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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저에게 와우를 가르쳐준 보고싶은 두분께.

아이콘 김센도
댓글: 14 개
조회: 4655
추천: 32
2014-11-04 02:39:23

 

안녕하세요, 창밖에 나무들이 나뭇잎을 훌훌 털어버리고 하얀 옷으로 갈아입는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아참, 제 소개 늦었네요, 저는 헬스크림 호드에서 와우를 즐기고 있는 와우저 입니다. 닉넴은 센도구요.

 

주변에 친구가 없는터라 (다들 다른 지역으로 뿔뿔히 흩어졌거든요) 혼자서 PC방을 가며 와우를 쓸쓸히 즐겼었죠.

 

그 당시에는 와우가 전성기때여서 그런지 몰라도 PC방에는 친구들끼리, 지인끼리, 연인끼리 와우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항상 그 모습을 보며 부러워하던 찰나에 인벤에 서버별로 게시판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서버 게시판에

 

용기를 내어 글을 올린 적이 있었습니다.

 

제목과 내용을 대충 이러 했습니다.

 

[혼자 와우를 하기 너무 심심하고, 쓸쓸하여 혹시라도 저와 함께 와우를 같이 하거나 저에게 조언을 주시면서

 

도와주실 분을 찾습니다]

 

라는 내용이였습니다.

 

별로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 당시에는 서버게시판에 사건사고나 길드홍보글들이 많이 비중을 차지하던때라

 

저같은 글은 금방 묻히는 줄 알았어요.

 

다음날ㅡ,

 

와우인벤을 로그인하니 쪽지가 3개 정도 와 있더라구요. (거의 7~8년전 이야기라 가물가물 하긴 합니다)

 

첫번째 쪽지는 어떤 길마분이셨는데, 자신의 길드로 와라 도와주겠다. 이런 내용이였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 분은 단순히 자신의 길드홍보와 길드 인원을 늘리기만 급급했던 분이였었기에

 

제가 들어가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정중하게 거절의사를 표했죠.

 

두번째 쪽지 역시 길드홍보, 그리고 저같은 떠돌이 유저들을 그냥 길드에 들어오게 할려는 인원채우기 쪽지였습니다.

 

세번째 쪽지 역시 마찬가지이겠거니 생각했지만, 그래도 저의 글을 보고 답장해주신 감사함에 읽었습니다.

 

보낸 사람은 [달빛미르] 라는 아이디였고, 보내는 쪽지에는 또 다른 아이디도 언급이 되어 있습니다.

 

자신도 나와 같은 상황을 경험해보았고, 예전에 나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안타깝다. 많이 도와주고 싶지만,

 

자신도 많이 힘들고 부족한터라 도움이 될런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여자친구인 [향긋한봄향기] 닉넴을 쓰는

 

사람과 같이 와우를 하고 있는데 당신도 우리와 같이 와우를 하는게 어떻겠냐는 글이 였습니다.

 

이상하게 그 분이 쓰신 쪽지가 글들이 마음에 와닿고 마치 자석처럼 끌리더라구요,

 

저는 답장을 보냈고 레인서버 얼라이언스로 새롭게 와우를 시작하였습니다.

 

그 당시에 저의 캐릭터는 인간 여자 사제였고,  달빛미르 라는 형은 도적, 그리고 그분의 여자친구인

 

향긋한봄향기 누나는 사제 였습니다.

 

이렇게 셋이 정말 실친들 부럽지 않게 연락하며 고민도 상담하며 하루하루 즐겁게 추억을 만들었었죠.

 

와우라는 게임이 마치 현실인 것 처럼 착각이 들정도로 하루가 다르게 빠져들었습니다.

 

저의 생일이나 크리스마스때나 새해에나 항상 셋이 모여 축하하며 즐겼고,

 

제가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많이 힘들어했을때도 미르형과 향기누나가 위로가 되어 주었습니다.

 

우리는 언제 한번 실제로 만나자고 약속도 했고 그런 날이 정해지길 기다리던 때에 [불타는성전] 패치가 되면서

 

일리단이 등장했습니다.

 

다른건 둘째치고 도적을 플레이하던 [달빛미르] 형이 아지노스 라는 아이템의 존재를 알게되고

 

누구나 그렇듯 아지노스를 갈망하게 되었습니다.

 

사제였던 저는 그 형이 시키는대로 힐하면 힐, 딜하면 암사로 딜로 따라다녔고, 검은 사원이라는 곳을 공략하기 위해

 

길드 까지 만들었습니다.

 

당시 공대장까지 했던 미르형은 새로운 길드원들을 모아가며 검은 사원을 공략을 하는데 열중하였고,

 

저와 향기누나는 그런 미르형을 위해 열심히 도와줬습니다.

 

하지만, 길드운영과 공대장( 그 당시 포인트제도로 정공을 운영) 을 동시에 한다는 것은 어찌보면 벅차고

 

어려운 일이기도 했습니다.

 

처음에 셋일때는 몰랐지만, 사람들이 하나,둘씩 늘어가면서 신경써야 할 부분들이 많아졌고

 

어쩔 수 없이 길드와 공대장은 미르형이 카페운영과 포인트관리, 길원관리는 향긋한봄향기 누나가 맡도록 하였습니다.

 

그 당시에 복원 주술사가 복황상제 라고 불리며 희귀하던 때여서 그런지 우리 공대 역시 주술사가 필요했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키웠던 사제를 포기하고 [나무아비타불] 이라는 닉넴으로 드레나이 남케 주술사를 만들어 키웠습니다.

 

그때부터 저의 닉넴은 나무아비타불의 앞을 따서 나무 로 불리었고, 공대에 도움이 되고자 주술사를 연구하며,

 

검은 사원 공략까지 함께 공부했습니다.

 

결국, 정말 힘들고 어렵게 일리단을 잡는데 성공하였고,  사람들은 기뻐했습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아지노스를 먹고 싶었던 형은 사람들을 계속모아 검은 사원을 갔습니다.

 

사람들도 자기들만의 사정이 있고 어찌보면 지칠법도 한데, 미르형의 아지노스에 대한 갈망을 그보다 더 컸나봅니다.

 

저도 다른 게임을 많이 해오며,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기에 복술로 같이 검은 사원을 가며 도와드렸습니다.

 

결국 오랜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아지노스 쌍수를 맞추게 되었고, 우리는 모두 기뻐했습니다.

 

하지만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이라고 했던가요...

 

그 과정중에 사소한 일부터 해서 의견차이 다툼으로 인해 길드원들은 떠나갔고 아지노스를 먹고 싶어했던

 

또 다른 전사와 도적 공대원들 역시 공대장의 욕심이 과했다며 떠나갔습니다..

 

하지만 아지노스 쌍수를 들고 있던 미르형은 그런 사람들은 필요없다며 오히려 추방을 시켰고, 저와 향기 누나는

 

나름대로 정이든 공대원들이 떠나는 모습을 그저 뒤에서 바라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우리는 그래도 미르형을 축하하며 쉬면서 와우를 즐길 수 있을까 했지만, 미르형의 그 다음 목표는

 

태양샘 고원이였습니다.

 

전설템은 비록 막넴인 킬제덴이 [소리달] 이라고 하여 전설 활을 주는 터라 도적과는 상관이 없지만,

 

공략을 하고 싶어하는 미르형의 성격에 저도 배우고 싶다는 마음에 향기누나와 더불어 새로운 공대원들과

 

트라이를 했습니다.

 

문제는 거의 보스들 중 하나였던 지옥안개 였습니다.

 

이 보스가 그 당시에 말그대로 지옥인터라 엄청나게 많은 준비와 헤딩을 하였고, 사람들은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예전에 검은사원때 처럼 무언가 알 수 없는 힘이 우리의 결속력을 흩으려놓는 것 같았습니다.

 

결국에 사람들을 모아서 공략을 하겠다는 미르형과 무리라는 공대원들과 그걸 조율하려는 향기 누나와

 

의견이 대립이 되며, 결국 공대는 파괴되고 말았습니다...

 

물약이나 준비물부터해서 하나하나 공격대를 위해 준비하며 한명한명이 톱니바퀴같이 움직이면서

 

멋지게 보스몹을 잡고 웃고 있어야할 우리들이 어느새인가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며 혼자 서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미르형의 그런 마음과 향기 누나의 그런 마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죄책감에 빠져

 

와우를 접게 되었습니다. 미르형과 향기누나는 다시한번 잘해보자고 저를 붙잡아 주었지만, 저는 왜인지 모르게

 

두 사람이 괜히 미웠고, 이런 상황조차도 너무 싫게만 느껴졌었기에 와우를 접고 나왔습니다.

 

자연스럽게 미르형과 향기누나와 연락도 뜸해지고 나중에는 결국 잊어버리게 되었습니다.

 

망각이라는게 정말 무섭더라구요, 혹시라도 와우로 다시 접속하면 볼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했었지만

 

내가 아무것도 도움도 무엇도 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차라리 다른게임을 하면서 와우를 잊어보자 하며

 

노력했습니다.

 

시간을 흘러 2014년이 되었고, 지금은 다시 와우를 복귀하여 이제는 헬스크림 서버 호드에서

 

열심히 와우를 즐기고 있습니다. 7~8 년이 넘는 긴 시간동안 저는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길드를

 

많이 겪으며 즐겼었고, 미르형과 향기누나는 그냥 추억의 한편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얼마전 저의 네이버 카페와 다음 카페 목록을 정리하려는 차 각각 계정에 접속하여 예전에 가입만 해놓고

 

활동하지 않는 카페들을 탈퇴하며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음카페를 정리하던 중 미르형과 향기누나의 카페도 탈퇴하기 위해 들어갔었습니다.

 

그때 한장의 사진이 저의 눈에 띄었고, 왜인지 모르게 눈물이 났었습니다.

 

 

 

보이는 사진과 몇 줄의 글이 게시판에 적혀 있었고, 대략 내용은 그러했습니다.

 

[나무 너와 지옥안개를 잡은 이 기쁨을 같이 누리고 싶었는데, 너가 없어서 기쁘지가 않다,

 

나와 향기는 널 잊지 않을거고 어디서 뭘 하든 너도 우리를 잊지 말고 항상 외롭지 않게

 

게임을 즐기길 바란다]  대략 내용은 이러 했습니다.

 

저는 그런 사진과 글을 보면서도 다시 와우를 하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질 않았습니다.

 

마치 어린 시절 가출했다가 집에 돌아왔는데 막상 들어가지 못하고 주위만 서성이는 느낌이랄까요..

 

어짜피 이미 시간도 오래 흘러가버린 지라 유령 카페가 되어 있었고 활동하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카페 관리자도 바뀌어 저는 유령회원으로 준회원으로 떨어져  게시판글들을 볼 수 없게 되있었고,

 

아마도 나중에 돌아온 저를 생각해서 미르형과 향기누나가 저 한장의 사진을 대문 사진으로 해놓은 것 같았습니다.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들었어요.

 

이제와서 두분을 찾는 건 바라지 않습니다.

 

저는 그분들의 바람대로 외롭지않게 즐겁게 와우를 하며 잘 살고 있거든요.

 

이말을 꼭 드리고 싶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감사했습니다.

 

저에게 사람들과의 정과 와우의 또다른 재미를 가르쳐준 두분이 문득 생각이 나네요.

 

이만 여기서 글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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