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다름이 아니라 제가 아직 세상 흐름에 밝지 않은 터라 다른 분들께 조언을 구하고자 왔습니다.
이제 안 지 15년이 다 되어가는 친구가 있습니다.
정말 친한 친구입니다. 그리고 결혼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한참 깨가 쏟아질 때죠..
그런데 야근 중에 울면서 전화가 옵니다.
놀라서 뭔일이야 하고 물어보니 친정집에 차압이 들어왔답니다.
이유야 있겠지만 역시 형님(남편)에게는 아직 말을 못했다고 하더군요..
울며 말하는 와중에 지레 짐작되지만 친구 아버님께서 차용증을 잘못 써주신 것 같았습니다.
친정 분위기 완전히 말도 못한다고 하네요..
친오빠와 둘이서 조금이라도 세간살이 건져내기 위해
솔직히 이런 말 적어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각각 자신들의 이름으로 영수증을 재발급 받고 있다고 합니다.
아마도 재산상속은 포기하고 여기저기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피아노를 저에게 물어보더군요. 혹시나 재발급이 가능한지 말이죠..
이 친구가 어릴 적부터 피아니스트를 꿈으로 살아왔지만
가정형편이 좋지 않아 결국 접고 다른 일을 해야 했습니다.
그래도 늘 위안받았던 것은 피아노 뿐이라..
집에 있는 피아노를 정말 애틋하게 아꼈거든요.. 새집에 피아노 들여와야 되는데.. 하고 매일 안타까워하고..
솔직한 말로 자기는 다른 것들은 모르겠지만 피아노는 어떻게든 지키고 싶다고 합니다.
저도 알거든요. 가끔 집에 놀러가면 피아노 닦고 있고.. 피아노 치고 있으면 정말 즐거워보이고..
문제는 가는 중고점마다 바로 퇴짜를 놓는다는 겁니다.
법원에 소유권이 차용증써준 사람에게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서류로 제출되는데.. 라고 하면 나가라고 했다네요..
아마도 괜히 복잡한 일에 말려들까 하는 마음에 그렇게 반응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혹시나 법률적으로 허위 또는 조작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죠.. 추측이지만요.
피아노만 한 서른 곳 돌아다녔나봅니다..
그러다가 정말 그러고 싶진 않았지만 저에게 연락을 했다네요.
저야 왜 이제야 연락했냐며 벌컥 화를 냈다가..
일단 좋게 생각하고 같이 알아보자.. 형님한테도 말씀 드리구.. 일단 진정시키고 여기저기 수소문하는 중입니다.
그런데 좀 걸리는 점이 생각난 것이..
마침 제가 7년 쯤 전에 중고 피아노를 구입하긴 했지만 그게 현금으로 구입한거라 좀 불확실합니다.
할아버지께서 현금으로 사주셨고.. 할아버지께서는 지금 돌아가시고 안 계십니다. 사용이야 제가 합니다만..
뭐라 말해야 될 지.. 정리가 안되네요.
일단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영수증 재발급이 가능한지..
그리고 제가 피아노를 위와 같은 상황으로 구매했는데 7년이 지난 지금 매장을 찾아가면 여기서 샀다는 점을 과연 증명할 방법이 있는지..
도움을 부탁드립니다. 제가 아직 세상살이에 밝지 못하고 경험이 부족하다보니 잘못된 생각으로 친구를 돕고 있는 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정해진 결과를 피할 수 없다면 적어도 최악은 면하게 돕고 싶은게 친구인 제 마음입니다.
넓지 않은 인맥이지만 여기저기 연락을 취해 물어봅니다만..
차용증, 증거자료, 재발급, 차압 단어 몇 개만 나와도 전화를 끊어버리거나 '아 미안한데..' 라는 말이 먼저 나오네요..
그럴 수 밖에 없는 상대방의 입장이 이해가 되기도 하면서
'내가 잘못 살았나' 하는 허무함도 느껴지고
제일 친한 친구라고 자부했던 친구가 정말 힘들 때 도움을 줄 수 없는 제 자신이 이 정도밖에 안되는게
야근하는 이 밤이
정말 길게 느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