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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비트코인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었네요.

아이콘 내마눌은로리
댓글: 9 개
조회: 1011
2021-06-24 20:19:59
예전에 선배형이랑 술마시다가 비트코인 얘기가 나왔었어요.

당시 저는 비트코인을 상당히 희망적으로 생각했었죠. 그래서 ’미래에는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가 기존의 화폐를 대체할 것이다’라고 주장을 했고, 선배형은 ’비트코인의 가치는 아무도 보증하지 않기 때문에 화폐가 될 수 없다. 설령 나오더라도 지금과는 다른 화폐일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죠.

저는 국가라는 주체에 의해 주도되는 화폐가 아닌 새로운 패러다임이 나올 때가 됐다. 라고 주장했습니다. 암호화폐야말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적용하기에 적절한 시스템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국가가 아닌 시장에 의해 가치를 보증받는 화폐.

졸라 개소리였죠.

뷔페님이랑 얘기하다 보니, 그때당시에는 고려하지 않았던 요소가 있더군요. 그걸 집어넣고 사고실험을 다시 돌려보니 이런....

제가 완전히 틀렸더라고요.


내용에 들어가기에 앞서, 화폐란 무엇인가부터 생각해 봅시다. 먼 옛날, 사람들은 자기한테 남는 물건을 다른사람의 남는 물건과 바꿔가며 살았어요. 이걸 물물교환이라고 합니다. 여기 몇몇 분들은 ’에이, 그런게 말이 돼?’라고 하시겠지만 사실입니다. 그런 시절이 있었어요.

근데 이렇게 물물교환을 하다보니 불편한 점이 있어요. 어, 난 오늘 소고기가 먹고싶은데 소고기 가진 놈은 닭고기가 필요하대. 어, 근데 나한테는 닭고기 대신 도토리가 한말이 있어. 이걸 도토리묵이 먹고싶은 뒷집 김첨지에게 주고 쌀됫박을 받아오고, 그걸 쌀밥이 먹고싶은 앞집 부산댁에게 주고 생선을 받아오고, 바꾸고바꾸고바꾸고 바꿔서 소고기랑 바꿨더니 소고기가 죄다 썩어 문드러졌더라...;;;

뭐, 그래서 교환의 기준을 잡기 시작했죠. 도토리가 필요한 사람한테 도토리를 주고 포목 한필을 받아와요. 그리고 그 포목 한필을 주고 소고기를 받아오는거죠. 자, 이러니 물물교환이 한층 쉬워졌죠?
기준으로는 보관이 용이하고 꾸준한 수요가 있어 가치가 비교적 일정한 포목이나 곡물, 소금이나 금, 은 등의 귀금속이 사용되었습니다. 왜 가치가 일정한걸 쓰느냐는 멍청한 질문은 하지 말아주십시요. 1미터가, 오늘은 손바닥만 하고 내일은 건물만 하면 그게 길이의 기준이 되겠습니까?

하여간 이런 현물들이 화폐의 역할을 하다가 진짜 화폐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초기 화폐는 보증수표 같은 개념이었어요. ’이거 백개 모아오면 언제든지 금 한 돈으로 바꿔준다’ 뭐 이런식인거죠. 비교적 안정적인 가치를 지니는 금 혹은 은을 기반으로 하는 화폐. 바로 금/은본위 화폐입니다. 금본위 화폐가 있는데 아직도 사포로 금 갈아서 교환 하는줄 아시는 분이 있더라고요. 솔직히, 빵터졌습니다. 인정해요, 개그에 소질 있으십니다.

이러한 금본위제는 20세기 중반까지도 이어져 내려왔지만, 결국 치명적인 문제로 인해 사라지게 됩니다. 자, 그럼 금이라는 기준도 떨어져 나갔는데 어떻게 화폐가 그 가치를 유지할까요? 그건 연방은행이 화폐의 가치를 보증하기 때문이죠. 한마디로 국가가 그걸 보장하는거에요. 그렇기때문에 국가 경제의 신뢰도가 떨어지면 그 나라 화폐 가치도 떨어지는거고. 단순히 많이 찍어서 화폐가치가 떨어지는게 아닙니다. 많이 찍는게 문제였으면 미국은 벌써 망했지...;;

하여간, 현시대의 화폐가 그 가치를 유지하는건, 국가 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어서입니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그런게 없죠. 1BTC=1BTC같은 뜬구름 잡는 소리가 아니라, 가치를 보증하는 주체가 없다는 점이, 비트코인의 가격이 널을 뛰는 이유이고, 그렇기때문에 비트코인을 연구한 학자들마다 ’비트코인은 사기다’라고 하는거에요.

솔까, 내일 당장 10원으로 떨어져도 이상할게 하나도 없는게 비트코인이에요. 아무도 보증하지 않고, 오직 시장의 수요공급에 의해서만 가치가 결정되니까요. 그것도 실질적인 소비처가 없는 가상의 자산이.

그런데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저는 비트코인에서 미래를 봤습니다. 우리는 이미 온전히 시장원리에 의해 화폐가 된 재물을 알고 있습니다. 바로 금이죠.

물론 비트코인은 금과는 다르게 온라인상의 소유 이외에는 어떤 다른 가치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그 가치가 안정화만 되면 새로운 화폐로 충분히 사용될 수 있습니다.


....라고 생각을 했었더랍니다. 금본위 화폐의 치명적인 결함을 떠올리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미국이 금본위 화폐를 포기한 이유가 뭘까요? 간단해요. 다뤄야 하는 자본의 규모가, 자신들이 보유한 총 금의 양을 넘어섰기 때문이죠. 총 찍어낼 수 있는 화폐가 금괴 십만개 분인데, 금괴 십오만개 분량의 거래를 할 수 있겠습니까?

비트코인의 문제점이 그겁니다. 개수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총 발행 코인수*코인의 가치 이상의 경제규모를 유지할 수 없어요.
뭐, 코인 개수도 넉넉하고 가치도 높은 편이니, 감당할 수 있는 경제규모도 꽤 크긴 할겁니다.
하지만 코인의 개수가 제한돼 있다는 점은 여전히 큰 약점입니다. 채굴은 거의 끝나가는데, 비번의 소실 등으로 채굴된 재화들은 꾸준히 줄어들거든요. 이건 마치, 지폐를 더이상 찍어내지 않는데 화재등으로 꾸준히 지폐가 없어지는거랑 마찬가지에요.

뭐, 이런 상품, 우리는 알고있잖아요? 비트코인은 한정판 기념주화 같은거에요. 나라에서 가상 화폐가 아닌, 가상자산이라고 하는게 일리가 있네요

그런고로, 비트코인이 실제 화폐가 되는 일은 요원해 보입니다. 쓰이더라도 제한적으로 쓰이겠죠. 선배형과의 내기는 제가 졌습니다. 선배형네 회사에서 나와서 다행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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