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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속죄글) 혈죽입니다. 그간 죄송했습니다.

달빛아래야수
댓글: 13 개
조회: 685
추천: 7
2026-08-11 20:51:17
왜 속죄냐면, 내가 블리츠에서 혈죽으로 플레이하면서 여러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기억을 남겼던 것 같아서다.

내 시작은 이랬다.

어둠땅 때 나락빔을 제대로 맞고 현생으로 떨어졌지.

그 이후 열심히 현생을 살면서 모바일게임 자본주의의 맛도 즐기고, 내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순간들도 겪고, 사랑스러운 첫째도 맞이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둠땅이 나를 구제해준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행복하게 살던 어느 날, 아기가 한 살쯤 되니 생각보다 여유 시간이 조금 생기더라.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오랜 지인에게 연락해 봤는데, 아직도 와우를 하고 있는 상태였다.

와우 근황이나 물어보려고 했는데…

어느샌가 애기를 재우고 난 뒤 나는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었다.

다시 와우를 하고 있더라.

내부 전쟁 마지막 시즌이 끝날 무렵 복귀했는데, 내가 알던 와우가 아니었다.

적응하는 데 정말 오래 걸렸던 것 같다.

기원사부터 시작해서 스킬도 많이 달라졌고, 조합전, 대공세, 전장 룰 등 처음 접하는 것들이 많았다.

그래도 운이 좋게 복귀하자마자 조합전에서 결투사를 찍으면서 내부 전쟁을 마무리했고, 그렇게 한밤을 맞이하게 됐다.

한밤 1시즌이 시작하고 부죽으로 조합전과 퍼그에 홀린 듯 빠져 있던 어느 날, 우연히 트위치에서 ‘BDK R1’ 영상을 하나 보게 됐다.

그게 내 대공세 첫 혈죽의 시작이었다.

그 영상의 주인공은 EU-Rahbekius.

투기장과 블리츠를 혈죽 메인으로 하는 유저였다.

‘혈죽으로도 대공세를 하는구나.’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그러던 중 지인인 커피님이 대공세로 대장군 칭호 업적도 가능하다고 알려주면서 한번 도전해 보라고 했다.

조합전 가평도 아직 풀리기 전이었고, 일단 ‘혈죽으로 대공세가 어떤지 맛이나 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한 게 발단이었다.

오랜 지인 커피님, 항상 감사합니다.

처음에는 MMR이라는 개념도 잊은 채 무작정 실평만 보면서 퇴근하고 큐를 박고, 또 박았다.

대기시간이 길면 한 시간 가까이 기다려서 큐에 들어간 적도 있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미친 짓이었다.

그때는 대기시간이 길면 무조건 로우 큐라는 것도 몰랐고, 그냥 ‘탱커가 없는 건가?’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다 MMR이라는 개념을 제대로 알게 됐고, 시즌 초중반 내 MMR이 3000 정도였다는 걸 알게 됐다.

부끄럽지만 이때는 실평이 3000인 줄 알고,

‘나 소질 있나?’

이 생각도 잠깐 했다.
그래도 목표는 단순했다.

‘어차피 대장군만 달자.’

퇴근 후 큐를 돌리고, 또 돌렸다.
그러다 MMR이 2300까지 떨어지고 1승 1패를 반복하는 구간도 겪었다.

2300점에서 한 번 튕겨서 실평이 150점 가까이 날아갔을 때는 진지하게 포기할까 생각하기도 했다.

그래도 결국 대장군 업적을 달성했다.
커피님이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난다.

‘혈죽으로 진짜 대장군을 달긴 했네.’

그 말을 듣고 나니 뭔가 웃기면서도 뿌듯했다.
대장군도 달았으니 이제 뭘 하지?

그러다 시즌 칭호에 대해 알게 됐다.
그게 너무 매력적으로 보이더라.

그래서 또 하나의 목표를 잡았다.

R1에 도전해 보자.
그때부터 정말 많은 공부?이미지트레이닝
부캐로 실험…을 했다 죄송합니다.

내가 가진 장점이 무엇인지,

각 맵에서 혈죽으로 최대한 효율적으로 플레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내가 팀에 어떤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는지.

그런 고민을 계속하던 찰나, 정말 중요한 인연을 하나 만나게 됐다.

US-Arx.

지체장애가 있음에도 무전, 방전으로 R1을 달성한 유저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트위치 방송도 하고 있었고, 옴니보어와 듀오로도 활동하는 사이더라.

이 친구가 내가 탱커로 대공세를 하는 걸 보고 먼저 반갑게 말을 걸어줬다.

그게 인연이 됐다.

대공세에서 탱커로서 해야 할 것,

혈죽으로서 해야 하는 플레이,

그리고 여러 가지 세세한 부분들을 직접 교정해 주기도 했고 많은 충고를 해줬다.

‘수드가 보이면 그날은 큐를 멈춰라.’
‘US-Bob을 조심해라.’
* 수드, 고술, 야냥 등 여러 클래스 R1

등등.
대공세 전반적인 흐름부터 MMR 관리까지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특히 고마웠던 건 항상 내 점수를 모니터링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점수에 도달하면 축하해 주고,
잘하고 있으면 잘하고 있다고 말해줬다.

같은 탱커로서 동변상련이었던 걸까.
정말 고마웠다.

그러다 2700점, 4~5위권에서 한동안 갈피를 못 잡고 있을 무렵,

갑작스러운 R1 8명 확대와 혈죽의 미묘한 상향 패치 등 몇 가지 좋은 소식이 찾아왔다.

솔직히 이것들이 아니었다면 중간에 포기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지쳐 있었다.

상위 큐에 참여하기 위해 매번 꽤나 고된 노력을 해야 했으니까.

와이프 몰래 반차를 쓰고 PC방에 가기도 했고,
출장을 갔다가 시간이 남으면 PC방에 가서 큐를 돌리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한 번씩 현타가 왔다.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그러던 어느 날,

패, 패로 시작해서 패, 패, 승, 승, 승.

패색이 짙었던 판에서 내 플레이로 팀 승리에 기여했을 때 이상한 희열감이 들더라.

그때 처음으로 확실하게 깨달았다.

‘아, 나도 팀에 도움이 되고 있구나.’

어쩌면 그걸 스스로 합리화하면서 버틴 것 같다.

맵마다 ‘Damn tank lobby’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혈죽이라서 팀에 손해를 끼치는 탱커가 되지 않기 위해,

나만의 승리 플랜을 하나씩 만들어 갔다.

물론 이번 시즌 귓속말로 수많은 욕도 먹었다.

같은 팀에게도, 상대 팀에게도.

특히 상대편에 한인이 있을 경우에는 괜히 기분 나쁠까 싶어서 죽손이나 얼결을 한 번씩 참아주기도 했다.

나만의 나름의 배려와 속죄였다.

그래도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그래도 조금씩 인정받는 느낌이 들었다.

매칭되자마자 누군가가

‘또 tank lobby네.’라며 짜증을 내면,

다른 누군가가
‘그래도 우리 혈죽 레이팅 1위야.’
라고 방어해 주는 순간도 있었다.

그때는 진짜 고마웠다.

그리고 다시 한번 한밤신이 강림했다.

파죽지세로 연승을 달리면서 결국 3261 CR / 약 3600 MMR, 북미 탱커 클래스 1위라는 나름의 쾌거를 달성하게 됐다.

정말 여기까지 오는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도움과 배려가 있었기에 시즌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으로 속죄를 해야 할 것 같다.

그동안 블리츠에서 나와 매칭됐던 모든 분들.

특히 혈죽이라는 이유만으로 ‘또 탱커네’ 하면서 한숨 쉬었던 분들.

죽손 당하고, 얼결 맞고, 쿨티 종특에 날라가고
혈죽한테 끌려다니면서 좋지 않은 기억을 가지게 된 분들.

죄송했습니다.

2시즌에도 혈죽을 종종 할 것 같아서 완전한 속죄는 어려울 것 같다.

그래도 만약 또 만나게 된다면,

죽손 두 번, 얼결 두 번씩은 양보하겠습니다.
* 한인 사제가 아니시길 기원 합니다.
    흰거만 보이면 데리고 노는 종특이 있습니다.

그동안 매칭되었던 많은 한인분들께도 죄송했고, 앞으로도 가끔 죄송하겠습니다.
* 사실 매 판 누가 한인인지 잘 모르겠다.
   모르는게 약이다


혈죽을 만나면 너무 화내지 마세요.

저도 나름 열심히 살았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피스




Lv29 달빛아래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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