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V배우가 본질적으로 덕질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간혹 존재하지만, 이론적으로 덕질의 대상이 되지 못할 것은 없다.
실제로 1981년 일본의 AV산업이 태동한 이래로 AV산업을 지탱하는 가장 큰 왕도계 흐름은 '도저히 벗을 것 같지 않은 미소녀가 벗는다'는 것에 있고, 그러다보니 아이코닉한 대표 배우들은 항상 아이돌적인 인기를 끌며 덕질의 대상이 되어왔다.
AV업계가 재밌는 것은 AV를 즐긴다는 사람들 안에 실제로 배우들을 진심으로 응원하면서 돈을 쓰는 부류와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몰래 즐기면서도 정작 AV배우들을 무시하는 부류가 섞여있다는 점이다.
나도 각종 수집, 한국 아이돌, 일본 아이돌 등 다양한 덕질을 하다가 여기까지 왔지만 이 바닥에는 되게 신기한 게 하나 있다.
불법 다운로드 받은 영상을 외장하드에 저장하면서 이걸 '모은다'고 표현하는 것이다.
그게 과연 다른 덕질과 비교했을 때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행위인가?
AV말고 어떤 덕질의 영역에서 돈을 내지 않고 무엇을 모을 수 있는 곳이 또 있었던가?
그리고 더 웃기는 점이지만 AV배우에게 돈을 쓰는 팬들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AV영상을 보는 데 많은 시간을 쓰지 않고, AV배우를 중심으로 한 컨텐츠를 다채롭게 즐긴다는 것이다.
진짜로 집에만 쳐박혀서 매일 몇시간씩 영상을 보는 사람들은 품번은 줄줄 외울지 몰라도 그 중에 정작 현장에 나와서 지갑을 여는 사람들은 극히 소수다.
사실 아래 내용도 그 안에 하나 하나의 테마로 쪼개면 하루에 글 한 개씩 올려도 한두달은 매일 써야할 정도의 방대한 분량이긴 하지만, 오늘은 아주 간단하게 AV 영상을 감상하(면서 티슈 만지작 거리)는 것 이외에 AV덕질을 하며 할 수 있는 짓거리에 대해서 얘기해볼까한다. 샘플로 한 두 개 케이스를 보여주면서......
[독서]
AV 업계에 관련된 책, 혹은 전현직 AV배우들이 쓴 책을 읽는다.
아무래도 현직 배우들이 AV업계에 대해 관대하게 서술하는 경향이 있기는 한데, 이 정도는 독자의 비판적인 책읽기를 통해 충분히 보정이 가능하리라고 생각한다.
日本AV全史 (일본AV전사) 2023
진짜 역사책이다.
1981년 AV의 효시가 등장한 이후에 어떻게 업계가 형성되고 성장했으며, 어떤 큰 사건 사고가 있었고 그로 인해 업계의 흐름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설명하고 있다.
모든 문화예술의 역사가 변증법적인 발전의 역사를 가지고 있듯이, 불과 45년된 AV의 역사 속에서도 많은 갈등과 타협의 과정을 통한 변화와 발전이 있었다.

最低。 (최저) 2016 / 凹凸 (요철) 2017 / 春、死なん (봄, 죽는다) 2020 / ごっこ (놀이) 2023 / うつせみ (매미의 허물) 2024
사쿠라 마나 (紗倉まな)가 지금까지 발간한 소설책 다섯권
이 다섯권 중에 두권이 노마문예신인상 후보작으로 노미네이트될 정도로 소설가로서도 인정받았다.

진짜 섹스 안내서 - 여자의, 여자에 의한, 여자를 위한 AV 배우가 알려주는 진짜 섹스 이야기 2020
여성향 AV작품에 등장하는 꽃미남 남자 배우 잇테츠 (一徹)가 원래 セックスのほんとう (섹스의 진실)이란 제목으로 2019년 일본에 발간된 책을 번역한 것이다.
잇테츠 뿐 아니라 많은 남녀 AV배우가 섹스 잘하는 법에 대해 책을 썼는데, 그걸 십수권 읽어보니 내용이 정말 거의 흡사했다.
우리는 섹스 잘하는 법을 이야기할때 테크닉이나 체력을 생각하는데,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BACK TO BASIC이었다.
여자를 꼭 안아줄 것, 관계중에 손을 꼭 잡아줄 것, 너를 안을 수 있어서 기쁘다고 속삭일 것, 콘돔은 자기 손으로 착용할 것 (남자가 자기를 지켜주려 한다는 안정감을 느낀다 함), 삽입후 몇 초 동안 가만히 있을 것 (여자의 질이 남자의 성기 모양에 맞춰 반응하는 시간이 있다고 함) 등등

[음악]
전현직 AV배우들이 발매한 음반, 발표한 음원, 온오프라인 공연에 참가하여 음악을 듣는다.
가수들과 같은 실력을 기대하면 크게 실망하겠지만, 그냥 일반인 실력이라고 감안하고 들으면 또 들을만 하다.
그리고 개중에 돈 내고 들어도 아깝지 않은 실력을 가진 배우들도 적지 않다.
우사 미하루 (羽咲みはる) 커버앨범 「みはるーむ」 2021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이 음반을 제작했는데, 당시 사인 CD 플랜으로 참여해서 받은 리워드

토다 마코토 (戸田真琴) 2022.06.22 공연실황DVD
토다 마코도도 음악, 영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가창력이 뛰어나지 않지만 이 정도 미모면 한국에서 홍대여신 소리 쯤은 들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마베 야요이 (浜辺やよい) 2026년 1월 22일 온라인 공연
지난주에 있었던 공연인데 노래 실력은 모르겠지만 비주얼은 아이돌이니 충분하다.
온라인 공연을 보는 입장료가 3천엔인데, 일본 방문했을 때 만났던 "달에서 만납시다 (月で逢いましょう)" 담당 프로듀서가 해주는 말이 이 공연을 가장 많이 돈주고 본 팬이 바로 나라고 한다.


[굿즈]
다른 덕질 장르에서 제작하는 종류의 굿즈는 여기도 다 있다.
아이디어 포켓 캠페인 2025 아크릴스탠드
이런것도 개당 2~3천엔씩 주고 사려면 돈이 많이 든다만 눈에 띄면 탐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모모노기 카나 (桃乃木かな), 나가하마 미츠리 (長浜みつり), 사쿠라 모모 (桜空もも), 아카리 츠무기 (明里つむぎ), 후루카와 호노카 (古川ほのか)

아마츠카 모에 (天使もえ) 프라모델
각종 티셔츠
위에 비닐 싸여있는 것은 소속사 Life Promotion 홈페이지에서 팔았던 카논 우라라 (花音うらら) 생탄 티셔츠
아래 것은 팬클럽이 제작해서 은퇴식 참가한 팬들에게 나눠준 미야자와 치하루 (宮沢ちはる) 은퇴 티셔츠
미야자와 치하루 은퇴식에서 저 티셔츠를 제작해서 배포해주신 팬클럽 회장님의 실제 직업이 모 학교 교장선생님이라고 해서 엄청 웃었던 기억이 있다.
의외로 일본 현지 오프라인 이벤트에서 만난 분들이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 경우가 많아서 당황스러웠다.

혼조 스즈 (本庄鈴) 태피스트리
막상 걸어놓을 데가 많지 않아서 문제일뿐, 실제로 저런거 펼쳐보면 탐이 난다

니이무라 아카리 (新村あかり) 사인 바이브
이 바닥에서만 특화된 굿즈라면 사인된 성인용품 아닐까?

AIKA 리모트 체키
직접 가지 못한다 하더라도 온라인 이벤트 등을 통해서 사인 체키를 구할 수 있다

코이부치 모모나 (恋渕ももな) 온라인 체키
뭔가 기념할만한 일이 있을 때 소속사에서 직접 온라인 체키를 팔기도 한다

우루키 사라라 (宇流木さらら) 촬영 소품
경매로 AV촬영 소품을 소장용으로 구할 수 있다.
아무래도 AV라는 특성상 소품의 절대 다수는 속옷인데, 꼭 속옷만 있는 것은 아니고 의상, 구두, 악세사리, 타올, 촬영소품 등 다양한 물건들이 존재한다.
세어보니 이런 식으로 획득한 소품이 수십점에 달하는데, 누구 보여주면 변태취급 당하기 딱 좋을 것 같다.
이 속옷은 우루키 사라라가 ZEX-413 촬영시에 착용했던 소품이다. 촬영 당시 이름은 우루키 사라 (宇流木さら)


[성지순례]
덕후들은 여행도 남다른데, 그럼 AV덕후는 일본 여행을 가면 어디를 가겠는가?
시부야에 위치한 소속사 DINO 사무실
카스이 준 (香水じゅん), 나츠메 히비키 (夏目響) 등이 소속된 DINO의 사무실은 이렇게 깔끔하다
케이팝 아이돌 덕후들이 한국에 와서 소속사 사무실 근처에서 배회하듯이, AV배우 덕후는 낮에 할 거 없을 때 소속사 사무실 근처를 이렇게 배회한다. (물론 배우를 직접 마주친 적은 없다)

하라주쿠에 위치한 밤비프로모션 및 Bstar 사무실
비록 간판이 조그마해서 잘 안보이지만 회사간판을 걸어놓고 있는 몹시 드문 AV소속사.
밤비프로모션 소속배우로는 시라카미 에미카 (白上咲花), 아시나 호노카 (芦名ほのか) 등이 있고, Bstar에는 세토 칸나 (瀬戸環奈), 아사노 코코로 (浅野こころ)등이 있다.

나카노에 위치한 Soft On Demand 본사 빌딩
다른 메이커의 본사 소재지도 가봤지만 이렇게 대놓고 회사 이름을 써놓고 있는 경우는 소프트 온 디맨드가 유일하다.
계열사 사무실 뿐 아니라 여배우 매니지먼트 자회사인 HANAYA PROJECT 사무실도 여기있다.

하라주쿠에 위치한 PRESTIGE APPAREL 매장
AV메이커 PRESTIGE가 의류사업도 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반팔 티셔츠 7,000엔, 긴팔 티셔츠 13,000엔 이상 하는 걸 보면 싸구려 옷은 아닌 것 같은데, 솔직히 돈주고 사기는 아깝지만 가끔씩 PRESTIGE 전속 배우들이 1일점장으로 출근할때만 가서 이해할 수 없는 디자인의 옷을 2만엔 어치씩 사오곤 한다.

이타바시에 위치한 스튜디오 PLANE MART
겉보기에는 편의점이지만 편의점 모습을 띈 특수 목적의 스튜디오다.
여기까지만 얘기하면 다 눈치챘겠지만 당신들이 머리 속에 떠올리는 그 작품들이 다 여기서 촬영한 것이다.


[사진 전시회]
AV배우들도 사진집을 판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사진작가가 촬영한 작품을 전시하는 전시회를 개최하곤한다.
모델이 되었던 배우도 전시회 기간에 간간히 갤러리를 찾는데, 여기서 작품을 구매하면 모델과 사진을 찍을 수 있다.
2023년 5월 요시타카 네네 (吉高寧々) 사진전
그때 제일 저렴한 작품 하나 구매하고 투샷을 찍었는데, 저 작품 가격이 33,000엔이었는지 35,000엔이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저런 작품은 한 3개월 후에 직접 배송해주는데, EMS 비용과 관세까지 내고 나니 구입 비용이 총 40만원 넘었던 것 같다.
예술은 잘 모르지만 어느듯 저런 사진전을 돌아다니며 구입한 작품이 조금씩 모이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직접 만나 같이 놀기]
배우들이 BAR에서 이벤트를 열기도 하고, 오프회를 개최하기도 하고, 고급 술집에 고정 출근하거나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배우들이 판만 깔아주면 그 다음은 오타쿠의 의지의 문제이다.
요시무라 타쿠 (吉村卓) 공연 후 뒷풀이
두꺼비 선생님은 의외로 음악활동에도 꽤나 진심인데, 공연 보러 갔다가 팬들과 함께하는 뒷풀이에서 함께 한 컷.
남자 배우들의 팬들은 여성이 압도적인데, 아줌마들 수십명 사이에 남자는 나 혼자만 있었더니 빨리 도망나오고 싶었다.

BAR에서 술마시다 만난 무카이 리쿠 (向理来)
AV 배우들이 자주 출몰하는 술집들이 있는데, 거기서 여자배우들은 종종 봤지만 남자배우하고 마주친 건 처음

스나쿠 마마를 하고 있는 니노미야 모모 (二宮もも)
인테리어로 사람 묶는 의자가 있기에 한 번 앉아보고 싶다 했더니 보너스로 SM 체험까지 시켜줬다.
가게 주인은 아니지만 바지사장쯤은 되는 셈

신바시 LOUNGE에 출근하는 나카가와 소라 (仲川そら)
신바시에 위치한 AVatar라는 라운지에는 가끔 소속사 ACT 소속 배우들이 이벤트성으로 출근을 하는데, 물어보니 라운지 사장하고 ACT 사장하고 친분이 있던 모양이다.
나카가와 소라 뿐 아니라 한국어 장착한 캐스트가 많아서 아주 편했는데, 요즘 나카가와 소라가 출근 빈도가 너무 낮아져서 오랫동안 못가보고 있었다.

캬바쿠라에 출근하는 우노 미레이 (宇野みれい)
우노 미레이가 AV 은퇴하고 캬바쿠라에 출근하기 시작했다는 소리를 듣고, 무턱대고 연락하고 찾아간다.
이건 캬바쿠라에서 둘 다 술이 떡이 되도록 마신 상태에서 미레이가 밥먹으러 가자고 해서 (캬바쿠라 용어로 '애프터') 새벽 1시에 샤브샤브 먹으러 간 상황
캬바쿠라 애프터는 돈을 내고 하는 게 아니라 캬바죠의 무료 서비스에 가까운데, 헤어질때 택시비 넉넉히 쥐어주는 것은 예의다.
미레이도 술이 많이 취해보이지만 사실 나는 저때 너무 많이 마셔서 상황이 기억에 거의 없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낮에 하는 일을 시작한다고 하는데, 이제 일반인들의 사회에서 성공하기를 빈다.

RED DRAGON에 출근하는 티아 (ティア)
AV배우만 캐스트로 받아주는 캬바쿠라 RED DRAGON은 엄밀하게 말하면 캬바쿠라 스타일의 AV배우 덕질 공간이다.
출근하는 배우들에게 물어보니 진짜 캬바쿠라 처럼 룰이 빡세지도 않고 배우들의 편의성을 많이 봐준다고 한다는데, 어쨌든 컨셉이 컨셉이니 덕분에 캬바쿠라 느낌으로 AV배우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티아와 처음 함께 저녁식사하고 가게로 간 날 (캬바쿠라 용어로 '동반')
의외로 동반료는 4천엔~5천엔 정도에 자동 본지명 들어가는 정도라 비싼게 아닌데, 대신 밥값은 손님이 내는게 기본.
당시 ANA 인터콘티넨탈 호텔에 위치한 피에르 가니에르 도쿄 (지금은 영업을 종료했지만 당시 미슐렝 투스타 프렌치레스토랑이었음) 에서 풀코스로 두 명이서 먹었더니 비용이 11만엔 정도 나왔었다.

다음부터는 갤러들이 관심있어 보이는 주제가 있을때마다 글 하나씩 올려보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