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전 MDT를 공유하며 여정을 미리 살펴본다
막넴 앞 돼지 2마리를 패스하기로 되어 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역전의 용사들은
약간의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전멸 없이 막넴 앞에 도달했다
마지막 관문이다
약속대로 이 녀석들만 무시하고 지나가면
시클이 눈앞
탱커가 녀석들을 조심스럽게 풀링,
그러나 파티 전원 전투에 걸려버리고 만다
괜찮다!
우리 파티엔 전투부활 가능한 직업이
무려 셋이나 있는 것을
오...
아무도 전투부활을 시전하지 못한 채 모두 사망...
한 줄 알았으나 점멸로 멀리 앞서 나가
상급 투명화로 살아남은 법사가
의기양양하게 외쳤다
"저 전부 됨"
그럴싸하게 현실적인 전력선은
이 날을 위해 F5키에서 기다리고 있었나보다
남은 시간은 4분 23초 남짓
블러드도 들고 있고 물약도 때맞춰 사용 가능하다
빠르게 재정비해 충분히 시클을 노려봄직하다
법사는 힐러의 시체를 향해 위풍당당하게 걸어갔다
그런데
희미하게 불이 켜지는 파티프레임
파티원 중 누군가 '영혼으로 전환'을 누른 것이다
"아니 왜"
법사는 다급히 채팅을 쳐 보지만 이미 늦었다
또 다른 칸에도 색이 채워지고 만다
"아니왜..."
"저 전부 된다니까..."
그렇게 허탈하게 도전은 마무리되었다
곱씹어봐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혼자 살아남은 법사가 파티원을 되살릴 수 없다면
무덤이 먼 수문이기도 하고
다시 패스할 방법도 없고
시간 상 어차피 거기서 끝이다
설령 채팅을 못봤다 해도
1%의 가능성이라도 붙잡고 싶었다면
살릴 수 있는지 법사에게 물어라도 봤어야 했다
적어도 무덤에서 일어나는 선택지는 없었어야 했다
어쩌겠는가, 이미 쏟아진 물인 것을
씁쓸하게 초상화에 마우스를 갖다 대
포기 투표를 제안하니
빠르게 인스 밖으로 튕겨져 나간다
파티를 떠나고 도르노갈에 돌아와서도
아쉬움에 한동안 접속을 종료할 수 없다
구렁 본부 지붕에 올라
a, d 키만 의미 없이 반복해 눌러 본다
전부 가능하다고 채팅을 더 여러 번 반복해 칠 걸 그랬나
이런 저런 생각에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사랑하는 아이와 배우자를 재우고
깊은 밤이 되어서야 아제로스를 지키러 온 용사,
이렇게 허무하게 하루가 끝나간다
토요일에서 일요일로 넘어가는 새벽 3시
좋아하는 노래 한 곡 마음 속으로 부르며 잠을 청해 본다
수문 16단에서 있었던 일이다
여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