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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양양갔다온후기

낭만바베큐
조회: 662
추천: 3
2025-06-02 14:47:04
지난주말 비수기에 가까운 양양의 바다를 찾았다
사람이 덜한 해변에 돗자리를 펴고 누웠다 햇살은 따사로웠고
바람은 마치 에어컨을 켠듯 선선했다
잔잔하게 밀려오는 파도 소리에 눈을 감고 있으니
잠시 세상과 단절된 듯 마음이 고요해졌다

그렇게 한참을 누워 있다 보니 피부는
조금 그을렸지만 오히려 기분 좋게 느껴졌다

점심 무렵 전통시장에 들렀다
버섯칼국수, 능이칼국수, 감자옹심이 등
다채로운 메뉴들이 줄지어 있었다
가게마다 대기표를 뽑고 기다리는 사람들 틈에서 고민하다가 사람이너무많아 
근처 트럭에서 파는 찹쌀호떡을 하나 집어 들었다
쫀득한 식감에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단맛이 마음에 들었다
함께파는 단호박 식혜는 입안을 정리해주듯 부드럽게 넘어갔다
그걸로 틀니를 헹구고 마시고는 다시 해변으로 돌아갔다

해는 서서히 기울어가고 있었고 찬 바닷물에 몸을 담그니 온몸이 번쩍 깨어나는 기분이 들었다 저녁에는 묵은지 김치찜에 소주 한 잔을 곁들였다

해가 바다 너머로 사라질 즈음 밤바다를 다시 찾았다 비수기지만
거리는 젊은이들로 활기찼다 웃고 떠들고 서로 사진을 찍으며 활보하는 그 모습들 속에서 문득 젊음 이라는 단어가 뇌리를 스쳤다

어느새 나는 그 젊음에서 한 발짝 떨어진 곳에 서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마음 한구석은 그들과 함께 웃고 있는 듯했다

사실 양양의 바다는 특별한 구경거리도
서핑말고 뭔가를 해야만 하는 명소도 아니었다
눈부신 관광지처럼 화려한 것도 없었는데
이상하게도 그 아무것도 없는 바다가 마음을 오래 붙들었다
잔잔한 파도는 뭔가를 설명하려 들지 않았다 대신 그냥 그렇게
아무 말 없이 밀려오고 밀려나기를 반복했다

바다란 결국 거창한 풍경보다도
마음속 어지러운 것들을 잠시 내려놓게 해주는 빈 공간 같은 거구나..
잔잔한 물결 위로 해가 천천히 젖어들 때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잠깐 살아 있다는 게 그리 나쁘지 않다고 느꼈다


Lv27 낭만바베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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