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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도시학에 대해서 공부해봅시다.

오크지망생
댓글: 49 개
조회: 24030
추천: 50
2015-10-25 19:31:55
제가 전공이 역사다보니, 도시 떡밥이 나오는 걸 보니 옛 수업때 모아놨던 자료를 좀 꺼내보려 합니다.

실제 역사와 와우 세계관은 엄연히 다르니 참고로만 봐주세요.ㅎㅎ

10~13세기 프랑스를 중심으로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참고로 스톰윈드는 15~17세기 서유럽의 모습으로 보입니다.)

다들 카롤루스 대제, 샤를마뉴에 대한 이야기는 아실거라고 생각합니다. 프랑크 제국을 건설한 유명한 왕이죠.

이 카롤루스 대제의 사후 프랑크는 3갈래로 찢어지고, 나중에 다시 재편되어 서프랑크와 동프랑크로 나뉩니다. 동프랑크는 나중에 그 유명한 신성로마제국의 기반이 되죠.

서프랑크의 경우에는 카롤루스 대제의 후손들이 점차 사라지면서 왕권이 매우 약해집니다. 여전히 왕권이 강한 동프랑크는 강한 왕에게 세습은 위험하다며 선제후들이 돌아가면서 투표로 왕을 뽑게 되죠.

하지만 서프랑크는 왕이 아무나 되고 세습한다 하더라도 그 힘이 약하기 때문에 그냥 너네 가문에서 왕해~ 라고 결정해버립니다. 그게 위그 카페, 카페 왕조죠.

 
프랑크 왕국의 영토 중에서 파란 부분만 왕령지, 즉 왕이 지배하는 영토입니다. 엄청 작지 않습니까? 귀족들은 저런 어마어마한 영토를 자랑하는데!! 그중 왕이 머무는 수도마저도 왕보다 로베르 가문이 더 권력이 강했으니 왕의 힘이란 할말 다했겠죠?

12세기까지 프랑스 왕의 권력은 형편없었습니다. 특히 12세기 상파뉴라는 도시가 국제 무역을 여는 정기 시장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키면서 프랑스의 가장 강력한 힘은 상파뉴 시장에게 있었습니다.


<위는 13세기에 그려진 채색 삽화, 밑은 후대에 그린 상상화>

안습인 프랑스 왕은 13세기부터 힘을 얻기 시작하지만 그건 넘어가고, 왜 도시 이야기하는데 프랑스 왕이 힘이 약하는 이야기를 하느냐?

바로 파리라는 도시의 특성을 이야기 하기 위해서입니다.



현재의 파리 크기입니다. 이 지도에서 저 빨간 부분이




바로 중세 시절 파리입니다. 생각보다 무지무지무지 작습니다. 스톰윈드랑 비교하면 인게임내 축소 시킨 지역이랑 비슷할 정도로? 원래는 몇 배나 더 크다고 하죠.

강 한가운데 여의도처럼 생긴 부분에 Palais du Roi라고 보이시나요? 그곳이 프랑스 왕이 살았던 왕궁입니다. 보기에 감상이 어떠신가요. 배끌고 가거나 말타고 다리만 건너면 바로 점령될 것같아 보이지 않으신가요?

맞습니다. 당시 파리라는 도시는 프랑스의 수도임에도 불구하고 방어력따윈 개나 줘버린 도시였죠.

왜냐? 그 이유는 크게 2가지 입니다.

1. 파리는 차지해도 뭐 이득 될만한 게 없었음.
2. 프랑스 왕이 암만 만만해도 교황이 인정한 왕인데 저거 건들면 파문당할지도 모름.

이게 그 이유였죠. 참 한심하지 않습니까?

<중세시절 파리 그림>

이번엔 런던을 한번 봐 봅시다.



현재의 런던입니다. 역시 저 안의 빨간 부분이 밑의 중세시대 런던입니다.




 런던을 보셔도 느낌이 팍 오실겁니다. 그나마 파리보단 낫지만, 역시 방어력은 크게 기대할만한 수준은 아니죠?


자, 그럼 여기서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1. 중세 시대 프랑스와 영국의 왕은 권력이 강하지 않았다. 

2. 그래서 런던, 파리 등의 수도는 크게 방어력을 중시해서 도시를 짓지는 않았다.

3. 권력이 강했던 샹파뉴 같은 도시들은 방어력보다는 교역, 무역에 의존해서 도시를 지었기 때문에 방어력에 중점을 두지는 않았다.
(왜냐, 적이 쳐들어오면 정기적으로 돈을 상납하는 귀족들이 알아서 군대를 끌고 와주니까.)


 여기서 알 수 있듯이 애초에 도시는 방어용으로 짓지 않습니다. 자연스레 사람이 모이고 돈이 모이는 곳에 도시가 지어지는 거죠. 

 10세기 이후 왕과 대제후들의 힘이 약해지면서 지방 영주들은 실질적인 자신의 영지를 지키기 위해 군대를 양성하기 시작합니다. 바로 '기사'죠. 이 기사들을 길러내는 곳이 '성'이었고, 성은 매우 작은 일개 건물이었습니다. 그리고 기사와 군대를 파견해 영토를 지키는 게 당시의 국방이었습니다.



 그러면 이제 스톰윈드로 돌아가봅시다.





인벤 역게 분들이 지적하신대로 항구 도시입니다. 방어력이 취약할 수 밖에 없죠. 하지만 현실적으로 항구도시에 수도를 정하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우리는 여기서 스톰윈드 항구를 주목해야 합니다. 얼마나 편리합니까? 이동과 무역이란 면에서 스톰윈드는 아마 돈을 긁어 모으는 곳이었을 겁니다.

인간 7왕국 중에서 동부왕국 남부에 위치한 왕국은 오로지 스톰윈드 뿐이었습니다. 엘윈 숲과 그 인근에서 나오는 막대한 자원들은 모두 스톰윈드를 거쳐, 쿨 티라스의 교역선을 타고 북부 동부왕국에 뿌려졌을 겁니다.

들리십니까? 돈이 굴러들어오는 소리를?

네, 스톰윈드는 교역도시였던 겁니다. 돈이 많으면 왕도 씹어먹을 수 있을정도로 도시를 키울 수 있는게 중세 유렵의 실정이었습니다. 

스톰윈드의 린 왕가는 수도를 교역도시를 만들어서 재력도 챙기고 왕권도 강력히 세울 수 있었을 겁니다. 인간 7왕국중 로데론을 제외하고 가장 강력한 국가였던 스톰윈드의 위상의 비밀이 엿보이는 순간입니다.

방어력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습니다. 성벽으로 둘러싸인 길니아스나 평지에 세워진 로데론에 비하면 약했겠죠. 어쩔 수 없습니다. 강력한 군대가 아직 남아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호드에게 함락당한건 그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수도나 주요 도시는 방어력을 기준으로 세워지지 않는다는 게 실제 역사 속의 일이었다는 걸 유념해주셨으면 합니다.

게임에서야 쳐들어가고 전쟁도 하니깐 방어력이 중요하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건 역시 '돈'입니다.

돈이 흐르는 곳에 도시가 세워지는 거죠. 그게 농토이건, 교역로이건 말이죠.


Lv34 오크지망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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