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에 발목 잡힌 MS,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는?

기획기사 | 강승진 기자 | 댓글: 32개 |
어느덧 9개월이 흐른 2022년. 전 세계 게임 업계에서 가장 큰 소식을 꼽으라면 단연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일 겁니다. 소니, 닌텐도와 함께 콘솔 시장에서 한 축을 담당하는 MS가 액티비전을 인수할 경우 생기는 시너지는 쉬이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게 분명하니까요.




거래 규모도 무려 687억 달러. 오늘의 환율로 따지면 93조 5천억 원에 이릅니다. 다음가는 거래가 테이크 투의 징가 인수에 쓰인 127억 달러였으니 게임 업계에서 단연 손 꼽는 거래 규모였죠. 월트디즈니가 심슨 가족, 엑스맨 등 다양한 TV 프로덕션 사업과 영화 스튜디오를 보유한 21세기 폭스 인수에 713억 달러를 들였던 걸 생각하면 얼마나 큰 규모인지 대충 비교가 되죠.(오기 수정)

하지만 당시 매출로만 따져도 세계 4위 기업이 7위 기업을 인수하는 그림은 당연히 반독점 문제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MS 입장에서는 우려하던 결과가 현지 시각으로 1일 영국 경쟁시장청(Competition and Markets Authority, CMA)을 통해 나왔고요.


영국 경쟁시장청의 인수 우려, 왜?

영국 정부는 1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MS의 인수 거래에 관한 CMA의 의견을 게시했습니다. CMA가 밝은 내용은 인수가 일으킬 시장 경쟁의 손상 우려였습니다. 즉, MS 인수에 있어 부정적인 견해를 공식적으로 드러낸 셈이죠.




CMA가 문제 삼은 부분은 단순히 두 회사의 매출 시너지, 혹은 탄탄한 IP를 기반으로 한 프랜차이즈 파이프라인만이 아니었습니다. 가장 우려한 부분은 MS가 시장 전반에 가진 강점이 액티비전 블리자드와 함께했을 때 발생할 시너지였습니다.

보다 세부적으로 보면 MS가 Xbox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콘솔, Azure라는 시장 영향력이 큰 클라우드 플랫폼, PC 운영체제 윈도우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모든 게 클라우드 게임의 성공에 중요한 바탕이 된다고 본 거죠.

이번 인수는 MS의 게임 부서인 MS 게이밍과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결합으로 볼 수도 있지만, CMA는 이번 인수를 MS가 가진 인프라까지 함께 고려해 결정한 셈입니다.

단순히 우려 상황을 표출한 데서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CMA는 MS와 액티비전 블리자드에 5영업일 이내 자신들이 우려하는 부분에 관한 해결 문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했습니다. 그게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2단계 조사에 회부되죠. 네. 이번 조사가 비교적 덜 전문적인 패널이 문제의 핵심만 짚어서 살피는 1단계 조사였다는 거죠.

CMA의 시니어 디렉터인 솔카 오' 캐럴은 이번 발표는 "MS가 콜 오브 듀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같은 인기 게임에 관한 통제권으로 바탕으로 게임 구독 서비스와 클라우드 게임 등 라이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2단계 조사에서는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패널을 임명해 심층적인 문제 검토를 함께하겠다고도 밝혔습니다.





감추고 싶은 구독 서비스와 클라우드 지적

MS는 이번 CMA의 조사로 가장 공격받고 싶지 않은 부분에서 지적당했습니다. 바로 회사가 가진 영향력과 클라우드 서비스 말이죠.

앞서 설명했듯 이번 거래는 반독점 경쟁 문제가 제기될 것이 뻔한 인수였습니다. 이에 액티비전이 내놓은 답은 게임에서의 회사 규모였죠. 지난 1월 인수 발표 이후 MS는 이번 거래의 이유와 비전을 공유하며 눈에 띄는 숫자도 함께 언급했습니다.

그건 숫자3. 즉, MS는 아무리 비디오 게임 매출 10위 안에 드는 회사 둘이 합친다지만, 텐센트, 소니에 이어 3위에 머문다고 강조했습니다. 물론 시시각각 바뀌는 매출 기록에 이 순위가 달라지긴 하지만, 일단 MS가 액티비전을 인수한다고 시장의 독보적 1위가 되지는 않습니다.

이 부분은 MS가 반독점 문제에 관해 문제가 없을 증명하는 주요 근거 중 하나였고요.




하지만 최근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ederal Trade Commission, FTC)나 EU 집행위원회의 반독점법 조사 방향을 봤을 때 단순히 합병 후 매출 규모만을 보지 않으리라는 견해는 인수 발표가 있었던 1월부터 있었습니다.

FTC와 EU 집행위가 빅테크의 덩치 불리기를 막기 위해 단순히 산업 전체를 두고 비교하는 게 아니라 회사가 강점을 가진 특정 분야, 특정 시스템에서의 경쟁이 가능한지를 보는 시각이 강화됐거든요. 실제로 400억 달러 규모의 ARM 인수로 모바일 칩 설계 부분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기대한 엔비디아도 규제 당국의 움직임에 올해 2월 끝내 인수 거래를 종료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영국 CMA의 인수 우려도 게임 구독 서비스,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부분에서의 시장 경쟁에서 나왔고요.



MS, 매출 대신 개방성으로 문제없음 증명하려

MS 게이밍 CEO 필 스펜서는 해당 발표 이후 즉시 성명을 발표,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에 관한 견해에 대해 직접 공유했습니다. 그리고 건전한 시장 경쟁에 대한 주장을 매출 대신 개방성과 확장성으로 틀었습니다.

필 스펜서는 게임패스를 통해 모바일 플랫폼 등으로 게임 영역을 확장, 플레이어는 더 저렴하게 좋아하는 게임을 즐기고 개발자는 더 많은 플레이어에게 게임을 제공하게 된다고 주장하는 거죠.

여기에 콜 오브 듀티처럼 시장 영향력이 큰 게임의 경우 출시 당일, 플레이스테이션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개방성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개방성의 예로 모장 인수 후 더 많은 플랫폼으로 출시된 마인크래프트를 예로 들었죠. 마인크래프트는 MS 아래에서 PS Vita, Wii U, 닌텐도 스위치, 기어VR, 애플TV 등 다양한 기종으로 영역을 확대해나가기도 했고요.




그리고 MS는 투명성과 개방성의 정신을 강조, 산업 육성에 있어 최선을 다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잠깐 설명했듯, 보다 꼼꼼한 반독점 위반 행위에 대한 규제 당국의 움직임이 예측됐던 만큼, MS 입장에서도 준비됐던 다음 카드를 꺼낸 거죠. 단순히 시장 독점을 위한 거래가 아니라 업계와 플레이어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말이죠.

이와 동시에 MS는 브라질 국가경쟁규제기관(Administrative Council for Economic Defense, CADE)을 통해 적극적인 의견을 표출하기도 했었습니다.

CADE는 MS 인수의 반독점 문제에 관한 조사 기간 주요 게임사 및 퍼블리셔에게 의견 청취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시장에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는 슈터인 콜 오브 듀티에 관해 많은 퍼블리셔는 경쟁은 당연하다는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실제로 경쟁 슈터 게임을 서비스, 혹은 개발하는 회사들은 콜 오브 듀티가 Xbox 독점으로 빠질 경우 PS 콘솔에서 생길 이득으로 인해 인수를 방해할 이유가 없다는 시각도 있었죠.

반대로 소니는 주요 타이틀인 콜 오브 듀티의 스토어 결제를 통해 얻는 수익이 큰 회사입니다. MS는 이런 입장 차이를 가진 소니에 콜 오브 듀티는 독점 서비스 되지 않을 것임을 1일 성명처럼 밝혔습니다. 아울러 소니 역시 게임패스와 같은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고, 확장할 기회도 있었다며 자사의 서비스 확장이 건전한 시장 경쟁을 해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MS-액티비전 블리자드, 다음은 어디로 가나

MS는 미국과 함께 시장구매력과 영향력이 큰 EU, 영국의 조사를 함께 받고 있었습니다. 특히 빡빡한 규제 움직임을 보이던 FTC가 별다른 의견을 제출하지 않으며 큰 산을 하나 넘었고 인수 가능성 역시 높아지는 듯 보였죠.

하지만 CMA의 이번 의견 발표로 MS는 또 하나의 산을 넘어야 하게 됐습니다. 미국 FTC의 승인을 얻어도 EU, CMA가 거래의 부적절함에 인수를 승인하지 않으면 해당 판결은 전 세계적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MS는 인수에 관해 액티비전 블리자드 주주들의 인수 찬성을 얻었고 노동 중립 협정을 체결, 근로자와 노조 선택 권한에 대한 제공도 약속했죠. 게이머들에겐 MS가 Xbox&베데스다 쇼케이스에서 디아블로4와 오버워치2를 공개했던 장면에서 두 회사가 일찌감치 같은 걸음을 걷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테고요.




반독점 위반을 우회하기 위해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독립회사로 두는 선택지도 있지만, 현재 움직임으로는 불가능한 거래라는 주장이 많고요.

주요 규제 기관이 이번 문제를 2차 조사 단계까지 이어간다면 2023년까지 그 과정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콜 오브 듀티라는 프랜차이즈의 힘, 혹은 클라우드 서비스에서의 독점이 주요 논제로 오가지만, 결국은 경쟁 가능한 시장에서 소비자가 피해를 보지 않는 상태가 유지되는 겁니다. 그리고 그걸 입증해야 MS가 이번 거래를 이어갈 수 있을 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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