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봉·대림동 불법 도박장 성업
7일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에 있는 중국인 전용 불법 도박장의 모습. 컴퓨터 도박 기기가 줄줄이 설치돼 있다. 그 위에 ‘사용중’이라고 쓴 팻말이 놓여 있다. 도박장은 중국 동포로 북적였다.7일 저녁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도로변 건물엔 수십 미터 간격으로 ‘노인활동실(老人活动室)’이라고 적힌 간판이 빼곡했다. 노인활동실은 중국에서 ‘도박장’을 뜻하는 은어다. 지어진 지 50년 가까이 돼 외벽이 파손된 회색 상가 2층으로 올라갔더니 머리를 짧게 깎은 건장한 체격의 중국인 남성이 “찐즈 한궈런(禁止 韩国人·한국인은 출입 금지)!”이라고 소리치며 앞을 가로막았다. 한 중국인 도움으로 겨우 들어가 봤더니 불법 도박장이었다. 슬롯머신 29대가 줄지어 늘어선 도박장에선 남성 10여 명이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서울 가리봉동과 영등포구 대림동 일대 ‘차이나타운’에 중국인 전용 불법 도박장이 번지고 있다. 본지가 6일부터 이틀간 차이나타운 일대를 돌아봤더니 한국인 출입을 철저히 통제한 채 슬롯머신과 마작판을 돌리는 불법 업소가 100곳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한국에 체류하는 중국인은 물론 중국 관광객까지 늘면서 불법 도박장이 덩달아 증가하는 추세”라고 했다.
가리봉동 건물 2층 도박장에서 한 층을 더 올라가니 여관이 영업 중이었다. 이 여관은 숙박 업소로 등록되지 않은 곳이다. 여관 주인은 “자정이 되면 2층 도박장 손님이 몰려온다”며 “하루 숙박비는 1만원”이라고 했다. 자정쯤 도박장이 문을 닫으면 한 층 위 여관에서 쉬다가 다음 날 다시 도박장을 찾는다는 것이다.
최근엔 한국에 체류하는 중국 동포들도 고령화하면서 도박장이 더 늘고 있다고 한다. 경제 활동에서 밀려난 중장년층이 쉽게 도박에 빠져들고 있다는 것이다. 본지가 가리봉동에서 만난 중국 동포들은 “중국 동포 중 젊은이들은 한국에서 기술을 배워 중국에 들어가 일자리를 잡아 한국에 남는 건 노인뿐”이라고 했다. 한국 체류 재외 동포 중 60대 이상 비율은 작년에 처음으로 40%를 넘어섰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경찰이 감시 대상으로 올린 불법 도박장은 지난 2022년 273곳에서 2024년 909곳으로 3배 이상으로 늘었다. 하지만 현장 단속률은 2022년 17.9%(49건)에서 2024년 11.9%로 줄었다. 경찰 관계자는 “중국 도박장은 경계가 삼엄하고 점조직 형태로 운영돼 증거를 수집하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