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매캐한 냄새가 났다. 무언가 내 몸을 감싸고 있는 듯한 느낌이 났고, 먹먹하게만 들리던 귀도 점점 또렷이 들리기 시작했다. 총성과 고함소리, 고통에 가득 찬 비명과 누군가를 위한 기도문, 애타게 누군가를 찾는 소리까지... 마치 소리로는 전쟁이 일어난 것 같았다.
소리에 집중한 나머지 나는 앞이 보이지 않다는 것을 지금에서야 깨달았다. 눈은 안대로 감싼 것 마냥 보이진 않았지만 들기도 벅차게 욱신거리는 팔을 억지로 움직여 눈을 가리고 있는 것을 걷었다. 붕대였다.
솜씨 좋은 누군가가 내 눈을 보호하기위해 묶어둔 것 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잘 묶여있었다.
붕대를 풀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나는 폭신하진 않지만 누워서 몸을 쉴 수 있도록 만든 간이침대 위에 있었고 방 안을 둘러보니 온갖 톱니바퀴와 기름, 낡은 헝겊과 잡동사니들로 가득했다. 몸을 움직여 침대와 조금 떨어져 있는 문 쪽으로 걸어갔다. 온 몸이 욱신거리나 버틸만했다.
‘아마도 붕대로 감싼 것 덕분이겠지...’
긁히고 멍든 상처위엔 약을 바른 흔적도 있었다. 엉겅퀴를 쓴 연고 같았다.
‘누가 나를 치료해 준거지’
의문을 뒤로한 채, 소리가 나는 곳으로 절뚝이며 걸어갔다. 닫힌 문, 그 반대편에서 나는 소리였다.
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려는 순간 초록색 피부의 사람의 형체를 한 무언가가 빠르게 달려들었다.
“으악!”
외마디 비명과 함께 놀란 나머지 문을 닫지도 못하고 나는 그 자리에서 뒤로 넘어졌다.
그 초록피부의 괴물 같은 무언가가 붕대로 온 몸이 감싸져 마치 미라같이 보이는 나를 덮치기 일보직전의 상황 속에서 총성이 들렸고, 그 괴물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물론 몸 위로 쓰러지긴 했지만 말이다. 나를 공격하기 위해 덮치려는 것 이었다면 얼추 성공한 것 같았다.
괴물을 옆으로 밀어놓고 좀 떨어져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그 순간, 날 구해준 것으로 보이는 총성의 주인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어? 깨어났네요? 팔 다리는 다 움직여지나요? 원래 그 정도 다쳤으면 나흘은 누워있어야 정상인데 생각보다 회복력이 뛰어나네요. 트롤은 아닌 것 같은데... 아, 인사가 늦었네요. 저는 이 곳, 안심지대 사령관인 네빈 트위스트렌치에요. 편하게 네빈 이라고 불러주면 고맙겠군요. 놈리건에 온 걸 환영해요. 친구.”
놈리건... 그 곳은 노움의 지하도시였다.
트로그의 침공이 있던 당시, 트로그들의 기습을 완벽히 막아 낼 수 없다고 판단한 노움의 땜장이 왕 겔빈 멕카토크는 조언가이자 친구인 시코 텔마플러그의 조언에 따라 도시에 방사성 물질을 푸는 강수를 두었고, 트로그는 어느 정도 막았지만 같은 동족 노움이 방사능에 오염되는 일까지 발생해 놈리건을 버리고 던 모로 높은 산에 위치한 드워프의 도시, 아이언포지에 얹혀살았다고 알고 있다.
그 후, 아이언포지에 있는 동안 놈리건을 탈환하기위해 작전을 세웠다고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있는데 오래 전에 들은 이야기라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아는 이야기는 대충 여기까지이다. 아마 이 일은 겔빈에게 있어 씻지 못할 상처이자 죄책감으로 남았으리라.
상황 파악을 하고 있던 나는 네빈이 아직도 문 앞에서 친절하게도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 저를 치료해주신 분이 당신인가요? 정말 감사해요. 사실 제가 왜 여기에 있고, 어쩌다 오게 된 건지 기억이 나지 않네요. 제가 왜 여기 있죠?”
네빈은 옷에 묻은 피를 방 근처 바닥에 놓여있던 넝마로 닦으며 말을 했다.
“아뇨, 당신을 치료한 건 저기 분홍머리 친구에게 기도문을 외는 저 친구가 당신을 구했어요. 당신, 하늘에서 떨어졌다더군요. 정말 높은 곳에서 떨어진 것 같다고 하는데 몸은 생각보다 멀쩡한 거 같군요. 겉보기엔 그냥 노움인데... 당신 좀 특이하네요. 뭐... 어쨌든 살았으니 그걸로 감사해야죠”
네빈은 넝마를 방구석에 휙 던지며 싱긋 웃었다.
“제가 하늘에서요? 아니, 저는...”
당황스러웠다. 하늘에서 떨어지면 이 정도 다친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그 보다 더 놀란 것은 내가 누구인지 이름은 무엇인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이윽고 두통이 찾아왔다.
내가 관자노리에 손가락을 짚자 네빈은 다가와서 말했다.
“아. 두통이 있으신가 보군요. 제가 마침 두통에 잘 듣는 약을 가지고 있죠!”
네빈은 자신있게 말을 하며 웃는 얼굴로 자신의 벨트 오른쪽에 달린 작은 가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아마 나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기뻐보였다.
그 순간, 찰나였지만 앞이 흐리게 보이기 시작했고 네빈이 멀어져 보였다. 그 후, 몸에 힘이 풀리면서 옆으로 쓰러졌다. 마지막으로 눈에 보인 것은 네빈의 놀란 표정과 그의 손짓에 내 쪽으로 주문을 외며 달려오는 사제였다. 그리고 난 정신을 잃었다.
안녕하세요. 새벽에 갑자기 글이 쓰고 싶어져서 노움 여캐릭으로 1렙부터 천천히 키워가고있는 와우저입니다.
비록 내용 중간중간에 역사적인 부분이 맞지않더라도 제 개인적인 창작이고 자작글이니 편하게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언제 또 올릴진 모르지만 계속 올릴예정이니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