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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야”
“으응..”
“그만 자고 일어나”
“하암.. 잘 잤다..”
천폭은 왠지 피노를 보니까 가슴이 두근거렸다. 얼굴이 빨개지며 열이 나는 것 같아 괜히 주변을 바라보며 피노에게 말을 했다.
“넌 남자. 그것도 안지 하루밖에 안된 남자 집에서 잘도 잔다”
“소심한 천폭이라면 아무 짓도 안 할 테니까”
“나도 남자인데..”
“누가 여자래? 남자는 남자지. 소심한 남자”
“쩝..”
“아 맞다. 너 왜 약속도 안 오고 자고 있어?”
“미안”
“미안하면 저녁 사줘”
천폭은 아마 아무일도 없었다면 저녁 먹자며 나가자고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피노와 도저히 저녁을 먹을 자신이 없었다.
“시끄러. 너네 집 가서 먹어”
“쳇”
피노는 속으로 다행이라 생각했다. 천폭이 특별히 기분이 나쁜거 같아 보이지도 않았지만, 피노 자신도 천폭과 마주 앉아 밥을 먹을 자신이 없었다.
“그럼 나 간다”
“가”
천폭의 현관문이 닫혔다. 그리고 피노와 천폭은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아.. 이거 얼굴 보기 괜히 민망하네..”
피노는 괜한 짓을 한건 아닌가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 가기 시작했다.
“야. 김곱등”
“왜?”
“떡볶이 먹을래?”
“왠 떡볶이?”
“그냥.. 뭐 고맙다는 의사표시랄까..?”
“싫어”
“왜 싫어?”
“너랑 내가 왜 둘이 앉아 밥을 먹냐?”
“뭐!”
“어이쿠”
곱등이는 꽃비의 발길질을 피해 도망가기 시작했다.
“꽃비야! 잘가!”
“응”
곱등이는 숨이 턱에 차오를 때까지 달렸다. 꽃비는 멀어져가는 곱등이의 뒷모습을 보며 나지막히 말했다.
“망할 자식..”
피노가 집에 돌아 왔을 때 찌루 역시 집에 돌아와 있었다.
“언니!”
“응?”
“천폭 씨랑 지금까지 있다 온거야? 이야.. 우리 언니 과감하네”
“……………”
“큭큭. 너무 진도 빠른거 아냐? 벌써 집까지 가고”
“……………”
“뭐야? 왜 아무말도 없어?”
“찌루야”
“응?”
“아..아니다..”
“왜 이리 싱거워?”
“너 혹시 다른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를 좋아해본적 있어?”
“흐음.. 혹시 천폭 씨가 다른 여자를 좋아 하는거야?”
“아니. 뭐. 그런건 아니고”
“근데 왜 물어봐?”
“됐다. 말을 말자.”
피노는 더 이상 찌루가 물어 보면 모든지 얘기 하게 될 것 같아서 방으로 들어 갔다. 찌루는 그녀가 이상하다는 듯이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핑궤 생각이 문득 나서 자기 혼자 싱글벙글 웃기 시작했다.
“흐음.. 내일은 뭘 입어야 할까..”
방에서 한참 핑궤 생각을 하며 옷을 고르는 그녀의 창문을 바라보는 한 남자가 있었다.
“누나. 오늘은 누나한테 얼굴을 보일 자신이 없네.. 나 갈께”
곱등이는 피가 묻은 자신의 옷을 바라보고는 그녀에게 전화 하려다 멈추고는 그렇게 한동안 창문에 비치는 그녀의 실루엣을 바라보다 돌아 갔다.
“망할.. 곱등이..”
“천폭..”
“아아.. 내일 뭐 입지..”
“휴..”
“찌루누나는 뭐하고 있으려나..”
“찌루 씨라..”
여섯 남녀는 그렇게 잠못 이루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