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팩 게시판

전체보기

모바일 상단 메뉴

본문 페이지

[잡담] AI 단편소설 꽤 잘 쓰네요(스압)

아이콘 황천
댓글: 2 개
조회: 907
추천: 1
2026-05-01 20:20:33
한밤의 쿠엘탈라스에서 빛드레, 잔트, 기계노움, 불페라 각 종족의 이야기를 써달라고 해봤는데 생각보다 잘 뽑힌거 같아요



1. 빛벼림 드레나이 — 꺼지지 않는 문양

빛벼림 드레나이 아라스는 영원노래 숲의 빛을 믿지 않았다.

그 빛이 거짓이라는 뜻은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 아름다웠다. 금빛 잎사귀, 붉은 첨탑, 마력으로 젖은 공기, 태양샘에서 흘러나오는 희미한 광휘. 그러나 아라스가 아르거스에서 배운 것은 단순했다.

아름다운 빛도 타락할 수 있다.
성스러운 이름도 무너질 수 있다.
그리고 공허는 언제나 가장 밝은 곳의 그림자를 먼저 찾아낸다.

그는 실버문 외곽의 방어선에 서 있었다. 갑옷 위로 빛벼림 문양이 조용히 타올랐다. 다른 병사들이 그를 바라볼 때마다 조금씩 뒤로 물러났다. 블러드 엘프들은 빛을 알았다. 하지만 빛벼림 드레나이가 몸에 새긴 빛은 그들이 아는 빛과 달랐다. 그것은 기도라기보다 상처였고, 축복이라기보다 판결에 가까웠다.

“저쪽 숲이 검게 변하고 있습니다.”

블러드 엘프 순찰자가 말했다.

아라스는 대답 대신 망치를 들었다.

영원노래 숲의 한 구역이 서서히 어두워지고 있었다. 나무껍질은 검게 갈라졌고, 잎은 떨어지지 않은 채 안쪽부터 재가 되었다. 공허가 뿌리를 통해 올라오고 있었다. 땅을 점령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을 점령하는 방식이었다.

그가 첫발을 내딛자 속삭임이 들렸다.

빛의 병사.

아라스는 멈추지 않았다.

불타는 세계를 지나오셨죠.
악마를 죽이고, 별을 건너고, 성스러운 전쟁을 끝냈다고 믿으셨죠.

그는 망치 손잡이를 더 세게 쥐었다.

그런데 여전히 전쟁이네요.
혹시 당신이 빛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전쟁이 당신을 따르는 것은 아닐까요?

아라스의 문양이 세차게 빛났다.

그의 앞에 환영이 나타났다.

그곳은 영원노래 숲이 아니었다. 아르거스였다. 지옥불이 하늘을 찢고, 뒤틀린 거인들이 산맥처럼 움직이던 땅. 그 한가운데에서 젊은 아라스가 무릎을 꿇고 있었다. 아직 빛벼림을 받기 전의 몸. 아직 의심할 수 있던 눈.

환영 속의 나루가 말했다.

선택하라.
빛이 될 것인가, 사라질 것인가.

아라스는 눈을 감았다.

그는 그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다. 하지만 공허가 찔러 넣은 질문은 정교했다. 빛벼림은 구원이었는가, 아니면 스스로를 한 가지 대답 안에 가두는 일이었는가.

어둠 속에서 잘아타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빛으로 자신을 봉한 분들은 참 흥미로워요. 문을 닫았다고 믿지만, 사실은 안쪽에 갇힌 것뿐이죠.”

아라스는 처음으로 말했다.

“나는 갇히지 않았다.”

“정말요? 그럼 왜 매번 같은 방식으로 싸우시죠? 빛을 들어 올리고, 어둠을 태우고, 의심을 죄라고 부르죠.”

아라스는 망치를 낮췄다.

그 모습을 본 블러드 엘프 순찰자가 당황했다.

“빛벼림이시여?”

아라스는 손을 들어 그를 막았다.

공허에 물든 나무들이 속삭였다. 가지마다 얼굴이 생겨났다. 죽은 동료들. 빛으로 불타던 전우들. 빛의 이름으로 악마를 심판하고, 빛의 이름으로 자신을 잃은 자들.

아라스는 그 얼굴들을 바라보았다.

그는 망치를 휘두르지 않았다.

대신 무릎을 꿇었다.

블러드 엘프들이 술렁였다. 공허의 속삭임이 웃었다.

“마침내 꺾이셨나요?”

아라스는 땅에 손을 얹었다.

“아니다.”

그의 손바닥에서 빛이 퍼졌다. 그러나 그것은 폭발하지 않았다. 태우지 않았다. 심판하지 않았다.

빛은 뿌리 사이로 천천히 스며들었다. 공허에 검게 물든 땅을 밀어내는 대신, 그 안에 남아 있던 본래의 생명을 찾아냈다. 잎이 기억하고 있던 봄. 나무가 기억하고 있던 노래. 이 숲이 아직 자기 자신으로 남아 있으려는 작은 저항.

아라스는 낮게 말했다.

“빛은 칼이 될 수 있다. 방패가 될 수도 있다. 오늘은 방패가 되겠다.”

잘아타스의 목소리가 부드럽게 웃었다.

“그 선택이 얼마나 오래갈까요?”

“내가 서 있는 동안.”

“당신은 영원하지 않아요.”

아라스의 문양이 조용히 타올랐다.

“그래서 맹세가 필요하다.”

빛이 숲 전체로 퍼졌다. 검게 변하던 잎들이 모두 되살아난 것은 아니었다. 타락한 뿌리 몇 개는 부서졌고, 일부 나무는 그대로 죽었다. 하지만 공허의 흐름은 끊겼다. 어둠이 물러난 자리에 완전한 정화가 아니라, 버텨 낸 생명의 냄새가 남았다.

블러드 엘프 순찰자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왜 태우지 않으셨습니까?”

아라스는 한동안 검게 그을린 숲을 바라보았다.

“이곳은 내 성전이 아니다.”

그가 망치를 어깨에 걸쳤다.

“누군가의 집이다.”

먼 하늘에서 공허폭풍이 다시 꿈틀거렸다.

아라스는 그쪽을 바라보았다.
빛벼림 문양은 여전히 타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불길처럼 보이지 않았다.

등불처럼 보였다.



2. 잔달라 트롤 — 로아가 침묵한 숲

잔달라 트롤 자나라이는 쿠엘탈라스의 숲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너무 곧고, 너무 단정하고, 너무 향기로웠다. 잔달라의 정글은 그렇게 굴지 않았다. 나무는 하늘을 찢고, 짐승은 발소리 없이 사람의 목덜미를 노리며, 비는 신들의 북처럼 땅을 두드렸다. 잔달라에서는 살아 있는 모든 것이 자기 힘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영원노래 숲은 달랐다.

이 숲은 노래로 힘을 감췄다.

자나라이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무시하지는 않았다. 오래 살아남은 땅에는 저마다 방식이 있다. 잔달라가 황금과 피와 로아의 이름으로 버텼다면, 쿠엘탈라스는 마력과 기억과 오만으로 버텼다.

그 또한 힘이었다.

그는 붉은 깃털이 달린 가면을 고쳐 썼다. 허리에는 짧은 칼 두 자루가 있었고, 등에는 로아의 문양이 새겨진 작은 북이 매달려 있었다. 그의 임무는 실버문 남쪽 길목의 피난민 행렬을 호위하는 것이었다.

잔달라 전사에게 피난민 호위는 영광스러운 임무가 아니었다.
하지만 자나라이는 그 말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살아남은 자가 다음 전쟁을 만든다.
그것도 제국의 법이었다.

피난 행렬 앞쪽에서 블러드 엘프 마법학자가 말했다.

“이 길은 안전하다고 들었습니다.”

자나라이는 코로 숨을 들이켰다.

“아니오.”

“정찰 보고에는—”

“보고서는 냄새를 맡지 못합니다.”

그는 숲 안쪽을 가리켰다.

“저곳에 무언가 있습니다.”

마법학자는 불쾌한 표정을 지었지만 반박하지 않았다. 잠시 뒤, 숲에서 새들이 날아올랐다. 아니, 새처럼 보였던 것들이 날아올랐다. 날개는 있었지만 눈이 너무 많았고, 부리는 안쪽으로 갈라져 있었다.

공허에 물든 생물들이었다.

피난민들이 비명을 질렀다.

자나라이는 북을 꺼냈다.

둥.

첫 박자는 낮았다.

둥. 둥.

두 번째와 세 번째 박자는 숲의 심장에 맞춰졌다.

“파쿠여, 제 발을 가볍게 하소서. 공크여, 제 길을 잃지 않게 하소서. 브원삼디여……”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공허가 숲 사이에서 웃었다.

죽음의 로아를 부르시게요?
여기는 이미 제법 죽음에 가까운 곳인데요.

자나라이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 목소리는 로아가 아니군.”

잘아타스의 목소리가 나뭇잎 사이에서 흘렀다.

“아니죠. 하지만 로아가 침묵하면, 다른 목소리가 빈자리를 채우기 마련이에요.”

자나라이는 칼을 뽑았다.

피난민들 뒤에서 검은 안개가 솟아올랐다. 안개 속에는 트롤의 얼굴들이 떠 있었다. 아마니의 전사들. 오래전에 엘프와 싸우고, 이 숲 아래 묻힌 자들. 그들은 잔달라어와 오래된 사투리가 뒤섞인 말로 속삭였다.

형제여.
이 땅은 원래 누구의 것이었나.

자나라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환영들이 다가왔다.

황금 왕좌는 잊었는가.
잔달라의 피는 높고, 엘프의 첨탑은 침입자의 뼈 위에 세워졌다.
왜 그들을 지키는가.

자나라이는 북을 한 번 더 쳤다.

둥.

“역사는 칼입니다.”

그가 말했다.

“하지만 오늘 그 칼을 어디에 꽂을지는 내가 정합니다.”

그는 피난민 행렬 쪽으로 돌아섰다.

“엎드리시오!”

공허 새들이 쏟아져 내려왔다.

자나라이는 달렸다. 그의 발은 땅에 닿는 순간마다 방향을 바꾸었다. 파쿠의 바람이 발목을 밀어 주는 듯했고, 공크의 야성이 손끝을 뜨겁게 했다. 그는 첫 번째 새의 목을 베고, 두 번째의 날개를 찢고, 세 번째를 발로 차 나무에 박았다.

그러나 안개 속의 아마니 환영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가까워졌다.

그중 하나가 자나라이 앞에 섰다. 커다란 엄니, 낡은 전쟁 문신, 피 묻은 창.

너는 제국의 자손이 아니다.
엘프의 방패다.

자나라이는 이를 드러냈다.

“나는 잔달라다.”

그는 칼을 낮추었다.

“그래서 압니다. 제국은 기억만으로 서지 않습니다. 살아 있는 자들이 오늘 무엇을 선택하는지로 섭니다.”

환영이 창을 들어 올렸다.

자나라이는 피하지 않았다.

그는 북을 마지막으로 쳤다.

둥.

이번에는 박자가 달랐다.

그것은 전쟁의 박자가 아니었다. 장례의 박자였다.

안개가 흔들렸다.

자나라이가 낮게 말했다.

“죽은 자들이여, 쉬시오. 당신들의 분노는 공허의 혀가 빌려 쓰기에 너무 오래된 것입니다.”

환영의 창끝이 그의 가슴 앞에서 멈췄다.

잘아타스가 속삭였다.

“제법 점잖은 말씀이네요. 하지만 저들이 정말 쉬고 싶어 할까요?”

자나라이는 웃었다.

“그건 네가 정할 일이 아니다.”

그는 칼을 뒤집어 땅에 꽂았다.

“브원삼디여, 빚이 하나 있습니다. 오늘은 저들을 데려가시오. 대신 제 이름을 장부에 적어 두십시오.”

숲이 서늘해졌다.

안개 속에서 낮은 웃음이 들린 것 같았다. 그것이 진짜 로아의 응답인지, 자나라이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환영들은 하나씩 뒤로 물러났다. 창이 내려가고, 눈이 감기고, 오래된 원한들이 검은 안개에서 분리되어 땅 아래로 가라앉았다.

공허 새들은 방향을 잃었다.

자나라이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남은 괴물들을 베어 넘기고, 마지막 한 마리의 목을 밟아 눌렀다. 괴물의 여러 눈이 그를 올려다보았다.

잘아타스의 목소리가 그 안에서 나왔다.

“잔달라의 긍지가 엘프의 길을 지키는군요. 참 재미있는 시대예요.”

자나라이는 칼을 들어 올렸다.

“긍지는 누구를 짓밟을지 고르는 마음이 아닙니다.”

그는 칼을 내리쳤다.

“누구 앞에서도 무릎 꿇지 않는 마음이지요.”

괴물은 검은 재가 되어 흩어졌다.

피난민들은 무사했다. 블러드 엘프 마법학자는 창백한 얼굴로 자나라이를 바라보았다.

“왜 도와준 겁니까?”

자나라이는 북을 다시 등에 걸었다.

“당신들이 좋아서가 아닙니다.”

마법학자가 굳었다.

자나라이는 숲 너머 공허폭풍을 바라보았다.

“공허가 이 숲을 삼키면, 다음에는 정글도 삼킬 겁니다. 그리고 잔달라는 자기 적을 남에게 맡기지 않습니다.”

그는 피난민 행렬을 향해 손짓했다.

“움직이시오. 살아남은 자가 다음 전쟁을 만듭니다.”

멀리서 천둥이 울렸다.

자나라이는 그것이 폭풍인지, 로아의 웃음인지 구분하지 못했다.

어느 쪽이든 나쁘지 않았다.



3. 기계노움 — 오차 범위 밖의 공포

기계노움 틱스 스패너플럭스는 공허를 싫어했다.

싫어한다는 표현은 과학적으로 부정확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공허는 지나치게 불량한 시스템이었다. 입력값이 일정하지 않고, 출력값이 관측자를 오염시키며, 오류 메시지를 감정으로 위장했다.

요약하면 최악이었다.

틱스는 실버문 하수 마력관 7-B 지점에 몸을 거꾸로 매단 채 말했다.

“이건 배관 문제가 아닙니다.”

블러드 엘프 기술자가 아래에서 물었다.

“그럼 뭡니까?”

“배관처럼 행동하는 철학적 재난입니다.”

“그게 무슨 뜻입니까?”

틱스는 렌치를 돌렸다.

“나쁜 뜻입니다.”

쿠엘탈라스의 마력관 일부가 공허에 잠식되고 있었다. 태양샘에서 뻗은 안정화 흐름이 실버문 외곽으로 퍼지기 전에 검은 잡음에 오염되었다. 마법학자들은 그것을 저주라고 불렀고, 사제들은 부패라고 불렀다.

틱스는 그것을 신호 간섭이라고 불렀다.

물론 신호가 사람의 머릿속에서 죽은 부모 목소리로 속삭이는 것은 일반적인 간섭은 아니었다. 하지만 원리는 중요하지 않았다. 측정할 수 있다면 줄일 수 있고, 줄일 수 있다면 폭파할 수 있었다.

“1번 탐침 투입.”

그녀의 어깨에서 작은 기계거미가 튀어나와 관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뒤, 기계거미가 비명을 지르는 것 같은 소리를 냈다.

틱스는 기록했다.

탐침 1호: 생체 조직이 아닌데도 공포 반응 발생.
결론: 공허는 예의가 없음.

두 번째 탐침은 관 안에서 자기 이름을 묻기 시작했다.

세 번째 탐침은 돌아오자마자 틱스에게 말했다.

“당신은 살과 금속 중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합니다.”

틱스는 잠시 멈췄다.

블러드 엘프 기술자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괜찮습니까?”

“괜찮습니다.”

틱스는 세 번째 탐침을 분해했다.

“하지만 이 녀석은 괜찮지 않습니다.”

관 안쪽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당신은 수리된 것이 아니에요.
잘려 나간 것이죠.

틱스의 의안 렌즈가 순간 초점을 잃었다.

그녀는 메카곤을 보았다. 번쩍이는 금속, 차가운 실험대, 완벽함이라는 이름으로 신체를 하나씩 교체하던 광기. 살은 약점이고, 감정은 오류이며, 완전한 기계화만이 진보라고 말하던 목소리들.

공허는 그 기억을 정확히 골랐다.

“틀렸습니다.”

틱스는 낮게 말했다.

잘아타스의 목소리가 배관 안에서 흘러나왔다.

“정말요? 당신의 팔은 당신 것인가요, 아니면 더 효율적인 부품인가요? 당신의 심장은 남아 있나요, 아니면 불편해서 제거했나요?”

틱스는 가슴 부근의 금속판을 톡톡 두드렸다.

“부분 교체입니다. 전체 교체가 아닙니다.”

“그 차이가 중요하신가요?”

“매우 중요합니다.”

“왜죠?”

틱스는 잠시 생각했다.

배관 안쪽의 검은 마력이 점점 부풀어 올랐다. 마력관 전체가 맥박처럼 뛰었다. 조금만 늦으면 오염된 흐름이 실버문 주거 지구까지 퍼질 것이다.

틱스는 허리춤에서 작은 원통형 장치를 꺼냈다.

블러드 엘프 기술자가 물었다.

“그건 뭡니까?”

“불안정 공명 역위상 잡음 발생기입니다.”

“위험합니까?”

“제가 만들었습니다.”

“그 말은 대답이 아닙니다.”

틱스는 장치를 관에 붙였다.

“맞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없습니다.”

잘아타스가 속삭였다.

“작은 기계노움. 당신은 공허를 계산할 수 없어요.”

틱스는 웃었다.

“계산하지 않을 겁니다.”

“그럼요?”

“방해할 겁니다.”

그녀가 스위치를 눌렀다.

순간 실버문 하수 마력관 전체에서 끔찍한 소리가 울렸다. 금속이 긁히고, 아기 멀록이 재채기하고, 고블린 경매인이 숫자를 잘못 부르고, 드워프가 술잔을 떨어뜨리는 소리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블러드 엘프 기술자가 귀를 막았다.

“이게 대체 뭡니까!”

틱스는 태연하게 말했다.

“무작위 잡음입니다. 공허가 의미를 타고 침투한다면, 의미 없는 소리로 통로를 막으면 됩니다.”

관 안의 어둠이 발작하듯 뒤틀렸다.

잘아타스의 목소리가 깨졌다.

“이건…… 너무…… 조잡하네요.”

“감사합니다.”

“칭찬이 아니에요.”

“알고 있습니다.”

틱스는 두 번째 장치를 꺼냈다.

“이제 본 처리에 들어갑니다.”

“또 있습니까?”

블러드 엘프 기술자는 거의 울 것 같은 얼굴이었다.

“당연합니다. 첫 번째 장치는 문제를 화나게 하는 장치입니다. 두 번째 장치는 화난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 주는 장치입니다.”

의안 렌즈에 붉은 선들이 떠올랐다. 공허 오염의 중심부가 보였다. 배관처럼 보였던 검은 균열은 사실 마력관 안에 박힌 작은 공허 결정이었다. 심장처럼 뛰며 주변 신호를 흡수하고 있었다.

틱스는 렌치를 들었다.

“찾았습니다.”

잘아타스가 낮게 웃었다.

“부수면 관도 함께 터질 텐데요.”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

틱스는 자신의 기계 팔을 분리했다.

블러드 엘프 기술자가 얼어붙었다.

“뭘 하시는 겁니까?”

“절연체가 필요합니다.”

“그건 팔 아닙니까?”

“예. 하지만 예비 팔이 있습니다.”

틱스는 분리한 팔에 폭발 억제 장치를 물리고, 관 안으로 밀어 넣었다. 기계 손가락이 공허 결정을 움켜쥐었다. 그 순간 그녀의 남은 신경회로로 환각이 밀려왔다.

완벽한 몸.
완벽한 기계.
두려움도, 혼란도, 상처도 없는 자신.

잘아타스가 속삭였다.

“당신이 원했던 모습 아닌가요?”

틱스는 이를 악물었다.

“아닙니다.”

“확실한가요?”

“예.”

기계 팔이 결정을 조였다.

“저는 개선되고 싶었지, 삭제되고 싶었던 게 아닙니다.”

그녀가 폭발 억제 장치를 작동했다.

검은 빛이 관 안에서 터졌다. 폭발은 밖으로 번지지 않았다. 대신 틱스의 기계 팔 하나와 함께 안쪽으로 접혀 들어갔다. 마력관의 맥박이 멈췄다.

한동안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마침내 블러드 엘프 기술자가 말했다.

“성공한 겁니까?”

틱스는 의안 렌즈를 깜빡였다.

“현재 실버문 주거 지구의 공허 오염 확산율은 0.03퍼센트까지 감소했습니다.”

“그럼 성공이군요.”

“아직 아닙니다.”

틱스는 바닥에 떨어진 자기 팔의 나사를 주웠다.

“0.03퍼센트는 0이 아닙니다.”

기술자는 지친 얼굴로 웃었다.

“기계노움답군요.”

틱스는 그 말을 칭찬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녀는 새 예비 팔을 끼우며 관 안쪽을 바라보았다.

멀리서 잘아타스의 목소리가 아주 희미하게 들렸다.

“다음에는 더 정교한 질문을 준비해야겠네요.”

틱스는 기록장에 적었다.

공허 전령이 재방문 가능성 암시.
대응: 더 큰 잡음 발생기 필요.
부가 의견: 감정 오염에 대한 방호 장치 개발 필요.
개인 의견: 팔 하나 값 청구 예정.

그녀는 렌치를 어깨에 걸쳤다.

공포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측정 가능했다.

그것만으로도 틱스에게는 시작하기 충분했다.



4. 불페라 — 작은 수레의 길

불페라 나키는 쿠엘탈라스가 너무 반짝인다고 생각했다.

볼둔의 모래는 정직했다. 뜨겁고, 거칠고, 배고팠다. 길을 잃으면 죽고, 물을 낭비하면 죽고, 그늘을 우습게 보면 죽었다. 볼둔은 친절한 척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쿠엘탈라스는 달랐다.

나무는 금빛으로 빛나고, 길은 부드러웠고, 도시의 첨탑은 하늘을 향해 우아하게 뻗어 있었다. 처음 온 불페라 상인들은 다들 비슷한 말을 했다.

“여기는 너무 비싸 보이는데요.”

나키도 동의했다.

비싸 보이는 곳은 대개 잃을 것이 많았다.
잃을 것이 많은 곳은 공포에 약했다.

그녀의 수레에는 물통, 붕대, 말린 과일, 바늘, 여분 단추, 접이식 천막, 세 종류의 향신료, 작은 삽, 그리고 아무도 용도를 묻지 않는 고블린제 폭죽이 실려 있었다.

공허가 침입한 뒤, 나키의 일은 단순해졌다.

살아 있는 사람을 찾는다.
걸을 수 있으면 걷게 한다.
걸을 수 없으면 수레에 태운다.
불평하면 물을 준다.
계속 불평하면 더 쓴 물을 준다.

실버문 외곽의 작은 마을은 이미 절반쯤 비어 있었다. 집마다 문이 열려 있었고, 식탁 위에는 식지 않은 차가 남아 있었다. 떠날 시간이 부족했던 것이다.

나키는 귀를 세웠다.

울음소리.

그녀는 수레를 멈추고 좁은 골목으로 들어갔다.

무너진 벽 아래에 블러드 엘프 아이 하나가 웅크리고 있었다. 다리는 잔해에 끼어 있었고, 눈은 공허의 검은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괜찮아요.”

나키가 말했다.

“정확히 말하면 괜찮지는 않지만, 제가 왔으니까 괜찮아질 가능성이 꽤 높아요.”

아이는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나키는 작은 말린 과일을 꺼냈다.

“먹을래요?”

아이는 고개를 저었다.

“좋아요. 판단력은 있네요.”

나키는 삽을 꺼내 잔해를 파기 시작했다. 그때 골목 끝의 그림자가 길어졌다.

공허에 물든 마을 주민들이 나타났다. 완전히 괴물은 아니었다. 그래서 더 나빴다. 얼굴은 남아 있었고, 눈동자만 별 없는 밤처럼 비어 있었다.

나키는 한숨을 쉬었다.

“오늘은 정말 바쁘네요.”

그녀는 폭죽 하나를 꺼냈다.

공허에 물든 주민들이 다가왔다.

그들의 입에서 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작은 여우.
도망치는 데 익숙하시죠?

나키는 폭죽 심지에 불을 붙였다.

“불페라입니다.”

도망치고, 숨고, 주워 모으고, 버티고.
대단한 전쟁은 다른 종족들이 하고, 당신들은 늘 남은 것들 사이에서 살았죠.

잘아타스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그게 나쁘다는 뜻은 아니에요. 오히려 현명하죠. 그러니 이번에도 도망가세요. 이 숲은 당신들 것이 아니잖아요.”

나키는 폭죽을 던졌다.

펑.

빛과 연기가 골목을 채웠다. 공허에 물든 주민들이 비틀거렸다.

나키는 아이의 다리를 누른 잔해를 들어 올리려 했다. 꿈쩍도 하지 않았다.

“좋지 않네요.”

아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 사람들…… 우리 이웃이에요.”

“알아요.”

“다치게 하지 마세요.”

나키는 잠시 아이를 보았다.

볼둔에서는 그런 부탁을 자주 들을 수 없었다. 그곳에서는 살아남는 것이 먼저였고, 그다음도 살아남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아이는 아직 누군가를 이웃이라고 부를 힘이 남아 있었다.

그것도 챙겨야 할 물건이었다.

나키는 수레 쪽으로 달려가 접이식 천막 기둥을 꺼냈다. 그리고 끈과 갈고리, 고블린제 폭죽 두 개, 향신료 주머니를 빠르게 묶었다.

잘아타스가 속삭였다.

“그걸로 공허를 막으시게요?”

“아니요.”

나키는 장치를 골목 입구에 세웠다.

“공허 말고 코를 막을 겁니다.”

그녀는 향신료 주머니를 터뜨렸다.

볼둔산 매운 뿌리 가루가 골목 전체에 퍼졌다. 공허에 물든 주민들이 동시에 기침했다. 공허가 지배해도 코는 코였다.

나키는 그 틈에 천막 기둥으로 지렛대를 만들었다.

“아이야, 제가 셋을 세면 다리를 빼요. 하나, 둘—”

“셋은요?”

“셋까지 기다리면 늦어요.”

나키가 힘껏 눌렀다. 잔해가 조금 들렸다. 아이가 비명을 삼키며 다리를 뺐다.

“좋아요. 이제 도망칩니다.”

“이웃들은요?”

“같이 데려갑니다. 가능하면.”

나키는 수레에서 작은 종을 꺼냈다. 불페라 행상들이 모래폭풍 속에서 서로를 찾을 때 쓰는 종이었다. 그녀는 그것을 흔들었다.

딸랑.

소리는 작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골목 전체에 퍼졌다.

딸랑. 딸랑.

공허에 물든 주민들 중 몇 명이 멈췄다. 빈 눈동자 안쪽에서 아주 작은 흔들림이 생겼다. 그들은 이 소리를 몰랐다. 그러나 소리 안에 담긴 의미는 알았다.

따라오라.
길이 있다.
혼자가 아니다.

잘아타스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작은 수레 하나로 무엇을 구할 수 있죠?”

나키는 아이를 수레에 태웠다.

“작은 수레 하나 분량이요.”

“그게 충분한가요?”

“아니요.”

나키는 수레 손잡이를 잡았다.

“그래서 여러 번 왔다 갔다 하는 겁니다.”

그녀는 수레를 끌고 달렸다.

골목 밖으로 나오자 공허폭풍이 마을 위에 낮게 깔려 있었다. 하늘은 검었고, 길은 계속 바뀌었다. 방금 열려 있던 골목이 막히고, 없던 문이 생겼다. 공허가 지리를 먹어 치우고 있었다.

하지만 나키는 길을 눈으로만 외우지 않았다.

냄새.
바람.
흙의 기울기.
무너진 벽돌의 색.
그리고 수레바퀴가 남긴 아주 얇은 자국.

불페라에게 길은 지도 위 선이 아니었다.

돌아올 수 있는 기억이었다.

나키는 첫 번째 피난처에 아이를 내려놓았다. 그곳에는 이미 몇 명의 블러드 엘프와 불페라 둘이 모여 있었다.

동료가 물었다.

“끝났나요?”

나키는 빈 수레를 돌렸다.

“아직요.”

“저 안으로 다시 들어가게요?”

“수레가 비었잖아요.”

동료는 잠시 그녀를 보다가, 자기 수레 손잡이를 잡았다.

“그럼 저도 비었네요.”

나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두 대의 작은 수레가 다시 어두운 마을로 들어갔다.

그 뒤로 세 대가 더 따라왔다.

잘아타스의 목소리가 먼 곳에서 웃었다.

“참 작군요. 참 하찮고, 참 끈질기네요.”

나키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수레를 끌고, 문을 두드리고, 울고 있는 사람에게 물을 주고, 다친 사람에게 붕대를 감고, 공허에 물든 자에게 향신료를 던졌다. 어떤 이는 구했고, 어떤 이는 구하지 못했다. 어떤 길은 열렸고, 어떤 길은 영영 닫혔다.

하지만 해가 보이지 않는 한밤 속에서도 수레바퀴 자국은 남았다.

작고, 구불구불하고, 볼품없는 선.

그 선들이 모여 피난길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마을을 빠져나올 때, 나키는 뒤를 돌아보았다. 금빛 숲은 검은 얼룩으로 뒤덮여 있었다. 아름다운 곳은 망가질 때도 아름다워 보였다. 그 점이 나키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도 그녀는 알았다.

이곳은 누군가의 집이었다.

볼둔이 그랬듯이.
작은 수레가 그랬듯이.

나키는 수레 손잡이를 다시 고쳐 잡았다.

“자, 다음 마을로 갑니다.”

누군가 물었다.

“아직 더 구할 수 있을까요?”

나키는 공허폭풍 아래의 길을 바라보았다.

“모르죠.”

그녀는 귀를 세웠다.

멀리서 또 다른 울음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확인은 해야죠.”

그리고 불페라의 작은 수레들은 다시 한밤 속으로 들어갔다.

와우저

Lv52 황천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지금 뜨는 인벤

더보기+

모바일 게시판 리스트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글쓰기

모바일 게시판 페이징

최근 HOT한 콘텐츠

  • 와우
  • 게임
  • IT
  • 유머
  • 연예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