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대통령께서 나눠주신 말씀,
다 옳습니다.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고 하셨습니다.
죽창은 쉽고 설득은 어려운게 맞습니다.
이해관계자들의 조직적 반발은 콘크리트처럼 강하다고 하셨지요.
맞습니다.
당위성과 명분과 방법론을 모두 갖추고도 그 앞에서 돌아서고 반발하고 암약할 자들이 수두룩할 겁니다.
익숙한 길이 아니었다고, 쉽지 않았다고 고백하신 것도 진심으로 믿습니다.
자리가 달라지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게 마련입니다.
그 자리가 원래 돌아봐야할 게 많을겁니다.
다만, 한 대목에서 멈췄습니다.
"변화로 인해 삶이 나아질 이들의 응원은 분산된 모래알 같을 때가 많습니다."
네. 지지자 하나하나가 무슨 큰 힘이 있고 무슨 권력이겠습니까.
흩어져 있고, 조직도 없고, 돈도 없습니다.
콘크리트를 상대할 물건이 못 되는 게 맞습니다.
그런데 대통령께서는 바로 그다음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모래알을 콘크리트로 만들어 저항을 이겨내고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것은 대통령인 저의 역량과 책임입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그리고 그 문장 바로 뒤에 이렇게 이으셨습니다.
"다만 제가 고민했던 것은 개혁 과정에서 선명성을 드러내다 더 큰 저항을 불러와, 개혁의 속도는 오히려 늦어지고 심지어 실패에 이르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대목부터 저는 응해드리기 어렵습니다.
모래알을 굳게 하는 것이 바로 그 선명성이기 때문입니다.
모래알은 저절로 뭉치지 않습니다.
성과를 보여준다고 뭉치지도 않습니다.
수출이 역대급이고 코스피가 올랐다고 뭉칠 사람들이면, 애초에 반대쪽에 붙었지 반명, 신천지의 멸칭을 감수하며 이쪽에 있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흩어진 사람들이 한 덩어리가 되는 순간은 하나뿐입니다.
저 사람이 무엇을 끝까지 지키는지가 보일 때.
방향이 선명할 때 사람은 모입니다.
흐릿할 때는 각자 흩어져 돌아섭니다.
배신해서가 아니라 어디에 서야 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의료개혁을 예로 드셨더군요.
소리는 요란한데 성과는 없이 사회적 혼란만 남겼던 그 과오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고 하셨습니다.
맞는 진단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처한 곳은 그 반대편입니다.
요란하지 않았습니다.
정말 조용했습니다. 믿었기에 별 말 없이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성과도 없습니다.
성과가 나올 시기도 아닙니다.
검찰의 개혁은 내 손주뻘들이나 맛볼 성과입니다.
그러나!
법은 통과됐는데 조직도에서 되돌아가고 있고, 그 과정에서 소리조차 나지 않았습니다.
아니, 나오는 소리를 모조리 잡음으로, 반란군으로 치부하셨습니다.
요란해서 실패한 게 아니라 조용하게 억누르며 아무도 모르게 되돌려지는 중입니다.
두 실패는 종류가 다릅니다.
제가 바라는 것
앞서도 말씀드렸습니다.
완벽한 성공을 요구하는 게 아닙니다.
어떤 일도 완벽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무색해집니다.
실패해도 좋습니다.
시도하다 막혀 실패하는 것은 시도한 자의 책임이 아니니까요.
그 실패는 누구부터 잡아내야하는지 드러내는 과정의 성과가 됩니다.
그리고 실패해도 지지자가 있는 한 그 뜻은 이어집니다.
우리가 노무현에게서 배운 게 그것 아니었습니까.
지지자는 성공에 붙는 게 아닙니다.
방향의 선명성에 붙습니다.
마지막으로
경로와 방법이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같은 곳을 바라보던 사람들의 진심까지 의심하지 말아달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씀을 저도 돌려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개혁이 느리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진심도 의심받고 있습니다.
반명이라고, 분열주의라고, 신천지라고 불렸습니다.
그 말을 한 것은 우리가 아닙니다.
모래알을 콘크리트로 만드는 것이 대통령의 책임이라고 하셨죠.
그러면 먼저, 모래알을 흩어지게 만든 말부터 책임을 지게하고 거둬주십시오.
우리는 콘크리트였습니다.
빨갱이였고 좌빨이었고 공산당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멸칭은 우리를 자랑스럽게했습니다.
그 자부심을 망치로 부숴 모래와 시멘트로 갈라놓은 것은 우리 스스로가 아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