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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PvE 유저와 PvP 유저가 굳이 싸울 필요가 없는 이유

아이콘 Robot
댓글: 9 개
조회: 373
추천: 7
2026-09-22 16:31:24

요즘 게시판을 보면 PvE 유저와 PvP 유저가 서로 엄청 싸우는 것 같다.

PvP는 남의 게임을 방해하는 콘텐츠다, 필드쟁 없는 와우가 무슨 재미냐, PvE 서버를 하면 된다, PvP 서버에서 죽었다고 징징대지 마라 등등.

보다 보면 결국 서로 자기가 즐기는 방식이 '진짜 와우'라고 말하는 느낌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좀 이상하다.

와우는 원래부터 한 가지 방식으로만 즐기는 게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는 오리지널 때부터 최근 확장팩까지 거의 모든 확장팩을 해왔다.

불성 리분때까지만 해도 레이드도 하고 PvP도 했다.

누군가는 누구보다 빨리 만렙을 찍고 레이드에 들어가 좋은 아이템을 먹는 게 가장 재미있을 것이다. 공략을 숙지하고, 사람들과 힘을 합쳐 어려운 보스를 잡고, 더 좋은 장비를 얻으면서 캐릭터를 강하게 만드는 재미가 있다.

반대로 PvP를 좋아하는 사람은 전혀 다른 재미를 느낀다.

상대가 사람이기 때문에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는다. 전장마다 전략이 있고, 상대의 직업과 움직임에 따라 순간순간 대응해야 한다.

필드에서는 더 그렇다.

상대 진영을 발견했을 때 그냥 지나갈 수도 있고, 먼저 공격할 수도 있다. 한 명 죽였더니 친구를 데려오고, 나도 길드원을 부르고, 그러다가 갑자기 그 지역 전체가 전쟁터가 되기도 한다.

나도 오리지널 시절 가시덤불 골짜기에서 렙업하다가 상대 진영에게 계속 죽은 적이 있다.

결국 길드원들에게 도와달라고 했고, 당시 길드에서 소위 '엄마'라고 부르던 고레벨들이 우르르 내려왔다.

그랬더니 상대편도 사람을 부르기 시작했고, 결국 양쪽에서 엄청난 인원이 몰려와 단체로 싸운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퀘스트 하나 하다가 왜 저렇게까지 했나 싶기도 한데, 이상하게 그런 기억이 아직까지 남아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게 당시 와우의 매력 중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당연히 모든 사람이 이런 걸 좋아할 리가 없다.

퇴근하고 잠깐 접속해서 퀘스트 좀 하고 전문기술 올리고 싶은데 누가 계속 따라다니며 죽이면 짜증나는 게 당연하다.

나는 싸우기 싫은데 상대가 일방적으로 싸움을 걸어오는 것이니까.

반대로 필드쟁을 좋아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상대 진영을 만나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그냥 서로 지나가는 세계가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결국 이건 누가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게임을 즐기는 방식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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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게임을 즐기는 방식이 많이 바뀌었다.

처음에는 레이드와 PvP를 둘 다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레이드를 거의 하지 않게 됐다.

이유는 단순했다.

시간이 너무 많이 들었다.

공략을 익히고, 정해진 시간에 사람을 모으고, 돚거 손 하면서 힘들게 들어가고, 몇 시간씩 레이드를 하는 게 점점 부담스러워졌다. 
물론 당시에는 쐐기가 없었을 시절이었다. 

그래서 만렙을 찍으면 인던을 조금 돌다가 바로 전장으로 갔다. 명예 점수를 모아서 장비를 사고, 다시 전장을 돌고, 정복 점수를 모아서 장비를 맞췄다.

리치왕의 분노 때는 정말 전장만 주구장창 했던 기억도 있다. 달기 어렵다는 지휘관도 그때 달았으니... 

그런데 시간이 더 지나니 PvP도 내 입장에서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힘들게 장비를 다 맞추고 나면 시즌이 끝나고, 다시 장비를 맞춰야 했다. 새 확장팩이 나오면 또 레벨업을 해야 했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PvP 유저가 줄어들면서 전장 한 판 하려고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어졌다.

게임하러 접속했는데 정작 게임은 못 하고 마을에서 전장 큐만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래서 나는 결국 군단 무렵부터 북미 서버에서 주로 게임을 했다.

거창한 이유가 아니라 그냥 사람이 많았고, PvP를 하는 사람도 많아서 전장이 상대적으로 빨리 열렸기 때문이다.

이번 포에버도 비슷한 이유로 나는 북미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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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번 포에버를 하면서 또 하나 느끼는 게 있다.

개인적으로 포에버는 '최대한 빨리 만렙을 찍고 그때부터 본게임을 시작하는 게임'으로만 보면 조금 재미가 없어질 것 같다.

요즘 기준으로 보면 정말 불편하다.

이동도 느리고, 레벨업도 느리고, 몬스터 몇 마리 잡는 것도 생각보다 힘들다. 
쪼렙 도적, 전사 키워본사람은 알것이다. 정말 툭하면 죽는다.... ㅠㅠ

그런데 오리지널 와우에서는 그런 과정 자체가 게임의 큰 부분이었던 것 같다. 

처음 가보는 지역에 도착하고,
새로운 스킬을 배우고,
조금 더 좋은 무기를 하나 먹고, 기뻐하고
지나가던 사람과 파티를 맺어 어려운 퀘스트를 하고,
상대 진영을 만나 싸우기도 하고,
가끔은 그냥 낚시나 전문기술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그렇게 조금씩 캐릭터가 성장하는 것.

지금 보면 굉장히 느리고 비효율적인 게임이지만, 이상하게 그 과정에서 생긴 기억은 오래 남는다.

그래서 나는 이번 포에버도 만렙 이후만 바라보는 게임보다는 만렙까지 가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모험같아서 힘들지만 나름 재밌게 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람마다 재미를 느끼는 부분은 당연히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레이드를 위해 게임할 것이고,
누군가는 전장과 필드쟁 때문에 게임할 것이고,
누군가는 퀘스트와 탐험 자체를 좋아할 것이다.

다 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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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PvE 서버와 PvP 서버를 따로 만들어 놓은 것 아닌가 싶다.

필드에서 상대 진영에게 공격받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라면 PvE 서버를 선택하면 된다.

반대로 상대 진영을 만났을 때 언제든 싸움이 벌어질 수 있는 긴장감과 필드쟁을 좋아한다면 PvP 서버를 선택하면 된다.

PvP 서버를 선택해 놓고 상대 진영이 나를 공격하는 시스템 자체가 잘못됐다고 하는 것도 이상하고,

반대로 PvE 서버를 선택한 사람에게 "그렇게 할 거면 와우 왜 하냐"라고 하는 것도 이상하다.

그리고 PvP 서버에 사람이 더 많다고 해서 PvP가 더 우월한 것도 아니다.

친구가 있어서 갈 수도 있고, 길드 때문에 갈 수도 있고, 그냥 사람이 많은 서버를 따라서 갈 수도 있다.

서버 인구가 어떤 플레이 방식의 우열을 증명해주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국 본인이 좋아하는 걸 하면 된다.

나는 PvP를 좋아한다.

그래서 PvP 서버를 선택했고, 과거 경험 때문에 이번에도 북미를 선택했다.

하지만 누군가 상대 진영에게 방해받지 않고 천천히 퀘스트하고, 전문기술 올리고, 레이드하면서 게임하고 싶다면 그것 역시 그 사람이 와우를 즐기는 방식이다.

와우는 원래 할 게 많은 게임이었다.

그래서 사람마다 기억하는 와우도 다르다.

누군가에게 와우는 레이드였고,
누군가에게는 투기장이었고,
누군가에게는 전장이었고,
누군가에게는 가덤에서 벌어진 개싸움이었고,
누군가에게는 친구들이랑 퀘스트하던 기억일 수도 있다.

그중 어느 하나만이 '진짜 와우'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서로 자기가 좋아하는 와우를 하면 된다.

굳이 다른 사람이 즐기는 방식까지 틀렸다고 말하면서 싸울 필요가 있을까 싶다.

P.S 저 길드 없습니다. 같이 게임해요..!!!

Lv71 Rob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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