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섭이든 틀래식이든 딱스터리든 한섭은 이미 고일대로 고인 석유들이 상당히 섞인 서버라 뉴비들에겐 제법 부담스러운 환경인건 틀림없다. 이건 마치 회사에 신입으로 들어간 초조함과 유사해서, 즐기자고 하는 게임에 절대 실수하면 안된다는 짓눌린 분위기로 식은땀 흘리며 클릭질 하는게 올바른가 자괴감이 들 법도 한 것이다.
그러니 능력주의 가치관이 절대적으로 군림하는 아슬한 한섭보다는 다행히도 대다수가 정신나간? (좋게 말해서 유쾌한) 양섭이 심리적으로 훨씬 안정감이 있어 보이고 마음이 끌리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레벨업 자체의 즐거움을 누리고 싶다면 한섭 말고 상대적으로 인구가 많고 분위기가 프리한 북미섭을 하라고 권장한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한섭 고인물들도 알고보면 괜찮은 사람이라고 그들을 타이르고 싶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일 뿐이고, 그들이 우릴 그렇게 느낀다는데 어찌 타이른다고 느낌 자체가 바뀌나.
간혹 그런 모지리도 있다. 그래봐야 그들은 한섭에서 도태되어 양섭으로 가는 패배자 무리라고... 모질아... 애초에 양섭으로 가는 유저에 대해 그런 생각부터 먼저 든다는 것 자체가 댁이 엘리트주의에 찌든 편향된 우월주의 의식구조를 가진 류라 할 수 있고, 댁 같은 류들의 그 고루함과 고약한 감성 때문에 그들이 도망치듯 해외로 나가는 것이다.
마치 해외로 이민나가는 젊은이들의 한맺힌 심정처럼.
이 지점에서 우리는 양섭으로 가려는 유저들(혹은 뉴비들)을 조롱하기 보단, 우리의 노파심을 전달하고 욕먹고 사라지기만 하자. 그리고 그들이 양섭에서 이건 아니라고 느끼고 다시 한섭으로 돌아올 때 그저 두 팔 벌려 환영하면 된다.
양섭에 대한 석유들의 말들을 줍줍해 취합하면 아래와 같다.
1.듣기 능력이 현지인에 준하지 않는다면 양섭 레이드는 절대 하지마라. - 레이드는 당신이 생각하는 동화책 이야기가 아니다. 레이드는 내가 즐기려고 하는 게임 이상으로, 39명의 자유에 대한 책임도 있다는 공감대가 있어야 진행이 되는 컨텐츠이며, 이 의식만큼은 한섭 / 양섭 피차일반이다.
2.마스터리 레이드의 장기적인 난이도는 시간이 짧은 불성 레이드 정도로 생각하면 될듯하다. - 즉, 이토록 어려워보이는 마스터리 화심/오닉도 이제 겨우 1페이즈다. 그러니 유튜브에서 다른거 다 필요없고 양섭 불뱀/폭요 레이드 진행 영상을 보면서 양키 공장들이 하는 멘트의 난이도/속도 등을 체크해보고 스스로 가능한지 먼저 살펴야 한다. (본섭까지는 오바고..)
3.캐릭터 육성과 전장을 즐기겠다면 양섭 할만 함. - 핑 문제는 분명 체감하지만, 전장에서 이 패널티는 본인이 스스로 감수하면 그만인 문제다. 다만, 레이드에서 핑 딜레이로 인한 맨탱 힐밀림, 쫄구간 메즈실패 등은 유쾌함이 아니라 민폐다. 그게 그렇게 문제냐고 반문한다면 레이드를 모르는거고, 알고도 그렇게 반문한다면 애초에 레이드를 하면 안되는 사람이다.
양섭에 대한 이 평가가 누군가에겐 불편할 수도 있다. 다만, 노파심에 던지는 석유들의 이런 조언마저도 쓸대없는 참견이라고 조롱하고 무조건적으로 양섭이 최고라고 말한다면 그건 도의적으로 문제가 크다.
양섭에 조금이라도 뉴비가 있길 바라는 양섭 한인 유저들의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는 하지만, (댁들도 해봐서 알겠지만) 와우는 렙업이 상당히 고된 게임 아니냐. 이들이 댁의 듣기좋고 희망찬 말만 듣고 고생고생해서 만렙 찍어놨는데 나중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면 그 책임은 누가 져줄래?
"중등 수준의 영어만 되어도 인던에서 아무 문제 없는데 무슨 레이드가 문제에요?"
이건 위선이다. 당연히 인던에선 영어 실력이 아예 없어도 문제 없지. 하지만 레이드는 다른 상황이라는걸 뻔히 (혹은 막연히) 알면서도 이 일반론에 기대어 진실을 왜곡하고 유저들의 낙관주의를 부채질하고 있다는건 댁들도 양심이 있다면 위선이란거 알거 아니냐.
양섭을 하든 한섭을 하든 와우 유저가 많아지면 좋은거지, 댁의 사적 이익을 위해 일반론에 기대어 아무것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게임에 대한 트라우마를 안겨 주고 떠나보내는 것에 일말의 죄책감 정도는 느끼길 바란다.
대책없는 긍정은 범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