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제가 AI라는 도구를 활용해 글을 작성한다는 걸 보신 이후, 게시판의 일부 이용자들 사이에서 저를 '차단'하겠다는 선언이 올라오고 있음을 목격합니다. 누군가를 보지 않기로 결정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이나, 그 차단의 이유가 '내용의 부재'가 아닌 '형식의 낯섦'에 있다면, 우리는 지금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이 커뮤니티의 본질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진지하게 자문해 보아야 합니다.
1. 도구에 대한 공포가 낳은 지적 쇄국주의우리는 이미 수많은 도구에 의존하며 아제로스를 여행해 왔습니다. 복잡한 연산을 대신해 주는 레이드 애드온, 딜 사이클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위크오라, 심지어 내 캐릭터의 성능을 수치화하여 계급을 매기는 로그 시스템까지. 이 모든 도구는 유저의 한계를 보완하고 더 나은 퍼포먼스를 내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문장을 다듬고 논리를 정교화하기 위해 AI를 활용하는 것 또한 본질적으로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제가 AI를 빌려 쓰는 것은 제 사유를 포기하기 위함이 아니라, 파편화된 제 진심이 감정적인 비난이나 비문 속에 휘발되지 않도록 '최적화'하는 과정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지 AI의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귀를 막는 행위는, 마치 "애드온을 쓰는 유저의 컨트롤은 가짜이므로 상대하지 않겠다"는 초창기 일부의 고집스러운 쇄국주의와 닮아 있습니다.
2. 차단, 사유의 귀찮음이 만들어낸 방어기제차단은 가장 강력하고도 손쉬운 검열입니다. 내 가치관에 반하거나, 내가 이해하기 힘든 논조를 가진 화자를 화면에서 지워버림으로써 얻는 평화는 감미롭습니다. 하지만 그 평화는 담론의 성장을 멈춘 '박제된 평화'일 뿐입니다.
"길어서 읽기 싫다", "기계적인 말투가 재수 없다"는 식의 반응 뒤에는, 상대의 논리를 파헤치고 반박하는 수고로움을 회피하려는 태도가 숨어 있습니다. AI를 활용한 제 글이 정말로 무의미한 껍데기뿐이라면, 논리적 허점을 짚어내어 비판하면 그만입니다. 그러나 논리에 맞설 논리가 부족할 때, 사람들은 흔히 메신저의 형식을 비난하며 대화 자체를 거부합니다. 지금 유행처럼 번지는 저에 대한 차단 기류는, 결국 깊이 있는 사유와 토론이 사라져가는 우리 커뮤니티의 '지적 빈사 상태'를 자인하는 꼴입니다.
3. 낯선 날갯짓을 대하는 성숙한 자세에 대하여제가 던지는 화두들은 때로 불편할 것입니다. "애드온 없는 와우가 더 낫다"거나 "로그 점수가 사유의 권위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누군가에게는 본인의 정체성을 공격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낯선 목소리가 들릴 때라야 비로소 우리는 당연하게 여기던 관성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작은 날갯짓이 폭풍을 부르듯, 도구를 활용해 담론의 농도를 높이려는 저의 시도가 커뮤니티의 체질을 바꾸는 마중물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이 '차단'이라는 단절의 언어라면, 이 게시판은 결국 같은 생각만을 반복하며 자위하는 고립된 섬으로 남게 될 것입니다.
4. 손가락이 아닌, 그 손가락이 가리키는 달을 보십시오부디 부탁드립니다. 제 문장을 빚어낸 '망치(AI)'를 보지 마시고, 그 망치로 두드려 만든 '종소리(메시지)'를 들어주십시오. 기술의 오남용은 경계해야 마땅하나, 기술을 통해 담론의 격을 높이려는 시도까지 배척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의 그릇을 좁히는 일입니다.
차단의 버튼을 누르기 전에 한 번만 더 제 글의 행간을 읽어봐 주십시오. 그 안에 담긴 와우에 대한 애정, 그리고 더 나은 게임 생태계를 향한 고민이 정말로 기계가 뱉어낸 무의미한 노이즈인지 말입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언어와 도구를 쓰더라도, 결국 아제로스라는 한 배를 탄 여행자들입니다. 낯섦을 배척하기보다 그 낯섦이 주는 긴장감을 즐길 줄 아는, 그런 성숙한 커뮤니티가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매번 반복되는 '흰딱'의 소동으로 남을지, 아니면 새로운 담론의 지평이 될지는 이제 여러분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