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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검투사를 돈으로 사는게 문제가 되듯, 레이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콘 Robot
댓글: 6 개
조회: 172
추천: 3
2026-09-27 15:40:40
내가 PvP를 좋아해서 이번 시즌에 꼭 검투사를 찍고 싶다고 해보자.

진짜 수백 판씩 하면서 상대 직업 스킬도 외우고, 조합도 공부하고, 계속 깨지면서 실력을 올렸다.

그런데 검투사 골팟 같은 게 있다고 생각해보자.

PvP를 제대로 해본 적도 없는 사람이 골드 왕창 내고 잘하는 사람들한테 버스를 받아서 검투사를 찍는다.

누군가는 그거 하나 찍겠다고 한 시즌 내내 게임했는데, 누군가는 돈 내고 그 과정을 건너뛴다.

심지어 상대평가라면 그런 사람이 한 자리 차지해서 나는 이번 시즌에도 검투사를 못 찍었을 수도 있다.

솔직히 허탈하지 않을까?

대장군도 똑같다고 본다.

누군가는 몇 달 동안 전장을 미친 듯이 돌면서 대장군을 찍는데, 다른 누군가는 돈으로 그 과정을 건너뛴다면 PvP 유저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허탈할 수밖에 없다.

나는 레이드도 별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매주 시간 맞춰서 레이드에 간다.

공략 보고, 소비템 챙기고, 몇 시간씩 트라이하고, 계속 죽으면서 패턴을 익힌다.

그러면서 몇 주, 몇 달에 걸쳐 장비를 하나씩 맞춘다.

그런데 누군가는 만렙 찍자마자 엄청난 골드를 들고 와서 골팟에서 명품 쇼핑하듯 최고급 장비를 맞춘다.

나는 예전부터 이게 별로였다.

그리고 이번 포에버에서는 블리자드가 아예 골팟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개인적으로는 이 방향에는 동의한다.

골팟이 너무 보편화되면 길드에서 사람들과 꾸준히 레이드하는 것보다 골드를 들고 와서 아이템을 사는 게 더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 되어버린다.

좋은 템을 먹으려면 더 많은 골드가 필요하고, 그러면 또 골드 가치가 올라간다.

결국 레이드 실력보다 골드가 얼마나 있느냐가 장비 획득에 더 큰 영향을 주는 상황이 생긴다.

나는 결국 중요한 게 이거라고 본다.

돈이 많다는 것과 게임을 잘한다는 건 다른 능력이다.

레이드 최고급 아이템이라면 어느 정도는 레이드를 직접 하면서 얻었으면 좋겠다.

다만 그렇다고 지금의 주사위 방식이 완벽하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A는 한 달 동안 매주 빠짐없이 레이드에 왔다.

공략도 잘 지켰고 자기 역할도 제대로 했다.

B는 오늘 처음 왔다.

공략도 잘 모르고 몇 번씩 죽었다.

그런데 템 하나가 나왔고 둘이 주사위를 굴렸는데 B가 100을 띄워서 가져간다.

규칙상 아무 문제 없다.

그런데 A 입장에서 안 허탈할까?

그래서 오리지널 때 많은 길드들이 자체적으로 출석이나 레이드 참여에 따라 포인트를 주고, 아이템을 먹을 때 그 포인트를 사용하는 방식을 썼다.

매주 꾸준히 나오면 포인트가 쌓이고, 아이템을 먹으면 그만큼 차감되는 식이었다.

길드마다 룰은 다 달랐다.

출석률을 중요하게 보는 곳도 있었고, 지각이나 반복적인 실수에 페널티를 주는 곳도 있었다.

어떤 방식이 더 옳으냐를 떠나서 당시 길드들이 해결하고 싶었던 문제는 분명했다고 본다.

오늘 주사위가 잘 나왔느냐만 보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그동안 이 레이드에 얼마나 꾸준히 참여했는지도 보자는 것.

나는 이 생각 자체는 지금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물론 20년 전 방식 그대로 가져오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지금 게임은 예전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기록할 수 있다.

몇 번 레이드에 참석했는지, 몇 번 보스를 잡았는지, 해당 난이도를 얼마나 경험했는지는 시스템이 이미 알고 있다.

그렇다고 딜량 순서대로 템을 주자는 것도 아니다.

누군가는 딜을 포기하고 기믹을 처리해야 하고, 차단이나 해제 같은 역할도 있기 때문에 딜이나 힐 수치만으로 사람의 기여도를 평가하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지금의 주사위 방식 말고도 꾸준한 참여를 어느 정도 반영하는 공식적인 분배 방식 하나 정도는 추가해볼 만하지 않나 싶다.

그걸 모든 공격대에 강제할 필요도 없다.

공대장이 모집할 때

여기는 일반 주사위팟.

여기는 출석·참여 포인트를 반영하는 파티.

이런 식으로 미리 정하고, 들어오는 사람이 룰을 알고 선택하면 된다.

그리고 레이드 진입 자체에도 어느 정도 단계가 있었으면 좋겠다.

만렙 찍었다.

돈 많다.

바로 최종 레이드 간다.

최고급 장비 맞춘다.

이것보다는 최소한 이전 단계 던전을 어느 정도 경험하고, 어느 정도의 장비를 맞추면서 올라가는 과정이 있었으면 한다.

내가 RPG에서 좋아하는 것도 사실 그런 부분이다.

처음에는 약했던 캐릭터가 내가 게임을 하면서 조금씩 강해지는 과정.

그래서 블리자드가 이번에 골팟을 막은 것 자체보다 나는 그다음이 더 궁금하다.

골드로 장비를 살 수 없게 만들었다면, 그 대신 어떤 사람이 좋은 장비를 가져가는 게 가장 공정한가?

단순히 주사위 운이 좋은 사람인지,

꾸준히 참여한 사람인지,

레이드를 잘 수행한 사람인지.

완벽한 정답은 없을 거다.

그래도 적어도 하나는 분명했으면 한다.

좋은 장비를 얻기 위해서는 그 콘텐츠를 직접 플레이해야 한다는 것.

PvP 유저가 수백 판을 하면서 얻은 검투사와 대장군에 가치가 있듯,

레이드 유저가 수개월 동안 공략하면서 얻은 장비에도 그만한 과정의 가치가 있었으면 좋겠다.

골드가 캐릭터를 키우는 게 아니라, 게임을 한 과정이 캐릭터를 키웠으면 좋겠다.

나는 포에버가 그랬으면 한다.

Lv71 Rob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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