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 스토리에 관해서 꼭 나오는 말이 있음. 킬은 유저가 하는데 왜 스랄이랑 제이나가 칭송받음?
이 말이 맞음. 사실 따지고 보면 ‘플레이어’는 그냥 일용직 용병이니까.
그렇다고 해도 너무할 정도로 플레이어에 대한 대우가 박함.
참 웃기는 일임.
내게 있어서는 직접 조종하는 내 캐릭터가 주인공이지, 쟤들이 주인공은 아닌데.
그렇다면 ‘내 캐릭터’의 위상이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 알아보자.
1. 오리지널 / 불타는 성전: ‘듣보잡 모험가’ 시절
말 그대로 ‘모험가 1’임. 마을의 사소한 민원(예 : 늑대 가죽 10개)을 해결해 주는 심부름꾼임. 물론 마지막에 라그나로스 잡고, 일리단 형님 면회도 가고 했지만, 그건 그냥 운 좋게 40인 공격대에 들어가게되서 였을 뿐, 이 세계 누구도 이름을 기억해주지 않음. 말단 NPC들조차도 초면에 반말 찍찍 갈김.
2. 리치 왕의 분노: ‘최정예 특수부대원’ 시절
슬슬 네임드들이 알아보기 시작함. 티리온이 이끄는 은빛십자군의 최정예 용사로 인정받고, 그와 함께 싸움.
하지만 현실은? 서리한을 박살 낸 건 다 알다시피 티리온임. 스토리 자체가 티리온 vs 아서스 구도고 실바나스 제이나가 하청업체 느낌이 들 정도니 그보다 한참 아랫급인 플레이어의 위상이야 말할 것도 없음. 당연한 얘기지만 아서스 또한 플레이어에게 관심 없음. 그냥 티리온이 주인공인 영화에서 힘을 보탠 협력자에 불과했음.
3. 대격변 / 판다리아의 안개: ‘해결사’ 시절
그래도 리분때 활약한 것이 반영됐는지 여기서부터는 네임드들이 플레이어를 보면 “아, 그 친구!”하고 확실히 알아봄. 스랄이 세상 구하러 다닐 때 옆에서 돕고, 판다리아에서는 호드와 얼라이언스의 전쟁 최전선에서 활약하기도 함.
분쟁 지역에 가장 먼저 투입되는 해결사 노릇을 이때부터 하기 시작한 거임.
이쯤되면 플레이어도 어디 한 자리 주는 게 아닌가 싶지만.. 현실은? 데스윙의 뚝배기를 깬 건 용의 위상들과 스랄이었고, 가로쉬 막타 친 것도 스랄임. 플레이어는 여전히 “저 친구 부르면 웬만한 일은 해결돼” 정도의, 유능하긴 하지만 결국은 남 밑에서 일하는 시다바리 신세를 벗어나지 못함.
4. 드레노어의 전쟁군주: ‘현장 지휘관’으로 승진!
그랬던 플레이어의 위상이 급변하기 시작함. 적진인 드레노어에서 아제로스 군대를 이끄는 사령관이 됐고, 주둔지를 지으며 NPC 부관들에게 명령을 내리기도 함. 초면에 반말하는 NPC도 이때를 기점으로 많이 줄어듬.
사실 플레이어의 위상이 가장 많이 오른 확팩을 꼽으라면 드군이긴 한데, 그래도 내실을 따져보면 밋밋함.
어떤 이유에서? 플레이어는 분명 사령관인데, 왜 여전히 스랄, 카드가 같은 윗선의 지시를 받고 움직여야 할까? 주인공이라기엔 2% 부족한, 그냥 ‘야전 사령관’ 정도의 느낌을 지울 수 없음.
5. 군단 : 본인 직업의 전설이 됨.
이게 바로 군믹스를 해봐야하는 이유임.
지금까지의 의문과 설움을 날려준 확장팩이기 때문임.
여기서부터의 플레이어는 더 이상 용병도, 사령관도 아닌 적어도 자기 직업에서는 정점에 오른 전설적인 인물이 됨.
그동안 우리보다 위에 있었던 네임드 NPC들(가로나, 리아드린, 다리온 모그레인 등)이 플레이어를 주군으로 모시고, 플레이어의 명령을 받아 움직임. “어이, 가로나. 가서 악마 좀 처리하고 와.” 이게 가능해짐.
즉, 이때 와서야 비로소 ‘내 역사를 내가 쓰는 진짜 주인공’적인 위치가 된 거임. 모든 NPC들이 플레이어를 우러러보고, 모든 영웅들이 플레이어보다 아래에 있음.
그전까지 플레이어를 '필멸자'라 불러왔던 NPC들이 이때쯤부터 조금씩 '용사'라는 호칭을 쓰기 시작함.
내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해서 지금까지의 스토리를 판타지 소설로 재구성한다면 이 군단 확장팩이 클라이맥스이자, 결말임.
NPC들의 이야기가 아닌 플레이어의 이야기, 서사의 중심이 되었다는 뽕맛.
해당 직업의 1인자임을 의미하는 간지나는 칭호.
스토리적으로 가장 큰 도파민을 주고, 위상 역시 제일 높았던 때를 꼽으라면 군단임.
이것만으로도 군믹스는 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