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컴퓨터 앞에 앉은 마루쉐씨.
내일은 주말, 불타는 금요일을 쐐기와 함께 불태우리라 다짐한다.
파티찾기 UI에서 모집 글을 살피며 적절해 보이는 파티를 찾아본다.
'티르너 8단 블딜 오세요~~'
몸풀기로 적당한 단수의 간단한 던전.
네임드가 3마리라 비교적 쉽게 느껴지는 던전이다.
마루쉐씨는 가벼운 마음으로 신청을 한다.
'611 4셋 2장식 격냥입니다 블러드펫 보유'
웅장한 뿔피리 소리와 함께 날아온 초대장.
'수락'
"안녕하세요~"
여느 때처럼 영혼 없는 인사로 파티에 입장한다.
그러나 마루쉐씨의 인사를 받아주는 이는 없었다.
다소 기분이 상한 마루쉐씨는 마우스 커서를 파티프레임에 올리며 탐색을 해본다.
별 볼 일 없는 힐러와 딜러들과는 다르게 확연히 눈에 띄는 2400점의 혈죽 탱커 '돈절래'
(*마루쉐씨도 용군단 시즌2 시절 손에 꼽힐만한 고단 유저였지만, 현실에 치이고 바쁜 일상 속에서 내부전쟁은 라이트하게 즐기고 있다.)
8단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이 사람 여기 놀러 왔나' 싶은 높은 점수였다.
인사를 받아주는 이 하나 없지만 마루쉐씨는 쾌적한 쐐기 한 바퀴가 될 것이니라 생각했다.
입던 후 다섯 명의 파티원은 저마다 도핑을 하고, 물빵을 나누며 전투 준비를 한다.
2400점 탱커의 리딩은 어떨까 내심 기대를 한 마루쉐씨.
돌을 꽂기 전 돈절래씨의 첫 리딩은 마루쉐씨의 기대와 달리 간결했다.
"유연한 무빙, 전멸하지 않기"
그렇게 시작된 쐐기
첫 무리부터 시원시원하게 무지성 빅풀을 하는 돈절래씨.
마루쉐씨 역시 그런 탱커에게 화답이라도 하듯 모든 쿨기를 털어 파멸적인 딜을 넣기 시작했다.
혈죽답게 출렁거리는 체력바.
그러나 돈절래씨의 체력바는 그동안 만나온 혈죽들과는 달리 유난히 많이 출렁거렸다.
그렇게 20초 가량의 시간을 고전하다가
"응기잇"
짧은 비명과 함께 급사해버린 돈절래씨와 순식간에 전멸해버린 파티.
"이게 머선일이고"
"아 오그리마 망토 끼고 있었네"
"그래도 망토 하나 정도는 힐러 역량으로 커버되지 않나..?"
자신의 데스가 무안한 듯 힐러 탓을 해보지만 반응이 싸늘하자
"라고 할뻔~"
돈절래씨는 도망이라도 치듯 빠르게 던전 밖으로 나가 망토를 갈아 입고 왔다.
입구에서 발생한 전멸로 8단 돌이 깨지진 않으니 석주 역시 마저 진행하는 분위기다.
그 뒤로 마루쉐씨의 파티는 사고 없이 무사히 1네임드 앞에 도착했다.
잘아타스의 버프를 두른 마루쉐씨는 말로크를 딜할 때 올릴 블러드를 위해 자신의 야성 펫 '라루로'를 꺼낸다.
"자~ 드가자~"
돈절래씨의 이상한 대사와 함께 풀링이 시작됐다.
화법의 파멸적인 발화 딜 덕분에 경화 주간의 말로크는 한 번에 잡히게 된다.
"울파란 정배하면 지가 이기는 줄 아는 무매몽지한 말로크 컫!"
무지몽매를 무매몽지로 알고 있는 돈절래씨. 이를 눈치챈 마루쉐씨지만 구태여 지적하지 않기로 한다.
탱커에게 지적이나 훈수를 해서 좋은 꼴이 난 걸 본적이 없는 마루쉐씨.
그리고 이는 오랜 글로벌 쐐기 경험으로 인해 마루쉐씨의 펫 '라루로'도 알고 있다.
"역시 쐐기 재밌다! 무야호!"
"2400! 2400! 2400! 2400! 2400! 2400! 2400! 2400!"
8단에서 1넴을 잡고 기뻐하는 2400점 탱커 돈절래씨와
그의 점수를 반복해서 외치는 화법 '김해물빵도둑'
화법의 사기라도 올려주려는 듯 돈절래씨의 입서비스가 시작된다.
"역시 포브스 선정 말로크 가장 잘 잡는 딜러 1위 화법!"
그의 말에 기뻤는지 들뜬 표정으로 맞장구를 치는 김해물빵도둑씨.
"우리한테는 이게 유흥이야"
혈죽과 화법이 같은 길드인 걸 보니 길드팟인 듯하다.
마루쉐씨는 슬슬 어지러워지기 시작한다.
다음편(쐐기, 사랑을 배우다)에 계속..
법리검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