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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울라텍 막직, 그 문턱 낮은 지옥에 관하여

씨즈미침
댓글: 36 개
조회: 3044
추천: 38
2026-09-23 13:19:04

레이드가 열린 지 어느덧 5주차.

예년 같으면 영웅 막직 모집창에도 가을바람이 불 시기였다. 

먹을 사람은 먹었고, 잡을 사람은 잡았으며, 끝내 못 잡은 사람도 슬슬 다른 취미를 알아볼 무렵이었다.


그러나 울라텍의 문전은 여전히 성황이었다.

막넴이 너무 좋은 템을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번영 속에서 사람들은 서서히 갈라졌다.

확고한 자들은 확고 파티로 갔고, 99점 유저들은 선수 파티로 갔다. 

두 탐 안에 올킬을 마친 그들은 저녁을 먹고, 씻고, 인간다운 삶으로 돌아갔다.

남은 자들은 모집창을 바라보았다.

「320 이상. 올킬 경험자.」

나는 그 문구 앞에서 잠시 침묵했다.

세상은 어찌하여 취업에도 경력을 요구하고, 막넴을 잡으러 가는 사람에게도 막넴을 잡아오라고 하는가.

물론 내게도 경험은 있었다.

바닥을 본 경험. 남이 잡는 것을 본 경험. 공략 영상을 보다가 잠든 경험.

그러나 세상은 경험의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았다.

그때, 닫힌 모집창들 사이로 한 줄기 빛이 내려왔다.

「스트리머 영웅 막직. 부캐 310, 초행 315.」

나는 문구를 두 번 읽었다

315. 

그토록 높은 줄 알았던 영웅의 문턱이 갑자기 내 발목 아래로 내려와 있었다. 

조금 전까지 냉혹한 자격 심사장이던 아제로스가, 느닷없이 사람 사는 세상으로 보였다.

“그래. 게임은 같이 즐기는 거지.”

나는 입장도 하기 전에 그 방송의 운영 철학을 지지하기 시작했다.

신청 버튼을 누르는 손끝에는 희망이 있었다.

스트리머가 공략도 설명해 줄 것이고, 경험자도 섞여 있을 것이며, 방송까지 하는데 어떻게든 잡지 않겠는가.

무엇보다 막직이었다.

앞의 보스들은 생략하고 마지막 보스만 잡는다. 얼마나 효율적인가.

나는 그날 처음으로, 이동 거리가 짧다고 여행 시간이 짧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배웠다.


첫 전멸은 가벼웠다.

“몸풀기죠.”

두 번째 전멸도 괜찮았다.

“합을 맞추는 중이니까.”

한 시간이 지나자 공대는 서로의 실수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두 시간이 지나자 서로가 어디서 실수할지도 이해하기 시작했다.

세 시간이 지나자 이해와 개선이 별개의 문제임을 깨달았다.

누군가는 바닥을 밟았고, 누군가는 자리를 잘못 찾았으며, 누군가는 중요한 순간에 이미 누워 있었다.

나도 그 누군가의 일원으로서 공대의 다양성에 기여했다.

그사이 확고 파티에 간 길드원이 물었다.

“아직 해?”

나는 짧게 답했다.

“거의 다 왔어.”

보스의 체력을 말한 것은 아니었다.

내 인내심의 끝을 말한 것이었다.

네 시간이 지나자 스트리머의 목소리에서 웃음이 조금씩 빠졌고, 그 빈자리를 채팅창의 웃음이 채웠다.

“ㅋㅋㅋㅋㅋㅋ”
“이걸 또?”
“오늘 방송 맛있네.”

그제야 이 전투의 구조가 보였다.

우리가 전멸할 때마다 수리비는 나갔지만, 방송 분량은 늘어났다.

우리가 탄식을 길게 할수록 시청자들은 더 오래 웃었다.

공대에는 비극이었고, 방송에는 서사가 있었다.

같은 보스를 바라보며 한쪽은 “이번에는 제발”을 외쳤고, 다른 한쪽은 과자를 뜯었다.

나는 분명 막넴이 주는 강력한 템을 먹으러 왔다.

그런데 어느새 내가 콘텐츠가 되어 있었다.

여섯 시간이 지나자 입장할 때 품었던 욕심은 대부분 사라졌다.

처음에는 좋은 아이템을 원했다.

그다음에는 킬을 원했다.

이제는 누군가 먼저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라고 말해 주기를 원했다.

그러나 누구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여기까지 했는데.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은데.

방금 그 사람만 안 죽었으면 됐는데.

그 사람이 나였던 트라이에 대해서는 모두가 너그럽게 침묵했다.

우리는 이미 서로의 과거를 너무 많이 알고 있었다.

스트리머가 말했다.

“자, 진짜 막트 갑니다.”

나는 물약을 마셨다.

조금 뒤, 진짜 막트의 막트가 시작되었다.

막트에도 부캐가 있다는 사실을 그날 알았다.

일곱 시간이 넘자 나는 이 고통을 설명할 고귀한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그래도 공략은 확실히 익혔네.”

실제로 많이 익혔다. 이제 보스가 팔만 들어도 내가 어디서 죽을지 알 수 있었다.

“확고 파티는 너무 삭막하잖아.”

그 삭막한 사람들은 이미 레이드를 끝내고 쉬고 있었다.

“이런 것도 추억이지.”

나는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일을 추억이라고 부르며 정신의 균형을 지켰다.


애초에 315를 받아 준다는 말에 들어온 것은 나였다. 

내 템렙에는 관대하고 남의 실수에는 엄격했던 내가, 이제 와서 공대의 수준을 논하는 것도 제법 우스운 일이었다.

문턱이 낮아 반가웠는데, 들어온 사람들은 모두 나와 비슷한 이유로 반가워했던 것이다.

긴 밤의 끝에서 나는 마침내 울라텍의 진정한 공략을 깨달았다.

문턱에서 아낀 값을 안에서 치르는 곳.

누군가는 장비로 입장료를 냈고, 누군가는 실력으로 냈으며, 나는 저녁과 수면으로 나누어 냈다.

모니터 너머 시청자들은 오늘 방송이 참 재미있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나의 고통도 아주 헛되지는 않았으리라.

누군가의 밤에 웃음을 보탰다는 것은, 비록 본인의 밤을 전부 써버린 뒤라 할지라도, 제법 문학적인 위안이었다.

나는 굳은 허리를 펴며 조용히 다짐했다.

다음 주에는 반드시 확고 파티에 가리라.

그러다 문득 모집창에 뜬 글을 보았다.

「부캐 315부터. 편하게 오세요.」

나는 잠시 망설였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제 나도 경험자니까, 이번에는 금방 끝나겠지.




Lv75 씨즈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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