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겪었던 일에 대해 잠깐 회고를 할까해.
반말로 적을 예정이니 불편하면 자세를 고쳐 앉거나 뒤로가기를 눌러주길 바라.
어느 날의 그림바톨.
나는 그곳에 힐러로 가게 되었단다.
글로벌 파티에 들어가봤더니 탱커가 620 중반, 메타직업 아님, 아즈섭 아님, 일 8/8, 직전 단수 소진클이라는 기록을 가지고 있지 뭐니?
아주 무시무시하지?
하지만 그날의 첫 쐐기였던 나는 자신감이 넘쳤단다.
그때 도망쳤어야 했는데...
태권도 학원 가야한다는 핑계라도 댈 걸... 집에 금붕어가 익사하기 직전이라는 고함이라도 지를 걸...
그렇게 돌은 박혔어.
여기서 잠깐 빨리감기를 해서 종료될 시점의 MDT를 보여줄게.
너무 기가 차서 끝나고 내가 직접 복기해가며 찍은 거야.
분명히 말하지만 이 돌은 10단 이상이었단다.
실수로 1넴 가는 길에 타는 용은 안 찍었는데 거기 직선 복도는 용타고 잡았으니까 대충 알아먹었으리라고 믿을게.
당연히 소진클이었지.
루트야 탱커 마음대로니까 뭐라고 하진 않겠지만 저대로 가서 사고가 안 났다면 시클이 됐을까?
딜러들 딜이랑 쿨배분이 어지간히 좋지 않고서는 쉽지 않았을 거라 생각해.
그리고 올려놓은 MDT를 자세히 본 사람들이라면 뭔가 특이한 점이 있다는 걸 알았을거야.
메모로 사용되곤 하는 숫자 박힌 노란 원이 보이니?
탱커 '급사' 지점이야.
분명히 말하지만 '사망'이 아니라 '급사'야.
탱커도 사람이니까 죽을 수 있지.
하지만 버티고 버티다 죽는 거랑 그냥 퍽하고 터져버리는 거랑은 엄연히 다르잖아.
글쿨 1번 돌리기도 전에 죽거나, 피가 60% 이상이었는데 퍽 누워버렸어.
33, 34번 풀링에서 디버프 대상자 힐 봐주고 있는데 탱이 죽을 뻔 한 건 일단 넘어가자고.
대체 탱이 거기서 왜 출렁거리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살긴 살았으니까.
그래도 내가 나름 열심히 하는 힐러인데 쐐기에서 이런 무력감을 느끼는 건 정말 간만이었어.
그렇게 어떻게 어떻게 막넴을 잡고나니 화룡점정이 남아 있었어.
24, 25풀 사이에 용 한마리 37번 풀링 보이니?
그거 잘못 찍은 거 아니야.
게이지 계산이 미스났던건지 막넴 잡은 후에 그거 잡으러 간 거야...
다시 생각해봐도 많은 일이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