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뭐야. 증강 있었네."
공결탑 왼쪽루트, 그러니까 빨랫줄 네임드를 처치한 뒤 탱이 친 채팅이었다.
탱커가 친 채팅 속에서 불신과 의심, 무지가 묻어나오고 있었다.
이미 이런 상황을 많이 겪은 듯, 그리고 그 탓에 인내심이 많이 깎여나간 듯 증강도 곱게 대응하지는 않았다.
"증강이 왜요."
"증강 구림."
솔직히 말해서 탱커의 저 말에 동의하기는 어려웠다.
비록 블리자드의 api 제한 정책 이후로 븅딱같은 기본 미터기에는 증강의 딜이 제대로 집계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딜 말고도 증강은 1넴을 클리어하기까지 본인 할 일을 열심히 했다.
광역 데미지가 오면 미풍을 넣어주기도 했고, 이감이 걸리면 구출로 풀어주기까지 했다.
차단과 cc 지원은 당연지사.
그래서 나도 얼른 한 마디 얹었다.
"증강 좋은데. 안정감이 달라요."
그러자 이어진 탱커의 채팅은 그의 무지를 스스로 강화하고 말았다.
"미터기 보셈. 탱밑임."
그걸 본 증강은 화법도 아닌데 발화하고 말았다.
"증강은 미터기에 다 안 잡히는 거 몰라요?"
"로그에 내 캐릭명 치고 점수 봐요." (사실 증강의 점수는 진격로를 잡지 않은 상태에서 영웅 보딱 턱걸이였다.)
"알못 탱이 왜 이리 많지?"
나는 급격히 싸해지는 분위기에 전율하며 증강에게 귓을 보냈다.
[탱이 잘 못하는 듯. 그만 긁고 님이 참으셈]
하지만 증강은 내 귓을 무시한 채로 계속해서 발화를 연장했다.
"로그 봤어요? 볼 줄 몰라요?"
"말 좀 해봐요."
"님은 로그도 없네."
"레이드는 못 가니까 쐐기에서 탱부심 부리고 싶었음?"
증강의 조롱은 2넴 가는 길 내내 이어졌다.
탱은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준다고 했던가.
탱커는 증강의 말에 행동으로 화답했다.
광역스킬 쓰지 않고 몹 한놈만 패기, 어글 튀어도 도발하지 않기.
어글 튄 파티원들이 숨이 껄떡대다 죽기 시작했으며 탱과 증강 사이에 낀 힐러만이 소리 없는 아우성을 내질렀다.
순식간에 쌓여가는 죽음 로그에도 불구하고 진행은 계속되어 2넴 전투가 시작되었다.
그러던 와중, 수드는 지극히 의도적으로 보이는 채팅 두 마디를 뱉었다.
"ㄴㅇ"
"ㅁ"
뒤, 오른쪽, 왼쪽으로 가고 싶었던 것일까.
하지만 그렇게 움직일 이유가 없다.
차라리 모음 ㅣㅐㅣ와 조합하면 끔찍한 패드립이 완성될 것만 같은 자음들을 치고 싶었다고 믿는 게 제대로 된 해석 아닐까.
2넴을 잡고 입구로 돌아오는 길, 증강이 드디어 내 귓에 응답했다.
[탱커 방금 패드립한 거 맞죠?]
나는 그 귓에 응답하지 않았다.
증강이 너무 치졸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막넴으로 향하는 길, 탱커는 여전히 몹 한놈만 팼으며, 딜러들은 어그로가 튀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몹을 보고 펄쩍펄쩍 뛰어댔으며, 힐러는 어찌할 줄을 몰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적적인 한밤 1시즌 쐐기 밸런싱과 스케일링 덕에 막넴을 잡고 시클하는데까지 성공했다.
파티가 깨져도 3번은 더 깨졌을 상황에서 모두가 불안감과 불만을 가지고 있었지만 여기를 클리어 해야 반지를 먹을 가능성이 생긴다는 그 희망은 그 불편마저 극복하게 한 것.
드랍템의 위력은 새삼 대단했다.
상자를 열기 전, 나는 증강에게 귓을 했다.
참았으면 좋았으련만, 그의 치졸함에 대해 한마디 해주고 싶었다.
[탱이 알못인 건 맞음]
[근데 그만 하라고 할 때는 무시하고 긁어대다가 욕 먹으니까 확인 차 귓 보내는 건 좀 추함]
증강은 내 귓에 회신하지 않고 바로 파탈했고 탱커 역시 파탈했다.
다른 모든 파티원들이 상자를 열었는데도 템이 1개 밖에 나오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상자를 열었다.
아뿔싸
이번에도 Nexus_Point Xenas는 내게 반지를 허락하지 않았다.
나는 계속해서 파티찾기 창을 열고 반지가 두 개 나오는 던전이 올라오지는 않을지 눈에 불을 켜고 찾아야 하는 신세였다.
그 과정에서 다시는 조금 전과 같은 탱과 증강을 만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