 내가 아는 바로 옆에서 훈수 밖에 못 두는 게 현실이다.
내가 두는 훈수란
인생은 모르고, 단 한 번이라는 것 뿐이다.
신이 있건 없건 사실 별로 중요하지 않은게 신이 있어도 우리한테 관심이 없다는 거다.
이렇게 괴롭고 고단하고 심란하고 예민한 그대의 하루도
어제 죽은 사람이 그토록 갈망하는 오늘이었다는 건 확실이 안다.
만약 죽다 살아난 경험이 있는 사람이면 더더욱 알 것이다.
그러니까 일단 사시고. 두고 보시게.
인생 그렇게 뭣 같이 굴러가도, 한 번 뿐인 인생이라
그렇게 생각보다 막 굴러가지만도 않음.
내가 이렇게 말해도 당장은 못 느낄 거임.
그리고 그걸 체감하고 깨달으면, 이미 젊은 끝나 있을 거고.
제3자인 내가 해줄 말은 이게 전부고.
짤은 달자. 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