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픈 베타 시절 처음 아제로스에 발을 디딘 이후,
지금까지 정말 오랜 시간 이곳에서 살아왔던 와우저 **'기시윈드'**라고 합니다.
리치 왕의 분노 초기부터 십자군 시절까지 잠시 공백이 있었고,
격전의 아제로스 때는 통으로 쉬어가기도 했지만,
결국 고향 같은 이곳으로 돌아와 현재 '한밤'의 첫 번째 시즌까지 끊임없이 달려왔네요.
이 길고 긴 여정 동안 와우는 저에게 단순한 게임 그 이상이었습니다.
특히 어둠땅 시절부터는 저와 제 아내에게 와우가 세상의 반 이상,
아니 현실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큰 의미를 지닌 공간이 되었습니다.
당시에 아내의 건강이 많이 나빠지면서 집에서 긴 요양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바깥세상과 잠시 멀어진 아내와 저에게 와우는 유일한 숨구멍이자 새로운 세상이었습니다.
이곳에서 정말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고, 매일같이 대화를 나누며 함께 웃고 떠들었던 기억들은 저희 부부에게 가장 큰 위로이자 행복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아내의 건강이 너무나도 많이 악화되었습니다.
지난 4월 말부터 5월까지, 제가 길드장으로 있는 'The Blessing' 길드 내에 저로 인한 큰 불화가 있었습니다. 길드를 이끌어가는 입장에서 참 마음 아픈 일이었는데, 곁에서 이를 지켜보던 아내는 그 모든 불화와 갈등이 전부 '본인 탓'이라며 깊은 자책감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그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와 마음의 짐을 짊어지게 되면서, 아내의 건강이 걷잡을 수 없이 나빠졌습니다. 결국 아내는 더 이상 게임에 접속조차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고, 옆에서 고통받는 아내를 지켜보는 저 역시 이제는 길드장으로서의 책임감도, 게임을 이어갈 마음의 여유도 모두 내려놓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내 현실의 전부이자, 반드시 지켜야 할 단 하나의 존재인 아내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정들었던 이 세계를 잠시 떠나, 아내의 곁을 지키며 기나긴 휴식을 가지려 합니다. 지금은 잠시 내려놓지만, 언젠가 모든 게 괜찮아지고 마음의 여유가 찾아온다면, 그때는 다시 웃으며 돌아올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막상 떠나려고 키보드를 잡으니 그동안 함께 레이드를 뛰고, 쐐기를 돌고, 길드 채팅창에서 시시콜콜한 농담을 나누던 얼굴들이 하나둘 스쳐 지나갑니다.
부족한 길드장을 믿고 따라와 준 'The Blessing' 길드원분들,
그리고 이 넓은 아제로스에서 저희 부부와 인연을 맺어주신 모든 분께 고개 숙여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여러분과 함께했던 시간 덕분에 저희 부부의 한때가 참 눈부시게 행복했습니다.
글이 길어졌네요.
다들 현실 건강 늘 잘 챙기시고, 아제로스에서도 즐겁고 행복한 추억만 가득하시길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득템하시고, 모두 안녕히 계십시오.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