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MS는 왜 '다양성' 부서를 정리했나

기획기사 | 강승진 기자 | 댓글: 10개 |
마이크로소프트(MS)가 7월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에 집중하는 팀 중 하나를 없앴습니다. 17일 비즈니스 인사이더를 통해 처음 내부 메일이 공개됐고, MS가 성명을 내며 이를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그간 다양성을 중심으로 한 투자를 약속하고 지원까지 했던 MS인 만큼 미국 내에서는 꽤 큰 파장이 예상됩니다. 특히 남은 팀과 관련 프로그램 모두 종료될 가능성이 남아있고, 이제는 그런 투자 감축이 다른 회사로까지 번질 모양새입니다.

주요 테크 기업이 앞다투며 내세웠던 DEI 프로그램이 새로운 변화의 기로에 서며 서서히 줄어드는 셈입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비즈니스적 가치,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그려질 정치적인 변화까지 담겨있습니다.


강조'했'던 DEI
"과거만큼 민감한 비즈니스 이슈 아냐"

오늘날 서구 시장에서 다양성(Diversity), 형평성(Equity), 포용성(Inclusion)을 의미하는 DEI(때로는 소속감 'Belonging'을 더한 DEIB)는 기업의 핵심 가치로 꼽히곤 합니다. 그중에서도 대안 우파의 성장과 큰 논란을 일으킨 게이머게이트에 게임 업계에서 정치적 올바름과 함께 DEI 가치 구축 움직임이 거셌습니다.

특히 2020년대에는 미니애폴리스 경찰관에 의해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과 이어지는 'Black Lives Matter(BLM)' 운동이 큰 영향을 미쳤는데요. BLM 목소리가 커지자 주요 테크 기업은 흑인 커뮤니티, 나아가 지금까지 리더십에서 소외된 이들의 처우 개선을 외쳤습니다. 구글, 메타가 그랬고 MS 역시 투자를 약속했습니다. 흑인 근로자 수를 늘리고 승진 문제, 정신적/육체적 지원 강화 프로그램과 많은 재정적 투자가 예고됐죠.




하지만 급속도로 얼어붙은 업계 분위기를 이유로 DEI에 관한 투자는 일찌감치 줄어들었습니다. DEI 관련 채용은 2023년 기준 1년 전보다 무려 44%나 감소했죠. 구글과 메타 등 대규모 정리 해고를 진행한 회사들은 직원 감축 대상에서 DEI 관련 직원을 먼저 올려뒀다는 내부 목소리도 여럿 나왔습니다.

그때마다 비즈니스적 이유가 언급됐는데요. 이번 MS의 DEI 팀 일부 폐쇄를 알린 팀 리더 이메일에서도 이제 DEI가 BLM 운동이 한창이던 2020년만큼 민감한 비즈니스 이슈가 아니라고 언급했습니다.


빅테크는 일찌감치 DEI 줄여
다양성이 매출 올린다는 믿음 사라지나

많은 기업의 DEI 관련 투자가 커지며 자연스럽게 이를 전문적으로 보조할 컨설팅/지원 회사들도 다수 생겼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DEI의 가치가 직업, 사회적인 성공만이 아니라 비즈니스적으로 이득을 가져다줄 것으로 믿습니다.

포용적인 문화, 서로 존중받는 문화를 통해 직원들의 업무 수행 능력이 크게 늘어난다는 거죠. 그리고 이러한 직원 참여는 더 높은 생산성, 사고 발생률 감소, 더 나은 고객 서비스 등을 촉발한다는 이론입니다. 그게 곧 더 높은 매출과 수익성으로 이어지는 거고요.

또 자유로운 토론으로 의사 결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더 많은 인재 풀에서 좋은 인재를 뽑고, 그들이 회사 안에서 자신의 비전을 표출할 수 있다고 봅니다. 능력 있는 직원들이 제 능력을 발휘할 환경을 만들어 수익을 올린다는 발상이죠.



▲ DEI 관련 리포트로 성과를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빅테크 기업들의 판단은 이런 내부적인 시스템 변화가 주는 비즈니스적 성장이 처음 프로그램 강화를 알렸을 때만큼 효과적이지 않다고 보는 겁니다.

물론 지난 몇 년간 테크 기업들은 DEI 관련 부서만이 아니라 이미 모든 부문에서 직접 성과를 내지 못하는 부문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습니다. 사업적인 선택에 의해 DEI가 줄 가치가 정리된 다른 부서처럼 그리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MS 역시 이번에 공개된 팀 정리 말고도 작년 말 구조조정에서 한차례 DEI 관련 직원 정리가 있었다는 내부 소식통의 이야기도 있었고요.

많은 컨설팅 업체는 이러한 지원 감소에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이 다시 DEI 관련 이해자들과 엮이고, 긍정적인 관계를 구축하고자 할 때 오늘날의 선택이 분명 방해가 될 것이라면서요.


트럼프 될 것 같아서?
비전보다 사업/정치적 이유로 강요했던 것인가

팀에게 메일을 보냈던 MS DEI 관련 팀 리더는 이러한 상황이 미국 연방의 보수화 정책을 예견한 행동이라고 추측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 중 주요 축인 대안 우파는 정치적 올바름, 다문화주의를 앞세운 민주당 세력의 가치 주장에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도널드 트럼프는 유독 보수와 진보, 어느 한쪽으로 명확하게 구분할 수 없는 독특한 정치 성향과 행보를 보였다고 평가받습니다. 하지만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주요 지지 세력의 주장에 반대할 움직임을 가질 이유가 없죠.



사진 = 도널드 트럼프 공식 SNS

물론 이러한 이야기는 DEI 팀 리더의 추정에 불과합니다. 실제로 암살 시도로 귀에 총을 맞고도 영웅적인 모습을 강조하며 '빈센트 반 트럼프'라는 밈까지 만들어진 트럼프지만, 바이든 대통령과는 지지율 우세는 지금까지는 오차 범위 내입니다. 정권이 유지될지, 교체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어느 한쪽 입장만을 반영하긴 어렵다는 거죠.

다만, 다르게 이해하면 MS를 포함한 대형 테크 기업의 DEI 지원과 프로그램에 정당성이 없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습니다.

진보와 보수, 양쪽 모두 정확한 가치보다는 언제든 다른 진영 논리를 따를 것이라는 부정적 시선이 남을 뿐이죠. DEI에 가치를 두는 쪽에서는 언제든 회사 정책을 뒤집을 기업들에게 불신이 생길 겁니다. 반대로 DEI 가치를 필요 이상으로 강요받았다고 느끼는 게임 팬과 소비자들은 그들 주장 뒤에 거창한 기업 비전이 아니라, 사업적/정치적 마인드로 언제든 뒤바꿀 수 있는 논리를 강조했다고 느낄 수밖에 없고요.

어쨌든 기업들은 이러한 투자 축소에도 한결같이 DEI 가치와 정신은 계속된다고 성명을 내오고 있습니다. 이미 비즈니스적 가치에 대한 평가가 끝난 만큼 그런 성명과 달리 얼마든 DEI 관련 팀은 줄어들 수 있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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