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지 적당한 것이 좋은 법이다.
와우를 할 때면 항상 PVP 서버를 선택해 왔다. 사람 많은 서버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몬스터 정해진 패턴과 다르게 언제 어디서 공격해 올지 모르는 플레이어가 주는 긴장감과 도파민이 좋기 때문이다. PVP를 잘하지 못하더라도 예상치 못한 전투를 겪는 것 자체가 와우의 매력 중 하나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PVP 서버 선택을 망설이고 있다.
적당한 PVP와 악의적인 꼬장은 다르다. 나는 적당한 PVP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일부 유저들이 적당한 선을 넘어버린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와우에서 PVP를 해 온 숙련자들은 저레벨 유저를 공격하기 좋은 장소와 지형을 잘 알고 있다. 이번 베타에서도 일부 유저들은 어디서 공격하는지 파악하지 못한 채 화면만 이리저리 돌리다가 죽는 사람들을 여러 번 볼 수 있었다.
이런 상대를 일반 유저가 당해내기는 쉽지 않다. 다른 고레벨 유저들이 항상 도와주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가 계속 그 자리를 지키며 보호해 주는 것도 아니다.
상대방이 화를 내거나 반응하면 오히려 더 재미있어하는 심리처럼, 이들에게는 전투도 즐기지만 상대방을 괴롭히는 것 자체도 즐기는 컨텐츠일 수 있다.
이쯤 되면 더 이상 적당한 긴장감을 주는 PVP가 아니라고 여겨진다.
예전에도 퀘스트를 진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며칠씩 꼬장을 당한 적이 있다. 결국 게임을 접었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 베타에서도 하루 한두 시간이 아니라 몇 시간씩 비슷한 상황을 겪으니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게다가 이번에는 여러 서버에 나뉘어 있던 유저들이 한 서버에 모일 가능성이 있다. 저레벨 사냥터에서 활동하는 숙련된 꼬장 유저들도 그만큼 많아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하루 대부분을 게임에 투자하거나 여러 계정을 활용해 번갈아 활동하는 사람들을 일반적인 플레이 시간으로 상대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 유저들이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숨어 있다가 지나가는 사람을 계속 죽인다면 어떨까?
그리고 위상을 바꾸었더니 거기는 또 다른 꼬장을 피우는 사람들이 있다면 어떨까?
아직 만렙도 아닌 25레벨 이후의 사냥터에서 퀘스트를 할 때마다 죽고, 다른 곳으로 이동해도 다시 공격당한다면 어떨까? 심지어 자신을 특별히 타겟으로 삼은 것도 아닌데, 하필 자신이 있는 맵에서 계속 꼬장을 부리는 사람이 있어 우연히 마주칠 때마다 반복해서 당하게 된다면 말이다. 게임을 즐기러 왔을 뿐인데 이런 상황이 몇 시간씩 이어진다면 스트레스만 쌓이고 정상적인 플레이조차 어려워질 것이다.
지나친 걱정이라고? 베타에서 이미 경험을 한 내용이다.
결국 누구를 만나느냐의 문제다. 운이 따라야 하는 부분도 있는 것이다.
운이 좋다면 적당한 상대를 만나 긴장감 넘치는 전투를 즐기고, 위기를 넘기며 '역시 와우는 이 맛이지!' 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 경험은 PVP 서버에서만 얻을 수 있는 즐거운 추억이 될 것이다.
하지만 운이 나빠 며칠씩 당한다면 같은 콘텐츠가 게임을 접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
PVP를 못해서 PVP 서버를 피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PVP를 잘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도 필드의 긴장감과 예측 불가능함은 충분히 매력적인 요소라고 생각한다.
사실 지금 PVP와 PVE 서버 중 어느 쪽의 인구수가 더 많을 것인가는 큰 문제가 아니다.
몬스터는 NPC이기 때문에 정해진 패턴과 행동 방식이 있다. 반면 사람은 언제 어디서 어떤 행동을 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바로 그 차이에서 나오는 필드 PVP의 긴장감과 매력은 결코 무시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인구수는 그다음 문제라고 생각한다. 포에버가 흥행에 실패한다면 두 서버 모두 유저가 빠져나갈 것이고, 성공한다면 두 서버 모두 충분히 흥할 수 있을 것이다. 상황에 따라 다른 나라 서버와 통합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 결국 어느 서버가 더 오래 버티느냐의 차이일 뿐, 지금 당장 인구수만으로 선택을 결정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마음으로는 PVP 서버에서 하고 싶다. 적당한 필드 PVP가 주는 긴장감과 예측 불가능한 재미는 와우에서 포기하기 아까운 매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성적으로는 PVE 서버를 선택하고 싶다.
와우의 오랜 역사 속에서 악의적인 꼬장 유저들을 수없이 봐 왔고, 직접 당해 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특별한 이유도, 적당히 멈춰야 할 시간이나 선도 없는 경우가 있다. 상대방이 얼마나 힘들어하든, 퀘스트를 얼마나 진행하지 못하든 상관없이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플레이 하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다른 유저의 배려나 자제심에 기대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블리자드가 통제하고 막아 주지도 않는다. 결국 그런 유저를 만나지 않기를 바라거나, 마주치더라도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고민이다. PVP 서버의 재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쉽게 포기할 수 없지만, 그 재미를 얻기 위해 과거처럼 게임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상황까지 감수하고 싶지는 않다.
마음은 PVP를 원하지만, 오랜 경험을 통해 배운 이성은 PVE를 선택하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