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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골팟 금지로 블리자드가 되살리고 싶은 것

데드노트
댓글: 6 개
조회: 478
추천: 2
2026-09-27 22:09:27

클래식은 참 불편한 게임입니다. ‘이봉주 온라인’ 소리가 나올 만큼 뛰어다니고, 혼자 못 잡는 퀘스트 몹 때문에 사람을 구하고, 던전 한번 가려면 모이는 데도 한참 걸립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채팅하고, 서로 도와주고, 아까 만났던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됩니다. 같이 했던 사람이 기억에 남는 것. 저는 이게 클래식이 재미있는 중요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블리자드도 그 부분을 살리고 싶은 것 같습니다. 개발자 조시 그린필드는 포에버의 골팟 금지를 설명하면서, 소셜 경험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고 골팟이 널리 퍼지면 전통적인 길드 구조를 대체할 수 있다는 취지로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이 말을 "골팟 대신 주사위를 굴려라”보다 “같은 사람들과 계속 레이드할 이유를 만들겠다”는 뜻으로 이해했습니다.


매주 처음 보는 사람들과 레이드하면, 남이 먹은 아이템은 내가 못 먹은 아이템으로 끝나기 쉽습니다. 하지만 다음 주에도 함께할 사람이 먹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그 사람이 강해진 만큼 다음 공략이 수월해지니까요.

옛날에 메인탱커에게 장비를 먼저 주었던 것도 그런 이유였겠죠. 내가 오늘 무엇을 먹었느냐만큼, 우리 공대가 다음에 무엇을 잡을 수 있느냐가 중요했던 겁니다. 블리자드가 되살리고 싶은 건 이런 경험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데 한국은 골팟뿐 아니라 막공에도 익숙합니다. 저부터도 골팟이 없어진다면 “그럼 아이템은 어떻게 나누지?”부터 생각하게 됩니다. 당연히 필요한 고민이지만, 매주 다른 사람들과 레이드를 한다는 전제를 그대로 두면 개발진의 의도와는 계속 엇갈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은 원래 골팟이니 예외로 허용하자”는 주장에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함께하는 관계를 되살리려고 금지하는 것이라면, 익숙한 문화라는 이유로 예외를 두는 순간 바꾸려던 구조도 그대로 남을 테니까요. 셰프는 골팟을 빼고 다른 맛을 내보겠다는데, 골팟 넣으라고 난리라니요. 만드는 사람은 그 생각 안한다니까요?

  

물론 골팟을 막는다고 좋은 공동체가 저절로 생기지는 않습니다. 고정 일정은 부담스럽고, 친목과 편파 분배도 걱정됩니다. 저도 블리자드의 의도는 알 것 같지만, 기대하는 맛이 실제로 날지는 회의적입니다.

그래도 앞으로의 논의는 한 걸음 더 나아갔으면 합니다.


“골팟이 없으면 어떻게 템을 먹지?”와 함께, “같은 사람들과 계속 즐기려면 어떤 운영이 필요할까?”도 이야기해보자는 겁니다.

매주 참석하기 어려운 사람을 위한 반고정은 어떻게 운영할지, 분배는 어떻게 해야 서로 믿을 수 있을지, 아이템을 못 먹은 날에도 다음 주에 다시 오고 싶은 공대는 어떻게 만들지.

블리자드가 그런 방향의 게임을 만들고 있다면, 우리도 그 안에서 재미있게 적응할 방법을 논의해보면 좋겠습니다.

Lv36 데드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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