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게시판을 보면 포에버를 새롭게 시작하려는 분들이 정말 많아진 것 같습니다. 친구추천 코드를 구하는 글도 많이 보이고, 오랜만에 와우로 돌아오려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저 역시 와우를 오래 즐겼다가 떠났던 사람 중 하나입니다.
와우를 싫어해서 접었던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정말 좋아했던 게임이었죠. 다만 어느 순간부터 게임을 즐긴다는 느낌보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따라가야 한다는 느낌이 강해졌습니다.
새로운 확장팩이 나오면 다시 레벨을 올리고,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면 또 장비를 맞추고, 그렇게 힘들게 얻은 장비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쓸모없어지는 과정이 반복됐습니다.
그렇게 접었다 확팩나오면 또 궁금해서 잠깐 했다가 접었다가 반복하는분들 아마 많을거라고 생각해요.
저역시 그랬으니까요.
그러던 중 오랜만에 열린 블리즈컨행사를 라이브로 봤고, 그곳에서 포에버가 발표됐습니다.
처음에는 솔직히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블리자드가 또 클래식을 재활용하려는 건가 싶었거든요.
그런데 블리즈컨에서 개발진이 포에버를 만들게 된 이유와 앞으로의 방향을 설명하는 것을 보면서 생각이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제가 와우를 떠나면서 아쉬워했던 부분들, 그리고 다시 와우를 한다면 이런 게임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상당히 많이 담겨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제가 왜 포에버를 다시 시작하고 싶어졌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게임이 되었으면 하는지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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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60레벨에서 멈춘다는 것, 그리고 노력의 가치
제가 포에버에 관심을 갖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60레벨을 유지하겠다는 방향이었습니다.
기존 와우에서는 힘들게 만렙을 달성하고, 장비를 맞추고, 이제 좀 즐겨볼까 싶으면 새로운 확장팩이나 시즌이 찾아왔습니다.
그때마다 다시 레벨을 올리거나 장비를 파밍해야 했죠.
더 아쉬웠던 것은 아이템이었습니다.
몇 주, 몇 달 동안 어렵게 얻었던 장비들이 새로운 콘텐츠가 나오면 순식간에 구식 장비가 되어버렸습니다.
어제까지 최고의 장비였던 것이 얼마 지나지 않아 상점에 팔리는 아이템이 되는 거죠.
물론 새로운 콘텐츠가 나오면 새로운 보상도 있어야 하고, 캐릭터가 성장할 이유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 성장의 폭이 반드시 커야 할까요?
블리자드는 포에버에서 기존 아이템의 가치가 쉽게 사라지지 않도록, 새로운 콘텐츠가 나오더라도 장비의 성능 상승 폭을 작게 유지하겠다는 방향을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새로운 레이드가 나왔다고 해서 이전 레이드의 장비가 모두 무의미해지는 것이 아니라, 기존 장비들도 오랫동안 활용할 수 있는 구조.
어렵게 얻었던 장비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의미를 갖는 구조.
그것이야말로 포에버라는 이름에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2. 새로운 콘텐츠는 기존의 것을 대체하기보다 세계를 넓혀갔으면 합니다.
포에버에서 강조한 또 하나의 방향은 수평적 콘텐츠입니다.
기존 와우의 성장이 위로 올라가는 방식이었다면, 포에버는 옆으로 넓어지는 방식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죠.
새로운 지역이 열리고, 새로운 이야기가 생기고, 새로운 던전과 레이드가 등장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기존 콘텐츠를 모두 무의미하게 만드는 방식일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아제로스라는 세계가 계속해서 확장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새로운 지역이 생겼다고 해서 이전 지역이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다시 찾아갈 이유가 있는 곳으로 남았으면 합니다.
새로운 레이드가 등장하더라도 이전 레이드에 참여할 이유가 있었으면 하고, 새로운 아이템이 추가되더라도 기존에 어렵게 얻은 장비가 오랫동안 의미를 가졌으면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콘텐츠가 얼마나 빠르게 나오느냐보다, 그 콘텐츠들이 쌓이면서 얼마나 풍부한 세계를 만들어 가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포에버가 추구하는 방향은 기존 확장팩 중심의 와우와 상당히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3. 만렙 이후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곳에 도달하는 과정도 게임입니다.
블리즈컨 발표에서 인상적이었던 또 하나의 부분입니다.
블리자드는 포에버에서 1레벨부터 60레벨까지 성장하는 과정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저도 이 부분에 공감합니다.
요즘 게임에서는 레벨업이 종종 진짜 콘텐츠를 즐기기 전에 거쳐야 하는 과정처럼 취급됩니다.
최대한 빠르게 만렙을 달성하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게임을 시작하는 것이죠.
하지만 과거 클래식 와우에서 레벨업은 단순히 만렙으로 가기 위한 과정만은 아니었습니다.
퀘스트 하나를 완료하기 위해 다른 사람과 파티를 맺고, 어려운 몬스터를 함께 잡고, 던전을 돌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어렵게 얻은 파란색 아이템 하나가 정말 기뻤던 기억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만났던 사람들이 나중에 다시 인연이 되기도 했죠.
얼마 전 포에버 베타를 하다가 재미있는 경험을 했습니다.
어떤 분이 갑자기 저에게 손을 흔들더군요.
누군가 싶어 봤더니 예전에 함께 파티를 했던 사람이었습니다.
포에버에서는 이전에 함께 플레이했던 사람을 알아볼 수 있도록 표시해 주는 기능도 있더군요.
정말 사소한 경험이었지만, 저는 이런 부분이 좋았습니다.
우연히 만난 사람이 단순히 지나가는 다른 캐릭터가 아니라, 예전에 함께 모험했던 사람으로 기억되는 것.
이런 경험들이 쌓이는 것이 MMORPG의 재미 중 하나가 아닐까요?
4. 불편함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블리자드가 포에버에서 소통과 협력을 강조한다는 부분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리테일 와우는 오랜 시간 동안 편의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빠른 레벨업, 편리한 이동, 자동 파티 구성, 효율적인 콘텐츠 접근 등 많은 부분이 편해졌습니다.
물론 편리하다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 과정에서 사라진 경험들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던전을 가기 위해 사람을 구하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이동해야 했습니다.
불편했지만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대화가 생겼습니다.
때로는 던전에 도착하기도 전에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도 했죠.
지금은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효율적으로 보면 분명 발전한 것이지만, 반대로 사람들과 대화해야 할 이유도 줄어든 셈입니다.
물론 모든 불편함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단순히 시간을 낭비시키는 불편함이라면 개선하는 것이 맞겠죠.
하지만 불편함 때문에 생겨나는 협력과 소통이 있다면, 저는 그런 불편함은 어느 정도 남아 있어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추가되는 캠핑 시스템도 그런 철학을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필드에 모닥불을 만들고, 다른 사람들이 모여앉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시스템이죠.
개발진은 사람들이 모닥불에 앉아 있는 동안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말 별것 아닌 시스템처럼 보이지만, 저는 이런 것을 굳이 만들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효율만 생각한다면 모닥불에 앉아 있을 이유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버프를 챙기는것이 효율이긴 할테지만요.
그런데 그곳에서 처음 보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노는것도 나름 재미일수있습니다.
아이템 하나 얻지 못하고 경험치도 올리지 못했지만,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게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5. 레이드, PvP, 그리고 필드에서의 우연한 만남
저는 개인적으로 레이드보다는 PvP를 좋아하는 유저입니다.
그렇다고 레이드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모든 사람이 레이드를 중심으로 게임을 즐겨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블리자드 역시 포에버에서 레이드의 난이도를 지나치게 높이기보다는 준비와 협력을 통해 공략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물론 도전적인 콘텐츠도 필요하겠지만, 지나치게 높은 난이도 때문에 게임이 소수의 숙련된 사람들 중심으로 흘러가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레이드를 즐기는 사람은 레이드를 즐기고, PvP를 좋아하는 사람은 전장에서 싸우고, 탐험을 좋아하는 사람은 필드를 돌아다닐 수 있어야겠죠.
저는 특히 필드에서 벌어지는 우연한 사건들이 좋습니다.
퀘스트를 하다가 상대 진영을 만나 싸움이 벌어지고, 지나가던 아군이 도와주고, 그러다가 양 진영의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작은 전쟁이 벌어지는 것.
누군가에게는 비효율적인 시간 낭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들이 기억에 오래 남더군요.
이번 포에버에서 일부 장비의 세트 효과가 PvP에서도 유용하게 설계된 모습을 보면서, 필드에서의 전투와 다양한 플레이 방식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아닐까 하는 기대가 생겼습니다. PvE유저들은 세트효과보면서 욕했을지도 모르겠네요 ㅎㅎㅎ
물론 PvP에 유용한 효과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개발사의 의도를 단정할 수는 없겠죠.
그래도 저는 포에버가 레이드 장비를 맞추는 것만이 최종 목표가 되는 게임이 아니라, 다양한 활동들이 서로 의미를 갖는 게임이었으면 합니다.
6. 그런데 우리는 왜 그렇게 빠르게 게임을 끝내려고 할까요?
여기서부터는 조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인벤을 오래 이용하다 보니 다양한 의견을 접하게 됩니다.
특히 골팟을 둘러싼 논쟁이나 BIS 장비, 최적화된 파밍, 가장 빠른 레벨업 방법 등에 대한 이야기가 정말 많습니다.
골팟 역시 어떤 면에서는 효율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고 발전한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사위 운에 맡기는 대신 골드를 활용해 원하는 아이템을 얻고, 참여한 사람들에게 보상을 분배하는 방식이죠.
사실 정말 합리적인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효율을 추구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가끔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그렇게 빠르게 최고의 장비를 맞추고 나면, 그다음에는 무엇을 할 건가요?
남들보다 빠르게 만렙을 달성하고, 남들보다 먼저 레이드를 공략하고, 최고의 장비를 맞추는 것이 게임의 목적이라면 그 목표를 모두 달성한 다음에는 무엇이 남을까요?
물론 그 이후에도 즐길 거리는 많습니다.
PvP를 할 수도 있고, 다배럭을 할수도있고, 새로운 도전을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게임의 즐거움이 오직 더 좋은 장비를 얻는 데 있다면, 장비를 모두 맞춘 순간 게임을 계속할 이유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조금 지나면 이런 이야기가 나오겠죠.
‘할 게 없네요.’
‘새로운 콘텐츠는 언제 나오나요?’
‘이제 게임이 재미없네요.’
그러면 개발사는 다시 새로운 콘텐츠와 더 강한 장비를 내놓아야 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같은 과정을 반복하게 됩니다.
저는 포에버가 이런 구조에서 조금 벗어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건 이미 리테일에서도 충분히 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새로운 콘텐츠는 분명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 콘텐츠를 얼마나 빠르게 소비하느냐가 게임의 가치를 결정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최고의 장비를 갖추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지만, 그것이 게임을 즐기는 유일한 목적이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7. 퇴근하고 접속했을 때, 또 다른 경쟁을 해야 할까요?
우리는 현실에서도 많은 경쟁을 하며 살아갑니다.
직장에서 성과를 내야 하고, 남들보다 앞서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때로는 원하지 않는 일도 해야 합니다.
그렇게 힘든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돌아와 게임에 접속했습니다.
그런데 게임에서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오늘은 이 던전을 돌아야 하고, 이번 주에는 레이드를 끝내야 하고,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으려면 장비를 맞춰야 합니다.
게임을 하면서까지 계속 무언가를 따라가야 하는 것이죠.
물론 그런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도 많습니다.
저 역시 경쟁을 좋아합니다. 특히 PvP를 좋아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싸워 이기고, 좋은 장비를 얻고, 높은 계급에 도전하는 즐거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물론 이번 목표또한 대장군을 다는것이기도 하지요. ㅎㅎ
하지만 저는 그것이 게임의 전부가 되기를 원하지는 않습니다.
어떤 날은 퇴근하고 접속했더니 길드원들이랑 시덥지도 않은 수다를 떨수도 있죠.
막 수다떨다 누군가는 전장을 가자고 하고, 누군가는 퀘스트를 도와달라고 하고, 또 누군가는 그냥 마을에 앉아 수다를 떨 수도 있겠죠.
그렇게 두세 시간 놀다가 아무런 장비도 얻지 못하고 로그아웃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시간이 즐거웠다면, 그날 게임을 잘못한 걸까요?
시간을 버린걸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MMORPG라는 장르에서 가장 중요한 콘텐츠는 레이드나 아이템이 아니라, 그 세계에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일지도 모릅니다.
게임에 접속하는 이유가 오늘 해야 할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오늘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서라면 어떨까요?
저는 그런 게임을 다시 한번 경험하고 싶습니다.
혹시 이벨린이란 플레이어를 아시나요? 넷플에서 “이벨렌의 비범한 인생” 다큐 보시면,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뭔지 대충 이해하실겁니다.
8. 한국과 북미의 플레이 문화에 대한 생각
저는 과거 북미 서버에서도 오랫동안 게임을 즐겼습니다.
당시 한섭 전장이 너무 심하기 대기가 있어서 게임을 할 수가 없어, 결국 칭호, 탈것 등등 모두 다 포기하고 갔었습니다.
물론 북미에도 효율을 극단적으로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고, 빠른 레이드 공략과 장비 파밍을 목표로 하는 길드들도 많습니다.
이번에 아스문골드 미친짓 많이 하는거 보셨나요? 수백명이 필드에서 싸우거나 말도안되는 레벨의 몬스터를 잡습니다. 템도 안주는 몬스터를요 ㅎㅎ
이런거 보면서 누군가는 ‘참 할짓없네’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또 누군가는 ‘게임 존나 재밌게 하네’ 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비효율적인 플레이가 맞을까요? 아니면 재밌는 플레이가 맞을까요? 뭐라고 표현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효율을 중시하는 분위기를 자주 경험했습니다.
빠른 레벨업, 빠른 레이드 공략, 빠른 아이템 획득, 높은 딜량과 BIS 장비.
물론 모든 한국 유저가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제가 경험한 북미와 한국의 문화가 반드시 전체를 대표하는 것도 아니겠죠.
다만 인벤에서 오랫동안 다양한 글을 읽으며, 우리가 너무 효율과 결과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습니다.
저는 이러한 차이가 포에버의 장기적인 흥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빠른 성장과 장비 획득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는 사람들이 포에버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게임을 즐긴다면, 생각보다 일찍 목표를 달성하고 흥미를 잃을 수도 있겠죠.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한국 서버가 초기의 높은 관심을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을지 조금 걱정되기도 합니다.
반면 커뮤니티가 중심이 되는 게임에서는 새로운 콘텐츠가 없더라도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접속할 이유가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 어느 지역의 유저들이 더 오래 남을지는 지켜봐야겠죠.
제가 바라는 것은 특정 지역이나 플레이 방식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포에버에서만큼은 조금 더 다양한 방식으로 게임을 즐기는 문화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9. 스탯이 오르지 않아도 얻고 싶은 보상들이 많았으면 합니다.
포에버가 앞으로 콘텐츠를 확장해 나가는 방식에 대해서도 개인적인 바람이 있습니다.
새로운 장비와 레이드도 좋지만, 반드시 캐릭터를 강하게 만드는 보상만 나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특정 업적을 달성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특별한 형상변환 장비나 탈것 같은 것들입니다.
이번 시즌에 대장군을 달성한 사람들에게 특별한 외형의 장비를 제공하는 것도 좋겠죠.
그 장비가 다른 사람보다 더 강할 필요는 없습니다. 더 높은 딜을 제공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저 그 사람이 어떤 도전을 했고, 어떤 성취를 이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이면 충분합니다.
PvE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려운 업적을 달성한 사람에게 특별한 외형이나 칭호를 제공하고, 탐험이나 전문기술을 오랫동안 즐긴 사람에게도 그에 어울리는 보상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기간 한정 보상뿐 아니라, 오랜 시간을 들여 언제든 도전할 수 있는 수집 요소들도 많아졌으면 합니다.
실제로 포에버의 레거시 시스템이나 형상변환 같은 요소들도 이런 방향에서 기대되는 부분입니다.
중요한 것은 캐릭터의 능력치가 계속 올라가지 않아도, 다양한 방식으로 도전하고 수집하며 즐길 이유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아이템 성능의 격차는 지나치게 벌어지지 않으면서,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는 경험과 보상의 종류는 계속 늘어나는 게임.
저는 이런 방식이 포에버와 상당히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10. 결국 제가 포에버에서 기대하는 것은 ‘낭만’입니다.
지금까지 긴 이야기를 했지만, 사실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낭만.
리테일 와우가 빠른 성장과 끊임없는 도전, 효율적인 콘텐츠 소비에 더 큰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어울린다면, 제가 기대하는 포에버는 조금 다른 방향입니다.
천천히 성장하고, 어렵게 얻은 장비를 오랫동안 간직하고, 친구들과 모험하고,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 인연을 맺는 것.
필드에서 상대 진영과 싸우다가 몇 시간 동안 전쟁을 벌이기도 하고, 아무런 목적 없이 아제로스를 돌아다니며 새로운 장소를 발견하기도 하는 것.
때로는 모닥불에 앉아 처음 만난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
그 과정에서 경험치도 얻지 못하고, 골드도 벌지 못하고, 장비도 얻지 못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즐거웠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물론 포에버도 결국 MMORPG이기 때문에 경쟁과 성장, 새로운 콘텐츠가 필요합니다.
누군가는 세계 최초로 레이드를 공략하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고, 누군가는 최고의 장비를 맞추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저 역시 PvP에서 이기고 싶고, 대장군도 달성하고 싶습니다.
그런 플레이 방식도 충분히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포에버에서는 그것만이 정답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남들보다 느리게 성장해도 괜찮고, 레이드를 하지 않아도 괜찮고, 최고의 장비가 없어도 즐겁게 지낼 수 있는 세계였으면 합니다.
새로운 콘텐츠가 나올 때마다 뒤처질까 봐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한동안 게임을 떠나 있다가 다시 돌아와도 익숙한 아제로스에서 편하게 모험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에 블리자드가 발표한 포에버의 개발 철학을 보면서 제가 가장 기대했던 부분도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물론 실제로 출시된 이후에도 그 철학을 얼마나 잘 지켜 나갈지는 아직 모릅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유저들의 요구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고, 처음의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발표된 방향을 보면서, 오랫동안 와우를 떠나 있었던 제가 다시 한번 아제로스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요즘 포에버를 새롭게 시작하려는 분들도 많아진 것 같습니다.
그분들도 좋은 장비를 얻고 레벨을 올리는 즐거움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예상하지 못했던 경험들이 주는 재미를 느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포에버가 할 일이 없는 게임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 없는 게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게임을 끝내기 위해 플레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세계에 조금 더 머물고 싶어서 플레이하는 게임이었으면 합니다.
어쩌면 제가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것은 와우의 콘텐츠가 아니라, 한때 아제로스에서 느꼈던 그 낭만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포에버에서는 그 낭만을 다시 한번 경험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